자전거를 타다가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난 좀처럼 안 다치는 편인데..
억울해서 참을 수가 없어 포스팅한다.

파스타 면이 떨어져서 마트에 다녀오느라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나오자마자 얼어죽겠다 싶을 정도로 추워 다시 들어갈까 싶었는데
이미 나온 거 조금만 참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냥 돌아갔어야 했는데..)

난 자전거를 탈 때 매우 조심하는 편이다.
갈림길이 나오면 반드시 속도를 줄이고
볼 수 없는 사각이 나타나면 무조건 멈췄다 다시 움직인다.
보행 중에도 그러하니 차를 운전하는 중에도 분명 그럴 게다.
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혼자서 아무리 조심해봐야 소용이 없다.
받겠다고 들이미는 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건 특히 아저씨나 나이 많은 사람일수록 심하다.

오늘도 그랬다.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횡으로 걷고 있었다.
그런데 뻔히 자전거가 더 빠른 걸 알면서도 내 경로 위로 걸어오는 것이다.
난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게 싫어서 점점 길 오른쪽으로 치우치고 있었다.
아저씨가 걸어올수록 오른쪽으로 계속 움직였기 때문에 난 대각선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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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 앗 계속 서 있다가 갑자기 왜 나랑 부딪힐 경로로 지나가는 거야.
아저씨 생각 : 파란색까지 갔다가 자전거가 지나가면 빨간색으로 갈라네.
내 생각 : 브레이크 잡아도 빨간색에서 멈출 텐데 불안하니까 최대한 피해가야지.
아저씨 생각 : 어? 이 놈이 계속 피해가네. 안 멈추고 계속 걸어가도 되겠구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지금 멈추면 앞 바퀴가 아저씨 길을 막는다. 몸으로 밀치는 싸움을 하기는 싫다.
완전히 피해가자니 내 자전거는 앞으로는 갈 수 있어도 좌우로는 움직일 수 없다.
(아마 내 것 아니라 누구의 자전거라도 그럴 것이다.)
멈춘 다음 뒤로 가자면 엉거주춤한 자세로 힘겹게 뒷걸음질 쳐야한다. (이것도 모두의 자전거가 그렇다.)

그래서 속도를 냈다. 아저씨보다 먼저 지나가는 수 밖에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게 실수였다.
아저씨를 피하느라 오른쪽 대각선으로 나아가고 있었으므로 왼쪽으로 틀어야했는데
아저씨와 부딪힐까봐 한껏 속도를 줄인 내 자전거로는
넘어지지 않고 그렇게 큰 각도로 핸들을 돌릴 수가 없었다.

결국 속도를 내자마자 옆에 서 있던 트럭과 부딪혔다.
차 주인과의 싸움은 없었다. 그 차가 바로 이 아저씨의 차였으니까.

그러나 이 때문에 오른쪽 정강이를 다쳤다.
찰과상이야 남자 애들이 늘상 달고 사는 거지만 정강이가 이만큼 붓기 쉽지 않은데..
부딪힌지 여섯 시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통증이 있어 뼈가 다쳤을까 걱정이다.
주말이라 병원 가기 난감한데 월요일에 심해지는 건 아닌지 원.

요즘 운수가 별로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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