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투어는 쿠라요시역 바로 앞에서 시작합니다.

투어가 끝나면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니 

다음 동선은 JR선을 기준으로 짜면됩니다.


버스 투어는 한국과 비슷합니다.

서울 버스 투어로 인사동과 삼청동을 구경하고 

밥 먹고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딱 맞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닌데요.

명소 찍고 오기를 좋아하는 한국식 여행객에겐 시간이 아까울 수도 있지만

그들의 사는 모습을 느끼고 오는 게 목적이라면 꽤 좋습니다.

비용도 단돈 2천엔이라 가격대비 성능도 좋습니다. 

저는 이 정도면 만족스럽네요.





우리나라의 버스 투어가 중국인 대상인 것처럼

이것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어서 현지인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안내도 하고요. 한국인 가이드가 붙어서 불편함이 전혀 없습니다.


아테나라는 드라마 촬영 이후 돗토리현은 한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입니다.

어제의 3천엔 택시 투어도 그렇고, 지금 하려는 2천엔 버스 투어도 

이윤이 남을 만한 가격으로 보이지 않아서

현지 관광청의 지원이 있지 않은가 추측해봅니다.


물론 덕분에 저는 좋지요. 



버스 투어를 시작하면 기념품을 몇 개 줍니다.

뭐 간직해 올 만한 정도는 아니고요.

재미로 주는 거예요.


우선 투어 관광객이라는 걸 알아 볼 수 있게 뱃지를 줍니다.





달고 다니기에 부끄러운 모양이라 하지는 않았는데요.

이게 있으면 그날 몇 가지 기념품 점에서 할인을 해 준다고 하네요.

저는 투어 기념품은 사지 않기 때문에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추억의 과자라고 우마이봉을 주네요.

차라리 짱구 초코비가 더 좋았을 텐데. 

우마이봉은 너무 뻔한 과자잖아요.





문제는 저 과자들이 다 갈비맛이라는 거.

뭘 먹을까 고르려고 한 개씩 들다가 

갈비라고 써 있어서 내려놓고 다음 거 집고 또 내려놓고

잡는 것 마다 갈비라고 써 있어서 화날 뻔 했습니다.

아니 왜 일본 과자 먹어보라고 주면서 갈비맛인 거죠.

진심으로 정말 맛 없습니다. 갈비맛 과자는 정말 최악이예요.


그리고 용의 해라고 용(보다는 해마에 가까운) 

오미쿠지(おみくじ, 운세 제비)를 주네요.





내 운세는 어떨까요.

미신은 전혀 안 믿지만 이런 건 볼 때마다 두근두근 떨립니다.

신경 쓰이잖아요. 

쓰이죠. 쓰여요. 쓰이고 말고요.



 



맞는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

운세란 어차피 어정쩡한 말로 애매하게 쓰는 거죠. ㅋㅋ


받을 거 다 받았으니 이제 버스 출발합니다.

오라이~





첫번째 코스는 青山剛昌ふるさと館(아오야마고쇼의 고향 기념관)입니다.

명탐정 코난의 작가인 青山剛昌(아오야마 고쇼)가 쿠라요시시 출신이라고 하네요.

코난은 김전일 만큼 위험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고 갔습니다. 


돗토리현 곳곳에 게게게의 기타로 캐릭터가 있듯이

이 동네에는 여기저기에 명탐정 코난의 캐릭터 조형물이 있습니다.





기념관 앞에는 만화에 나오는 차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아버지가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중고차 매매상이라고 하더군요.

아버지가 직접 구해온 차랍니다.

그 중고차 업체도 지나가며 봤는데 꽤 크더라고요.


어쩌다보니 기념관 내부는 전혀 찍지 않았습니다. 사실 별 게 없거든요. 

코난 원고와 캐릭터 조형물을 전시하는 작은 건물 한 채가 기념관의 전부입니다.





기념관을 구경하면서 기념 도장을 찍을 수 있는데요. 

사진은 이게 전부네요.


코난이 타고 다니는 스케이트 보드 기계가 있는데요. 

