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며 열심히 출근하여 이제 셔틀 버스에서 내릴 때가 되었다.

그런데 음..
아 내리는 곳이 여러군데라는 걸 또 안 가르쳐준 거 아냐.
HR팀에겐 당연한 게 신규입사자에겐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으으.

버스가 서길래 그냥 내렸는데 아직 내가 내릴 곳이 아닌 게다.
난 마지막 지점에서 내려야 했으니까.

결국 엄한 곳에서 내려버린 나.
계속 주위를 둘러본다. 경기도 처음 온 촌놈 마냥.
근데 아무리 봐도 없다. 없어.
당연하다. 여기가 아니니까.

다행히 셔틀이 줄줄이 오니까 그 중 한 개를 잡아타고 다시 가면 된다.
그렇게 난 드디어 회사에 입성했다.
출근 미션 성공.

HR팀에서 면접실로 오라고 했으니까 가보자.
임시출입증을 받아서 올라갔다.
아.. 근데 10시 10분까지 오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담당자가 10시 10분에 나타나는 거였구나.
지금은 9시 36분. 내가 젤 먼저 왔다.

가만 기다리고 있자니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 HR팀 담당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 한두명이 왔을 땐 서로 뻘쭘을 몸에 장착하고 멀뚱히 섰다.
보아하니 신규입사자인 거 뻔하구만 뭘. 왜 저리 불편해 할까.
나만 유난히 편해보였다. 난 그냥 안내데스크에 팔을 괴고 혼자 놀았다.
넘기는 달력이 지난 금요일 퇴근 날짜로 되어 있길래 날짜와 요일을 맞춰주고
달력에 적어논 누군가의 데이트 약속을 본의 아니게 살짝 보고는
다시 사람들을 구경했다.

조금 지나니 사람들이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아 오늘 입사자가 이렇게 많았구나. 14명. 오늘 유난히 많단다.
케이준은 오늘부로 14명의 후배가 생긴다. ㅎㅎ
'케이준이랑 같이 다니면 좋을 텐데..'하는 생각을 잠시하며 또 딴청을 피웠다.
이준 선배는 중국 법인이니까 볼 일이 없다. 아쉽게.
그리고 10시 10분이 되자 담당자가 나타났다.

신규입사자는 약간의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연봉 계약을 했다.
14명이 연봉계약을 각자하니까 점심 시간이 다 되어야 끝났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팀장님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번엔 사람이 많아서 HR팀에서 직접 데려다 주지 않는단다. ㅋ
그래서 유치원 시스템이다.
유치원생이 등록하고 앉아 있으면 장미반 선생님이 와서 데려가고 햇님반 선생님이 와서 데려간다.

근데 우리 팀장님은 늦게 오신다.
한 열명쯤 각자의 팀장 선생님이 와서 데려가는 걸 보자니 개발자 유머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개발자들이 드럼통에 장작을 지펴 불을 쬐고 있으면 봉고차 한 대가 온다.
그리고 외친다. '자바 두 명 타요!'
아 왜 이게 생각날까. ㅎㅎ

그러는 동안 옆 방에서는 면접을 진행 중이었다.
14명이 연봉계약 중이라 어수선했으니 이 날 면접자는 덜 떨렸을 게다.

그리고 신규입사자에게 주는 웰컴팩을 받았다. 아하 이게 그 웰컴팩이구나.
근데 웰컴팩 노트에 손을 베었다. 완전 날카로운 새 거를 주는구나. 멋지다. 아 아픈 웰컴.

팀 분위기는 이전 회사의 팀과 너무도 비슷하다.
심지어 생활 패턴에 성향까지 거의 같다.
술, 담배 별로 안 하고 회식도 급작스레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 ㅎ
밥 먹을 때 안 따라오면 버리고 가는 것 마저. ㅋㅋ
성향이 비슷하니까 편하고 좋다.

자 이제 회사에 뭐가 있나 둘러봐야지.
당분간은 안 지루하겠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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