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의 목적지는 오이도였다.
그러나 어쩌다 흘러온 곳은 월미도.

코스를 알려주랴.
오이도를 향해 출발 -> 인천에서 버스를 갈아타려다 버스 배차 1시간 -> 그래서 인천대공원으로 이동 -> 월미도로 이동 -> 마땅히 할 게 없어서 영종도로 이동 -> 밥 먹으러 인천공항으로 이동 -> 공항에서 밥 먹고 집으로 이동.
다음부턴 뭐든 미리 잘 알아보고 움직이겠다고 다짐을 했다.



월미도에는 디스코 팡팡이 유명하지만 그걸 탈 시간은 없었고
대신 굉장히 진귀한 고양이를 발견했다.

예전에 학동역으로 회사를 다닐 때
화로굴뚝이라는 식당에 견생무상을 느끼는 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그와 같은 레벨로 수행하는 고양이다. (절대 죽은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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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덮긴 했지만 이건 내가 아는 고양이의 모습이 아니다.
('덮다'는 덮밥만큼 뜨겁게 덥다고 강조하기 위함이다. ㅎㅎ)
그러나 제발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자줘..


그런데 이 녀석 잠깐 다른 곳에 다녀온 사이에 장소를 옮겨 있었다.
자의에 의해 움직인 게 아니라 주인이 옮겨 놓은 게 분명한데
저런 행태의 고양이라면 들어서 놓는 동안 목도리처럼 늘어졌음에 틀림없다.
상상만해도 아오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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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방식으로 다리를 괴고 자는 게 아니라 사람의 모습으로 팔을 괴고 잔다.
아아.. 오공의 두번째 스승인 카린님의 후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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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녀석이지만 눈을 스윽 뜨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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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면 이렇게 자야지 말이야.
사람을 겨우 베개 정도로 여기면서. 시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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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말로는 "고양이는 여우 같다. 개는 개 같고"
( 찬조 출연. 헤이리 귀족 고양이. )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친구가 나보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거.. ㅎㅎ
카메라 사용법만 익숙했다면 좋은 사진을 많이 얻었을 게다.
이제는 전부 친구가 찍은 사진이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니까 내가 함부로 해석하면 안된다. 그러니 사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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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나온 사진은 뭐 내 맘대로 써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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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이 길을 낼 것이고 영혼이 길을 안내할 것이다.
굳은 의지로 자아를 찾으려 정처없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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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국엔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터벅터벅 돌아선다.
(하지만 길이 점점 밝아지는 건 복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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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한 건 생각지 못한 사이에,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 의해서였다.
이렇게 날 찾고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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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저무는 고단한 시간에도 편안한 웃음이 지어진다.


어딘지 서양 고전 문학의 모티브 같지 않아. ㅎㅎ
아 재밌네. 우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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