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이사는 엠파스 시절부터 보았던 분이라 능력을 조금은 안다.
당시에 적어도 손으로 컨텐츠를 관리하는 건 네이버보다 엠파스가 더 잘했다.
(인력 규모가 많이 다른데 엠파스는 그 적은 인원으로 수작업을 다 해냈으니까.. 으흐)
그곳을 관리하던 분이니 네이버에서는 더 잘 하시리라 짐작하고 있다.
여하튼 컨텐츠 검색은 분명 네이버를 따를 곳이 없다.

그런데 요즘 네이버 컨텐츠 검색을 보면 부족한 게 한 가지 보인다.
바로 스토리 텔링이다.

좋은 컨텐츠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좋은 볼거리는 주지 못하고 있다.
컨텐츠에 줄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디씨인사이드가 게임도 아닌데 그 많은 폐인을 어떻게 쥐고 있겠는가.
그게 다 모르는 사이에 스토리 텔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갤러리의 글을 꺼내어 읽어보면 도대체 이게 왜 재밌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열광하고 매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이건 흡사 종교적 집착에 가깝다.
그들이 그간 주고 받았던 스토리가 지금의 글에 영향을 미쳐 재미를 주는 것이다.

뉴스를 보다가 어느 야구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는 기사를 읽는다.
관심 없는 사람에게는 그냥 단순한 사실 관계를 적은 글일 뿐이라 재미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선수가 해온 경기를 지켜본 사람은 기사에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이게 바로 컨텐츠에 부여되는 스토리 텔링이다.

우리는 맛집을 왜 블로그에서 검색할까.
훨씬 더 정확한 뉴스 기사가 아니고 왜 한 개인의 글에서?
블로그에는 작성자가 그 맛집을 다녀온 줄거리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기사에서는 기껏해야 기자가 편안히 대접받고 온 스토리 외에 뭐가 있겠는가.

지식인도 스토리 텔링이 담긴 컨텐츠였다.
(요즘은 줄거리 없이 던져진 광고 글 때문에 가치가 거의 없지만..)
누군가가 질문을 했고 그에 대한 이해를 한 사람이 있었고 그가 답변을 달았다.
그리고 우리는 질문자와 같은 것을 궁금해하는 스토리를 겪고 있다.
자연스럽게 스토리 텔링이 이루어지고 그 글은 가치있는 컨텐츠가 된다.
알바가 쓴 답변 글을 보면 드라마를 보던 중 느닷없이 나오는 중간 광고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스토리 텔링이 있고 없음의 차이를 우리는 이미 다 느끼고 있다.

컨텐츠에는 줄거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
한 때(정보검색사 따위가 존재하던 시기)는 지식를 발견하는 게 검색의 목적이었고
또 한 동안(평범한 사용자도 스크랩이란 걸 하던 시절)은 고급의 컨텐츠를 얻는 게 검색의 본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심심하지 않기 위해 검색을 하는 시대다.
사람들은 생활을 하면서 검색을 한다. 살아가는 과정 속에 검색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가는 모든 과정에는 줄거리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떡볶이를 만들기 위해 조리법을 찾더라도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화끈한 떡볶이'와 '아이가 좋아하는 영양 간식 떡볶이'는 확연히 구분된다.
완전히 다른 스토리 텔링이 담겨있기에 전혀 다른 컨텐츠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떡볶이 레시피'보다 '누구를 위한', '어떤 상황에 대한'이 키워드인 시대다.

앞으로는 검색 결과에 반드시 스토리 텔링이 있어야 한다.
그럼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는 게 좋을까.
내가 보기에는 시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검색 연구자들은 '검색하는 사람'을 연구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에 대해 연구할 때가 되었다.

어떤 스토리 위에서 컨텐츠를 만드는가.
이것을 알면 그가 만든 컨텐츠에 스토리 텔링을 입힐 수 있다.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분명히 스토리 텔링을 하고 있지만
자신이 줄거리를 담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그것을 찾아내어 매개해 주는 것이 검색이 해야할 다음 단계이다. 

'감기'라는 키워드에 위키 페이지를 보여준다면 이보다 정확할 수가 없다.
키워드와 컨텐츠의 연관도 점수는 100%일 것이고 문서 품질도 상위 등급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난 감기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지금 당장 배즙이나 생강차 끓이는 법이 더 절실하다.
생활 속에서 검색하는 사람들에겐 '좋은 컨텐츠'보다 '적절한 컨텐츠'가 더 고품질의 컨텐츠이다.

스토리 텔링이 담긴 컨텐츠를 제공하는 것.
이게 진짜 시맨틱이다.





덧붙여,
조금 다른 맥락에서 스토리 텔링을 한 경우도 있다.
검색 기획자인 신지 누나가 올림픽 때 한 작업인데 메달 획득 정보에 격려 메세지를 넣은 것이다.
어떤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는 컨텐츠는 그냥 사실 관계에 따른 정보일 뿐이다.
그러나 그 컨텐츠에 선수에 대한 격려의 메세지를 넣는 단순한 작업 하나로
그 선수가 해왔던 노력과 그 경기를 지켜봤던 관중의 스토리를 컨텐츠에 녹일 수 있었다.
컨텐츠에서 스토리를 꺼낸 것이 아니라 컨텐츠 외부에서 스토리 텔링을 직접 입힌 것인데
이것도 컨텐츠에 스토리 텔링을 담아내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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