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간식은 오일 파스타다. 알리오 에 올리오? 키키.
파스타 면을 사오다가 다리를 좀 크게 부딪혀 다치는 통에 심하게 절뚝거리며 만들었다. 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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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같이 보이지만 분명 파스타다. 면 두께가 짜장면 두께 아닌가. 파스타 맞다.


주말엔 늦잠을 자서 애매한 시간에 아점을 먹으니 또 늘 애매한 시간에 출출하다.
가볍게 먹기엔 너무 배가 고프고 양껏 먹자니 얼마 안 있어 저녁 먹을 시간이고..
하여 적은 양으로 간식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밖에서 라면을 자주 먹으니 집에서는 라면이 너무 먹기 싫다.
라면이 아닌 것 중에 편하기로는 파스타가 딱이다. 파스타는 서양식 라면이니까.

토마토 소스는 별로 땡기지 않는다.
토마토 페이스트를 만들기도 그렇고 사오자니 자주 먹지도 않고..
크림 소스는 얼마 전에 먹었으니 마땅한 게 없어 오일 파스타를 만들었다.

실력이 가장 많이 묻어나는 게 오일 파스타라지만 난 상관 없다.
요리 실력을 넘어설만큼 뛰어나게 둔감한 미각이 있으니까. 키키.

만들 음식을 미리 생각하지 않은 터라 마트에서 사 온 건 달랑 파스타 면이다.
또 저렴한 음식이 되겠군.

재료부터 공수했다.

전에 발견한 포도씨유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아직 다 먹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올리브유를 쓰지 않았다. 팬을 흠뻑 두를만큼 쓰고 되돌려 놓았다.

마늘을 찾았는데 통마늘이 없다. 윽. 그래도 다행히 양념용으로 갈아놓은 마늘이 보였다.
그래 이거면 충분하다. 한 숟가락 크게 떠왔다.

치즈가 있어야 좋은데 슬라이스 치즈밖에 없다. 덩어리로 뭉치고 눌러붙을 텐데..
그래도 정말 이것 뿐이다. 한 장 집어 왔다.

파스타 면은 적당히만 먹을 생각이었으니 60그램 정도만 삶았다.

면을 삶기 위한 소금은 작은 숟가락으로 한 술 퍼냈다. 이건 전혀 티가 안날 게다. 키키.

우리집에선 내가 자유롭게 먹을 채소 따윈 찾아볼 수가 없다. 흐흐흑.
샌드위치 만들고 남은 매우 작은 당근 조각을 발견했다. 그래 이거라도 감지덕지다.

파스타 면부터 삶았다.
100그램당 250원밖에 안하는 심하게 최저가인 싸구려 면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삶아질지 모른다.
마늘을 너무 일찍 볶아 버리면 면을 기다리는 동안 팬을 꺼두어야 하니 면만 우선 보기로 했다.

면을 삶기 위해 물에 소금부터 넣었다.
근데 소금을 안 넣는다고 막 불어버리지는 않던데.. 그래도 초짜는 시키는대로 해야한다.
소금물이니 더 높은 온도에서 끓을 게다. 조심해야지.

면은 물을 올리자마자 넣었다.
스파게티 면은 소면처럼 일부만 물에 담그고 냄비 가장자리에 부채처럼 둘러 놓는다.
해서 라면 끓일 때처럼 물이 끓은 후에 넣었다간 냄비의 가장자리에 닿아있는 면이 타버릴 수 있다.

면은 5분쯤 되니 적당히 삶아진 것 같았다. 7분짜리 면인 모양이다.
사실 면이 미끄러워 잘 안 집히니 모르겠다. 덜 삶아졌으면 팬에서 오래 볶지 뭐. 키키.

그 즈음 팬에는 오일을 뒤집어 쓴 마늘이 볶이고 있었다.
당근이랑 면이랑 적당히 볶아주니 슬슬 먹어도 될 것 같다.

치즈를 언제 넣을지가 가장 고민이다.
슬라이스 치즈라 금방 뭉쳐서 눌러붙다가 타버릴텐데..

아?
아아..
역시나 치즈는 넣지 말 걸 그랬다..

다행히 면은 기름을 잘 먹어주었다.
어차피 마늘향이랑 고소한 맛으로 먹을 테니 썩 빼어나지 않아도 괜찮다. 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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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잘못해서 느끼하면 어쩌나 지레 두려워 면을 볶을 때 오렌지를 조금 짜 넣었다.
그렇게 남은 오렌지와 함께 오일 파스타 완성.

어차피 내가 먹을 거니 더 정성을 쏟을 필요는 없다.
적당히 잘 먹었다. 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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