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박스와 라이너의 글을 종종 읽는다.

라이너 쪽은 연애감정을 너무 고상하게 포장해서
고리타분하고 비현실적인 얘기를 많이 하지만
그런 만큼 성실한 사람에겐 흡족한 얘기가 좀 있고.
어쨌든 웃으며 설득하려 애쓴다.

스타일박스는 편향된 욕구를 너무 대놓고 적어
여러모로 매우 거북하지만 정곡을 잘 찌른다.
숨은 종기가 더 위험한 법으로
막 뱉는 말이지만 필요한 극약처방이 있게 마련이니까.
글도 좀 잘 쓰고.

그런데 이들 둘 다 한 쪽으로 편향된지라
솔직하면서 동시에 진중한 중도적인 해설은 찾기가 어렵다.
푸루구 질게의 곰님 질문글이 유명해서 읽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재미가 아니면 교훈인지라 딱 평범한 사람을 말하지는 않더라.
사실 평균에 속하는 사람을 말하는 게 가장 지루한 일이긴 하다.

그래서 속 깊은 놈을 상정하고 내가 대신 말하자면,

남자는 굳이 더치를 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사주는 밥이 맛있는 건지, 나와 하는 식사가 즐거운 건지
어느 쪽인지가 신경 쓰이는 거다.

전자라면 다른 남자가 사주는 밥도 달고 맛있을 것이니까.
아낀 밥값으로 나간 술자리도 하염없이 즐거울 것이고
그렇게 산 원피스 덕분에 다른 남자한테 듣는
예쁘다는 말도 기꺼이 기분 좋을 것이니까.

내가 잘 해주는 게 좋은 건지, 잘 해주는 게 나라서 좋은 건지
남자에게 이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남자가 그다지 소심한 동물은 아니지만
자기 여자의 심경에는 극도로 예민하니까.

데이트 비용이야 얼마든지 100% 다 낼 수도 있지만
남자의 마음에 남는 차액을 여자가 결제하느냐 아니냐는 차이가 크다.
여자의 사소한 태도가 후자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정말 사랑하는 남자를 파산으로 몰고가는 여자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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