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투어이다 보니 큰 맥락 없이 소소한 동네 구경입니다만

가이드에게 마을 역사를 듣는 것도 재밌습니다.


주절주절 들은 얘기를 다 기억해서 적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시골 마을이지만 일본 답게 역시 깔끔합니다.


이 골목을 빠져나가면 다이렌지(大蓮寺)라는 사원이 있는데요. 

인도풍인 것도 같고 뭔가 독특한 느낌의 콘크리트 건물인 절이예요.

아주 작지만 보이시나요. 저 끝에. 저어 저 끝에. 저기 끝에 끝에.


지금 카메라 메모리 카드가 꽉 차서 지우느라 정신이 없어요.

그런 탓에 안타깝게도 앞으로는 눈으로 보여 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저 끝에 도달하면 문 위에 종이 달려있는데 

왠지 소란스러울 듯 해서 치면 안 될 거 같지만 

제지하는 문구는 없는 것 같고요.

치고 지나가도 뭐라고 안 하더군요.





마을을 둘러 하천이 지나는데 경관도 좋고 깨끗하니 매우 관리를 잘 하고 있었습니다.

마트 수족관 코너의 어항 물 만큼 투명하고 맑아요.

동네 하천이 눈으로 보기에도 1급수라니. 놀랄 수 밖에요.

이들의 민족성에는 계속 경탄을 하고 맙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큼직한 잉어도 잔뜩 살고 있는데요.

싱싱하게 잘 크고 있는 것이 술 먹고 낚시한다며 설치는 사람은 없는 모양입니다.


이 동네는 은근 눈길 가는 게 많아요.

에도, 메이지 시대에 지어진 건물에 내부만 리모델링해서 사용하는 곳이 많은 덕에 

옛스러운 운치가 있거든요.


한국 마을은 대부분 새로 조성된 현대식 도시라서 그런 운치를 찾기 어렵잖아요.

저 일본놈들이 때려부수지만 않았어도 남겨진 정취가 꽤 많았을텐데.

뭐 한국전쟁 문제도 있긴 하니까 지금은 넘어갑시다.





저 시커면 나무벽 집도 옛 건물인 것 같네요. 

왜 시커먼 나무인지 마쓰에성에 가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여튼 이 동네는 그렇습니다. 옛 마을의 느낌이 묻어나지요.


그러한 운치를 주는 건물로 거리 곳곳에 있는 게 아카가와라칸(赤瓦館, 붉은기와집)인데요.

옛 건물에 내부를 리모델링 해서 조성한 가게들을 말합니다. 

15호관까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건 유명한 찻집인 5호관 쿠라(久楽, くら)입니다.

원두를 멧돌로 그라인딩 한다고 하더군요. 

들어가서 마셔보고 싶었지만 패키지 투어이기 때문에 일행을 쫓아가야 했습니다. 아쉽네요.





여긴 간장공장이었다고 하는 1호관입니다.

간장공장으로 남아있는 건 6호관이고요. 

여긴 옛날 간장 공장 건물을 개조한 기념품 관입니다.





이쁜 기념품들과 특산물을 팔지만 딱히 사고 싶은 건 없는 그런 곳입니다.

대강 아시겠지요. 인사동 같은 데 말입니다.





저 바닥이 간장공장의 흔적입니다. 

나무 판자로 채운 마룻바닥이 원래는 빈 공간으로 간장통들이 있던 곳이고요.

직원들은 더 돌바닥으로 걸어다녔다고 하네요.

가이드가 있으면 이런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어서 좋습니다.





돗토리 명물 수박(すいか, 쓰이까) 간장절임(しょうゆ漬, 쇼-유츠)이랍니다. 

생각만 해도 맛 없을 거 같아서 심하게 궁금한데도 살 수가 없었습니다.

수박 장아찌라니 정말 미치도록 궁금해서 먹어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공포가 더 컸습니다.


아카가와라관은 그 외에도 많습니다.

2호관은 인형 공방이고 3호관은 대나무 공방인데요.


일본에 와서 가장 관심이 가는 건 7호관 술창고 아닐까요.

겐쓰이슈죠(元帥酒造, げんすいしゅぞう)를 찾으시면 됩니다. ㅋㅋ

"아카가와라칸노 겐쓰이슈죠와 도꼬니 아리마쓰까?"





여기도 여전히 잘 쓰고 있는 오래된 건물입니다.


뭘까요?

저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소방서지요.

불이 날 것 같은 동네는 아니지만 

불이 나면 동네 주민들이 서로 도와 금방 끌 수 있을 것 같네요.





방재 센터라고 써있네요.

くら(쿠라)는 창고라는 뜻이었군요. 몰랐습니다.

用心(요우신)은 조심이라는 뜻일 겁니다.





이래저래 한적한 시골길을 돌아 나오면 투어의 끝입니다.

마지막 골목에는 물이 닿으면 꽃 무늬가 나타나는 

흐린 날씨에 기분아 좋아져라 우산을 팔고 있네요.


돌아다니는 중간에 카메라 메모리 카드가 꽉 차서 

스토리가 사라져 버렸지만 기억은 깔끔하게 남아 있습니다.


여행은 다른 곳의 사람들이 사는 것을 느끼고 오는 것이랍니다.

격한 감동이 없어서 시시해 보일 수도 있지만

DSLR 작품 사진만 남는 명소 찍고 오기보다 개인적으로는 더 알찼습니다.


이제 진짜 명소를 찾아 떠날 차례예요.

마쓰에성(마쓰에조, 松江城)을 보러 갈 참이거든요.


하지만 곧 해가 저무니 가까운 곳에서 하루를 묵어야 해요.

우선은 이 곳과 마쓰에성의 중간 위치인 요나고(米子) 역으로 갈 겁니다.


기차 타러 출발.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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