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IT 기업 구글이 유독 한국에서만 약세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매우 강세다.

한국에는 인터넷 사용자가 매우 많고
그 사용자 대부분이 네이버를 쓰고 있고
구글은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구글은 한국에서 네이버에 밀린다.
..라고 말한다면 그건 분석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들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한국은 단지 IT 인프라 강국일 뿐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그 말이 맞다고 본다.

한국엔 인터넷 사용자가 많은게 아니라
'네이버 사용자'나 '싸이월드 사용자' 또는 '게임 사용자'가 많은 것이다.

순수하게 인터넷 사용자를 가린다면
수많은 웹 서비스를 인지하고 자신의 기호도 반영하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이를테면 나는 프링글스의 소비자이기는 하지만
미국 과자의 소비자 층은 아니다.
(매우 적합한 예인것만 같다. >.< )

싸이월드 사용자가 모두 다 웹 사용자일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웹 서비스라고는 단지 '싸이월드 밖에'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컴퓨터 학원에서도
인터넷이라고는 야후 꾸러기 밖에 못하는 어린이가 있었다.
과연 이들이 순수한 웹 소비자인가?

물론 잠재적으로 다양한 웹 서비스의 소비자이고
지금 당장도 웹 사용자로 분류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구글의 한국 진출을 얘기할 때 만큼은 그렇지 않다.

다른 웹 서비스가 어떤 것이 있는 지는 관심이 없지만
싸이월드를 하는 재미는 알기 때문에 단지 싸이월드만 한다면
그 사람은 '웹 사용자'가 아니라 '싸이월드 사용자'인 게다.

검색엔진도 마찬가지이다.
구글이나 다음 검색이 어떤 목적으로 어찌 쓰이면 좋은지 익히기 전에
애당초 그럴 관심조차 없다면 그 사람은 검색엔진 사용자로 볼 수 없다.
그저 '네이버 사용자'인 것이다.

웹 사용자의 레벨을 낮추어 분류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를 나누는 이유는 이들이 전환 불가한 영역의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싸이월드나 네이버는 웹 서비스의 부분 집합이 아니다.
웹 서비스라는 영역과 싸이월드라는 영역과 네이버 서비스라는 영역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의 경제 규모에서는 웹 서비스 산업과 네이버 산업은 분류 코드가 달라야만 한다..)

오히려 내가 나누고자 하는 것은 자용자가 아니라 시장 분석가의 레벨이다.
'싸이월드와 네이버의 사용자가 이 만큼 있으니 한국 웹 서비스 산업 규모는 이 정도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사용 대상층을 분석하지 못한 것임에 틀림 없다.
(아직도 여전히 싸이월드 이외에는 어떤한 인터넷 작업도 못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가 싸이월드와 네이버 사용자 모두를
웹 서비스 사용자 내지는 검색엔진 사용자로 보고 있으니
우리나라 웹 규모가 매우 큰 것처럼 과장되는 것이다.

사실 한국 웹 서비스 규모는 알려진 만큼 그렇게는 크지 않다.
네이버 사용자는 단지 네이버 사용자일 뿐 완연한 검색엔진 사용자가 아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구글의 대상으로 삼을 판이 아닌 게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 구글은 네이버보다 이용률 면에서 성공하였다.
네이버가 대상 사용자(한국형 포털 사용자)의 70% 를 점유했다면
구글은 대상 사용자(문서 검색 사용자)의 90% 이상을 점유한 것으로 보인다.
단지 구글 코리아의 대상 사용자 수가 네이버에 비해 월등히 적었던 것 뿐이다.
(70% 나 90% 는 그냥 이를테면 그렇다는 것이다. 수치는 흘려 듣자.)

그러나 '네이버 사용자'의 대상층이 구글이 경쟁해야 할 영역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구글이 해야할 일은 대상층의 범위를 지금보다 넓히는 것이다.

구글도 점점 한국형 포털의 모양새를 닮아가고 있지 않은가.
대상 사용자 내에서의 이용률은 구글이 네이버보다 훨씬 높다.
구글이 네이버와 대상층을 공유하여 경쟁을 한다면
한국에서 구글이 약세라는 평가는 지금과 사뭇 달라질 수도 있다.

