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방은 작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티비와 공기청정기도 있고요. 
녹차를 끓여 마시라고 포트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명종 시계가 있는 게 귀여웠어요. 
휴지 포장도 귀엽습니다. Baby MARON.

비옷은 말리려고 옷걸이에 걸어놨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깜박 잊고 두고 나왔어요. 비 오는 시즌인데 흑.

일본에 와서 여러번 궁금했던 건 쓰레기통입니다.
어딜 가나 타는 것과 타지 않는 것으로 분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종이나 캔 등으로 분리하는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네요.
손에 든 걸 어느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지 여러번 고민했습니다.


자 이제 짐을 내려놓았으니

저녁을 먹으러 나가야겠지요.

밖으로 나갑니다.


 


그런데 딱히 알아둔 식당이 없습니다.


역 맞은편에 상가가 있긴 한데요.

이미 다들 퇴근해서 문을 연 곳은 요기 안 될 듯한 이자까야 뿐입니다.


결국 지하도를 건너 다시 역쪽으로 돌아옵니다.

지하도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해서 놀랐어요.

일본의 국민성은 이런 게 참 대단합니다.


 


지하도 구석에는 바닥에 앉아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노래를 잘 하지는 못하더군요.


지하도 벽면에는 광고판이 있는데요.

특이하게 사진만 붙이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공간이 있습니다.


 


자위대 모집 공고인 듯 했습니다. 피클군과 파슬리짱인가요..

광고 전단 밑에 캐릭터들이 주룩 서 있었습니다.


 


무슨 광고인지는 모르지만 특이합니다. 기모노나 유카타 가게일까요.

어찌되었든 저녁을 먹어야하므로 광고는 그만 보고 지하도를 빠져나왔습니다.


돗토리역에는 자그마한 상가가 붙어있습니다. 10시까지 운영을 하더군요.

그래서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일본에 오기 전에는 방사능 때문에 절대 해산물을 먹지 않으려 했는데

돗도리현은 동해와 접해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며 초밥을 먹기로 했지요.

마땅히 먹을 게 없었거든요.


돗도리현은 동해와 접해있으니.


 


그렇게 들어온 곳은 '도레도레 시장 일본해'...

첫 글에 돗토리현이 시마네현 바로 옆이라고 말씀드렸죠.

이 동네에는 유난히 일본해라는 일식집이 많더군요.


그러나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이 동네는 마땅히 먹을 게 없어요.



천엔 짜리 초밥 세트를 먹었습니다. 

세트 이름도 "일본해 정식"이네요.

스티커 인쇄기가 있어서 동해 세트로 바꿔놓고 왔다면 좋았을 텐데요.


당시 환율로 정확히 15,000원입니다.

구성은 초밥 8개, 모밀소바, 계란찜과 가지절임입니다.



그래도 맛은 굉장히 좋더군요.

확실히 일본이 한국보단 일식을 잘 만드네요.


이렇게 잘 먹고는 

바다 도둑놈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또 다른 범죄자가 있더군요.

좀 놀라서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몽타쥬 때문이지요.

진짜로 범죄자처럼 생겼습니다. 실제 얼굴이 저럴까요.


히로시마현에서 여고생을 죽인 모양입니다.

그냥 죽이지만은 않았겠죠. 끔찍하네요.

찬찬히 얼굴을 외웠습니다. 여행 3일 동안 만날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는 또다른 끔찍함을 떠올리며 갔습니다.

반딧불(ホタル, 호타루) 축제를 보러요.


저에게는 일본과 반딧불이 합쳐지면 매우 끔찍한 느낌이거든요.

'반딧불의 묘'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는데

제가 태어나서 본 애니메이션 중에 가장 끔찍한 작품입니다.

메스꺼울 만큼 찜찜한 기분이 들고 싶어지면 한 번 보세요.


여튼 각설하고 이제 출발합니다. 부릉부릉.

버스를 탈 거예요.

일본 버스는 처음 타봐서 도끼도끼(두근두근)합니다.


일본 버스는 거리비례요금제이지만

우리가 타려는 버스는 쿠루리(くる梨)라는 이름의 귀엽게 생긴 100엔 정액 버스입니다.



