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짐작하고 있던 일이 발생했다.
윈도우즈 플랫폼의 대대적인 변혁을 담고 있는 윈도우즈 비스타의 출시로 인해 맞게될 파장 말이다.
큰 소동이야 안벌어지겠지만 귀찮음이야말로 사용성을 가장 저해하는 요소이니, 이 정도면 실로 막대한 것 아니겠는가.
개발자들의 귀차니즘을 자극하고 사용자들의 불만을 촉발할 기반이 제공되었으니 대란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모두들 익히 알고 있는 바,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초기 사용자가 베타테스터가 된다는 것과
한국 웹 환경이 지나치게 Active X 에 의존적이라는 것과
이로 인해 윈도우 비스타가 출시되면 엄청난 불안정을 겪게된다는 것.

그러나 알고 있어봐야 속수무책이다.
비스타가 출시가 되어야 거기에 맞춰서 변경이 가능한 것이니까 지금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제부터 비스타에 적응해 가야하는데 여기서부터는 속도전이다.
비스타가 확산되기 전에 해결하지 못하면 결과는 둘 중 하나다.
서비스센터에 전화가 빗발치거나, 사용자가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야하거나.

업계 직원들의 고충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 근원이 웹 기업의 안일함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웹 표준화와 기반 환경의 확립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굉장히 큰 규모로 주장되어 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지키지 않았던 것은 서비스 개발의 주체인 웹 기업 쪽이다.
서비스 제공자 측에서 사용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Active X 만을 숭배해 왔으니,
Active X 가 무너져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한 책임은 그들이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그들의 손해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용자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안 서비스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지간한 서비스가 죄다 Active X 만을 지원하다보니,
서비스의 표준화에 의지가 강한 사용자들조차도 보이콧의 의지를 표현할 방법이 없었고,
지금은 Active X 에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적으로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게되고 말았다.

결국 Active X 를 신봉했던 웹 서비스들 덕분에 사용자마저 빠져나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친구 하나가 인증센터 개발 일을 하고 있다.
지금 비스타에서 Active X 가 작동되게 하기 위하여 기를 쓰고 있는데,
입사한지 5개월밖에 안된 녀석이 새 OS에 포팅하는 작업을 맡았다니,
얼마나 많은 곳에서 비스타 적용 업무를 하고 있을지 알만하다.

그래서 나는 웬만큼 안정화 될 때까지 비스타를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비스타가 쓸모가 없어서가 아니라.
적어도 아직은 인터넷 뱅킹을 하다가 OS를 다시 깔고 싶은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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