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과 같이 두 개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업체에서
돌이킬 수 없는 정책 실패는 집중 투자에서 비롯한다.

강점을 더 강화하는 것은 좋으나 보통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약한 부분에 들어갈 비용마저 빼서 강점을 위해 쏟아 붓는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돌이킬 수 없는 사용자 이탈을 가져오고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사실 사용자가 서비스를 병행해서 쓸 때가 가장 위험하다.
뉴스는 네이트에서 보고 검색은 네이버에서 하는 식이다.
이런 경우는 살짝만 흔들리면 약점을 보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대로 사용자 이탈이 생긴다.
양다리가 헤어지기 쉬운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잘 하는 쪽을 밀어주고 입지를 다지자는 단기적인 생각이 실패를 부르는 것이다.
어떤 서비스도 끝까지 잘 할 수는 없다.
환경이 변하고 사용자가 변하는데 새로운 서비스로 대체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

지금 주력하는 서비스가 언젠가는 후순위 서비스가 될 것이며
새로운 서비스로 넘어갔을 때 그 입지가 그대로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데 이 때 사용자가 경쟁사의 서비스를 병행해서 쓰고 있었다면
이탈이 발생하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도 아주 눈에 띄게.

그래서 특정 서비스가 아니라 플랫폼에 충성도가 높은 사용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경영진들은 서비스에 무지해서 그런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금은 이 서비스가 중요하니까 여기에 다 쏟아부어.'
그러나 결국 그 결정 때문에 다른 곳에 구멍이 나서 사용자는 더 빠져나간다.

일례로 네이트가 시맨틱 검색을 주력한다고 몰아붙이는 바람에
그 중요한 시기에 모바일과 SNS 시장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고
덕분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는 동안 싸이월드는 아무것도 못했다.

네이트온 역시 다른 서비스를 도와준답시고 여기저기 공간을 내어주다 잡스럽게 덩치만 커졌는데
네이트온과 병행해서 쓸만한 대체 서비스가 있었다면 아마 크게 휘둘렸을 것이다.

뭐든 병행해서 쓸 때가 가장 문제고 제일 어렵다.
사용자가 여러 업체의 서비스를 나눠쓰게 만들지 않는 것이 첫번째이나
그것을 막지 못했다면 겸손하게 약점을 보완해야지 함부로 주력을 선정해서 올인해서는 안 된다.


Trackbacks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