거기에 올라 서면 동네 경치를 보여줍니다.

만화에 나오는 거리가 다 그 동네 실제 경관이거든요.


그리고 들어갈 때 퀴즈를 몇 개 주는데

다 풀고 나오면 기념으로 회원증을 발급해줍니다.





이런 건 꼭 받아와야죠.

미션 성공입니다. ㅋㅋ


다음 코스는 간자키 신사(神崎神社, 간자키 진쟈)입니다.

용의 해라서 용 조각이 있는 신사에 간다고 합니다.





사실 그냥 작은 동네 신사인데요.

그래도 7백년이나 됐다고 합니다. 


투어에 집중하느라 사진을 많이 못 찍었는데요.

신관께서 꽤 많은 걸 설명해 주셨습니다.


우리나라 절에도 곳곳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데 그냥 대강 둘러보고 나오잖아요.

그런 게 좀 아쉽더라고요.


근데 작은 동네 신사를 보고 나오는 건데도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재미가 있었습니다.

간자키 신사에 곳곳에 새겨진 조각들의 의미도 들었고요.


신사에 들어갈 때 몸을 씻는 의식도 배웠습니다. 

(방법은 다음 글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기원을 하는 동작도 배웠는데요. 

빳빳한 자세로 박수를 세 번 탁탁탁 치고 손을 모아 합장해서 꾸벅 기도를 하더라고요.


간자키 신사에는 천장에 장인이 새긴 섬세한 용 조각이 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신사라서 용을 새긴 게 아닐까 싶습니다.





고개를 들어 보이는 방향으로 직어서 용 머리가 아래에 있는데요.

이렇게 보는 게 더 알아보기 쉬워서 사진을 굳이 돌리지 않고 올렸습니다.


용이 발톱으로 쥐고 있는 저 여의주가 기가 모이는 지점이라고 합니다.

저 밑에 있으면 기를 받는다고 해서 저도 받고 왔습니다.


양 손으로 부채질 하듯 손을 휘저으며 여의주에서 얼굴 쪽으로 기를 끌어오는 겁니다.

정력이 세어진다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튼튼한 남자가 되려나봅니다.





이곳은 바닷가 마을이라서 풍경이 좋습니다.

신사를 나와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 제주도 올래길처럼 여유로웠습니다.


이곳이 전국에서 경차 보급률이 두 번째로 높은 곳이라고 합니다.

시골이라 차 없으면 다니기가 힘들어 스무살만 되면 차를 산다고 하네요.



 



정말 놀라운 건 바닷가 시골 마을마저 이렇게 깨끗하다는 겁니다.

저 소금기 섞인 바람과 먼지로 여간해서는 저 목조가 멀쩡할 수 없을 텐데 말입니다.

어딜가나 깨끗해서 놀라니 이거 원 질투가 나서 살 수가 없습니다.


저는 여기서 깨달았습니다.

이 깨끗함이 국민성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을요.


아무리 욕 해도 칭찬할 건 해야 합니다.

몇 십년은 됐을 법한 저 집들이 하나같이 깨끗하려면 

싸구려 자재를 써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관리도 항상 해줘야 하고요.


집이건 차건 핸드폰이건 

파는 사람은 품질을 높이는 대신 단가를 낮춰서 마진을 높이고

사는 사람은 지불한 비용 만큼만 뽑아 쓰면 그만인 

우리의 개념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어떻게 이렇게 깨끗할 수가 있냐고 물으니

가이드가 피식 웃으며 일본 집은 겉으로는 깨끗해도 안은 엄청 지저분하다고 합니다.


그래요. 저도 그러면 좋겠습니다.

자기 방은 지저분해도 거리는 깨끗이 쓰는 그런 국민과 함께 살고 싶네요.





확실히 시골이라 한적하고 좋네요.

사람 적고 조용한 게 제 취향인가 봅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주에 내려가서 살면 어떨까.


공기가 습하지 않고 선선하니 바람도 좋습니다.

기분이 좋으니 슬슬 배고픔도 느껴지네요.


자 이제 밥 먹으러 갑니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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