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주민등록번호를 저장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뉴스 기사 사진을 보니까 허리 숙이고 사과하는 모습이 꼭 일본인 같더만.

근데 저런 가시(식)적이고 정치적인 대응은 사실 별로 관심 없다.
어차피 그들의 태도가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

오히려 주민등록번호를 저장 안 하느라 생기는 불편함만 걱정이다.
아이디를 잊으면 뭘로 어떻게 찾는가 말이다.
외국 사이트에서 아이디를 잊으면 새로 만드는 수 밖에 없다.
이메일 주소도 스팸이 몰려서 종종 바꾸기 때문에
가입할 때 적었던 메일로 기억나지 않거든. 그 메일 암호를 잊기도 하고.

사실 주민등록번호로 딱히 뭘 할 수 도 없을 뿐더러
이미 다 퍼진 게 내 주민등록번호라 그런 것쯤 유출된다고 신경쓰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미 다 뿌려놓고 지금 저장 안 하겠다는 게 무슨 논리인지도 모르겠고.

가입할 때 주소를 적으라느니 전화번호를 적으라느니
되도 않는 걸 요구해서 짜증이 날 뿐
주민등록번호 인증은 별 불쾌함 없이 하고 있다.
워낙 아이디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세상이라
내가 아이디를 잊을 확률이 꽤 높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써 본 적도 없는 아줌마들이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자꾸 밥그릇 키울려고 엄한 주장을 펼쳐 여론으로 만들지만
유령아이디가 늘어나면 사용자도 얼마나 불편한데.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대안을 찾으면 되지 않느냐고 떠들어대지만
아이핀 따위로 세금을 내다버리는 짓만 할 줄 알지 아무도 대안을 찾지 못한다.
당연하다. 대안이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개인을 식별하려면 식별번호가 필요하다. 그게 주민등록번호다.
새로운 식별정보를 만들어 내봐야 주민등록번호랑 똑같이 개인정보다.
해봐야 삽질이고 주민등록번호가 할 일은 주민등록번호에게 맡기면 된다.

통장 비밀번호와 같은 것은 "인증정보"이다.
그리고 주민등록번호는 집주소처럼 "식별정보"이다.
도둑 들지 말라고 집주소를 숨기는 사람도 있는가.
주민등록번호는 "식별번호"지 "은닉정보"가 아니다.
남의 인권과 편익엔 관심도 없는 인권기관 사람들 만큼이나
개인정보를 과잉 보호하려는 사람들도 갑갑스럽다.

그러나 진짜 웃기는 건 SK커뮤니케이션즈다.
사고 안 난다고 막무가내로 억지부리던 때야 원래 저런다 싶었지만
사고나니까 대응책이라고 억지로 만들어내는데 정치인이랑 똑같다.

사건을 계기로 더 좋은 방향을 찾는 건 좋은 모습.
그리고 모두가 이미 속내를 아는 뻔한 행동을 하는 건 그들의 모습.

보호해야 할 것은 식별번호가 아니라 진짜 개인정보다.
체계를 더 철저히 하고 내용을 더 강하게 보호해야지.
대문은 안 잠궈놓고 집주소를 숨기려고 하는 격이다.

주민등록번호는 어차피 남들 다 보는 거고
사람들이 올린 글이나 사진이 개인정보 아닌가.

사실 주소쯤 버린다고 문제가 있나.
주민등록번호 저장 안 하면 유령 사용자와 함게 사용자 수가 늘 뿐이다.
불편한 건 아이디를 잊은 사용자이고 업체가 불편할 거 뭐 있나. 까짓.

주소는 수집 안 한 다면서 전화번호는 왜 언급 안 할까.
돈이 되는 정보라는 건 따로 있다는 게다.
그게 바로 개인정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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