네이버, 구글 또는 다른 서비스 중 누가 승자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웹 서비스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테니
나는 마냥 좋기만 하다.

----------======== 여기까지가 본문입니다. ========----------

(술렁술렁 썼더니 글의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것 같아 본문 뒤에 글을 덧붙입니다.)

이 글의 요지는 구글이 네이버에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입니다.
우선 구글은 한국의 포털 전체를 타겟으로 삼지 않았고,
네이버의 사용자 중에는 '웹 서비스의 사용자'가 아닌 '독립적인 네이버 사용자'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폄하의 의미에서가 아니라 네이버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는 사람을 일컫는 것입니다.)
따라서 네이버와 구글은 대상 소비자가 다릅니다.
(당연히 앞으로는 대상층을 공유하고 경쟁을 하겠지요. 원론을 부정하려는 게 아닙니다.
현재까지 구글이 한국에 진출한 딱 그 만큼의 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지요.)

이를테면 이런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시장 점유율이 높으니까 쿠쿠 밥솥이 밀린다.'라고 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죠.
왜냐하면 쿠쿠홈시스는 삼성전자 소비자의 전부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밥솥 시장에서만 비교를 해야 하는 것이죠.

구글과 네이버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까지 구글과 네이버의 마켓 쉐어는 서로간에 거의 상관이 없었습니다.
한국형 포털 검색과 문서 검색은 영역이 전혀 다르고
구글과 네이버는 서비스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만약 네이버의 웹 문서 검색 서비스의 점유율과
구글 검색의 점유율을 비교한다면 구글이 월등히 높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무의미한 비교는 아무도 하지 않지요.
그런데 유독 네이버 검색과 구글 검색 점유율은 비교를 자주 합니다.
사업 영역 대 영역에 대한 비교보다 업체 대 업체 비교를 하는 것이
물론 훨씬 더 재밌겠지요.

사용자 층에 대한 비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 사용자 중 일부는 말 그대로 네이버 사용자입니다.
웹 서비스 시장의 마켓 쉐어에 전혀 포함되지 않은 사용자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네이버 사용자'는 '웹 사용자'가 아니라는 역설도 그런 의미로 한 표현입니다.
(캐쥬얼 유저에 대한 폄하가 절대 아닙니다.)

인터넷을 이용할 생각이 전혀 없고 다만 싸이월드만 하려는 사람에게
더 좋은 웹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건 '의사에게 호출기 대신 그보다 더 좋은 핸드폰을 쓰게 만들자. 그들은 우리의 잠재 고객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지요.
의사에게 핸드폰이 필요 상품이 아니듯이
웹 서비스에는 관심없고 '싸이월드만' 하는 사람에게 웹 서비스는 상품 영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이 잠재적인 사용자라는건 저도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 호출에 핸드폰이 진출하기 전까지 의사는 핸드폰의 시장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제가 언급한 사용자는
(원론적으로 잠재적인 소비자라는 것은 저 또한 잘 알고 있지만)
두 서비스 간의 시장 점유율을 분석하고 있는 시점에서 비교할 대상층은 아닌 것입니다.

이를 분류하기 위해 단일 서비스만  이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언급을 한 것이고
격하의 내용은 전혀 담지 않았습니다.

이제 곧 구글도 한국 시장에서 네이버와 동일한 대상층을 두고 경쟁을 하겠지요.
그때가 되면 구글의 점유율이 떨어질 때 한국 시장에서 구글이 밀린다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구글과 네이버의 사업 영역이 거의 겹치지 않습니다.
아직은 '네이버가 구글을 이기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구글과 네이버가 동시에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용자를 범주로 두고
그 안에서 강세가 누구인지를 따져야 시장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덧붙여,
저는 구글을 좋아는 하지만 구글 신봉자는 아닙니다. 물론 네이버 안티도 아니고요.
저는 웹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현재의 시장과 시장 점유를
정확히 파악하고자 고민했을 뿐입니다.

정리 없이 글을 썼더니 오해가 빚어지는 것 같아 본문 위에 글을 덧붙였습니다.
제 글을 읽고 의견을 붙여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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