전광판에 100엔이라고 찍힌 것 보이시죠.

보통 때는 탑승 정류장 번호에 따라 요금이 찍히지만 반딧불 축제 기간 동안은 무조건 100엔입니다. 

순환 버스니까 빙글빙글 돌아서 제자리로 옵니다.


반딧불 축제를 하는 곳은 樗谿神社(오오찌다니 진쟈)입니다.

저 이번에 내려요.



돗토리시에서는 6월 중순에 2주 정도 반딧불 축제를 하는데요.

사실 축제라고 할 규모는 아니고요.

그냥 작은 공원에 불을 다 꺼놓고 길을 걸을 수 있게 해놨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오지만 기대는 됩니다.

들어가볼까요.



반디는 야행성이라네요. 밝은 빛을 내지 말랍니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불도 다 꺼져 있고요. 아주 희미한 조명만 발 밑을 안내합니다.

카메라 플래시도 터뜨리면 안되겠죠. 안타깝게도 사진은 찍을 수가 없어요.


도시 촌놈이라 태어나서 반딧불을 처음 봅니다. 창피하네요.

실제로 보는 반딧불은 참 아름답더군요.


고요하다가 반디가 움직이는 찰나에만 빛이 보입니다.

움직임이 있는 순간에 정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요.

숨죽이고 있다가 반딧불이 보이면 또 숨을 움켜쥐고 참지요.


공원 안 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연못이 있는데요.

그 곳이 명당입니다. 걷기 싫다고 돌아오면 낭패예요.

연못 위로 나는 빛의 점들이 매우 멋집니다.


아쉽게도 우리가 간 날은 비가 와서 반딧불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나름 기분 좋게 즐기고 왔습니다.


다시 쿠루리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에도 비가 내렸지요.

비옷을 입었지만 슬쩍슬쩍 젖어서 축축하고 꿉꿉하네요.

호텔로 돌아가서는 온천욕을 할 생각입니다.


우리가 묵는 호텔은 조식과 온천이 포함입니다.

온천이라고 해봐야 작은 목욕탕이지만 

여행 중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잔다는 게 얼마나 개운한가요.


그러나 알아둬야 할 게 있습니다.

일본 온천은 남탕과 여탕을 번갈아 바꾼다는 걸 아시죠.

남자가 이용하는 시간과 여자가 이용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입구에 써 있기는 하겠지만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미리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체크인 할 때 물어보세요.

말이 안 통해도 '온센(温泉)'이라는 단어만 계속 말하면 안내해 줄 겁니다.


그리고 제가 묵은 곳은 슈퍼호텔 돗토리에끼마에(鳥取驛前, 역 앞) 지점.

실제로는 역 뒤처럼 보이지만 광장이 있는 쪽이 앞인가봅니다.

그렇게 치면 버스정류장과 식당가가 있는 쪽이 역 뒤입니다.


어찌되었든 온천욕을 하려면 돗토리키타구찌(鳥取驛北口, 북쪽 출구) 지점으로 가야합니다.

돗토리역에는 두 개의 슈퍼호텔이 있거든요.

에끼마에점 투숙객은 키타구찌점에 가서 온천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슈퍼호텔 간판은 일본 특유의 눈에 띄는 디자인이거든요.
쓸데없이 과하게 노란 바탕에 커다랗게 가타가나가 써 있으면 자세히 읽어보세요.
슈퍼 호텔(ス-パ-ホテル)일 겁니다.
역 뒤쪽 출구로 나와서 왼쪽으로 3분쯤 걸어가면 보입니다.


매니저들은 영어가 통하니 간단한 건 물어볼 수 있지만

밤에는 매니저가 퇴근해서 있을지 없을지 모릅니다.

누가 있더라도 아까 알려드린 단어만 계속 말하면 안내해 줄 겁니다. 

'온센' 말이죠. 그저 목욕탕 위치만 알면 되잖아요.


아 온천욕은 개운합니다.

몸도 풀었으니 이제 자야겠죠.


내일은 2천엔 버스투어입니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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