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에성은 7시 반에 닫으니까 지금 가봐야 늦습니다.


우리는 지금 돗토리현의 쿠라요시시에 있고

마쓰에성은 시마네현 마쓰에시에 있습니다.

돗토리현의 끝인 요나고역까지 갔다가

마쓰에역으로 가는 기차를 다시 갈아 타야합니다.


JR 선은 지하철이 아니라 기차거든요. 2~30분은 기다려야 옵니다.

게다가 우리가 탈 수 있는 열차는 한 시간이나 간격이 뜨네요.

마쓰에성에 도착하면 이미 7시가 넘은 뒤일 거예요.





그래서 요나고역에 내려서 하루를 묵을 셈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마쓰에로 갈 겁니다.


요나고시와 바로 옆의 사카이미나토시(境港市)는 한국으로 치면 춘천, 속초 같은 분위기예요.

물과 나무와 소소하지만 다양한 명소가 있는 곳이거든요.

그러고보니 요나고시는 속초시와 자매 결연을 맺었다는군요.


듣기로는 젊은 아가씨들이 좋아할 명소가 많은 듯 합니다. 

아쉽게도 저는 일정이 짧아 둘러보지 못했어요.





요나고로 가는 전철에도 냉방은 여전히 선풍기입니다.

'JR 서일본'이라고 써 있네요.


JR 서일본선 중 우리가 탈 노선은 산인본선이예요.

돗토리-요나고 구간이 있습니다.

서에서 동으로 돗토리시-쿠라요시시-요나고시 순서로 지나갑니다.

바쁘지 않기 때문에 싼 일반 열차를 탔어요.


내일은 특급 열차를 타고 마쓰에로 갈 겁니다.

내일 탈 건 요나고-이즈모시 구간이예요.

요나고와 이즈모시 중간에 마쓰에시가 있지요.


시간이 되면 이즈모까지 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래된 도시의 풍미가 강한 곳으로 들었어요.

저는 일정 탓에 치토스를 바라보는 체스터의 마음으로 다음 기회에 넘겼습니다.





열차가 지나는 동네마다 동해가 보이네요.

고요한 바닷가 마을은 멋진 것 같아요.

정작 살아보면 우울하려나.





금방 도착했습니다.

여긴 아주 시골 마을은 아니니까 구경할 것 없이 슬렁슬렁 나갈 거예요.

평범한 도시입니다.


해서 역에서 곧장 나가 체크인을 했습니다. 

예외없이 호텔은 역 바로 앞에 있죠.





어제 잔 곳은 슈퍼호텔. 그리고 오늘 잘 곳은 토요코인(東横イン) 호텔입니다.

지점명은 어김없이 米子駅前(요나고에끼마에, 요나고 역 앞)이고요.

일본의 대표 프랜차이즈 호텔 두 곳을 양일간 다 이용해보네요.


체크인을 했으니 밥을 먹으러 가야겠어요.

그런데 마땅히 알아둔 곳이 없습니다.

오늘 요나고에서 묵을 줄도 몰랐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나갔습니다. 

동네 산책을 할 예정입니다.





큰 길을 따라 걷다보니 이온이 나오네요.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입니다. 이마트 같은 거요.

자연스럽게 들어가봅니다.





일본답네요. 빠찡꼬 구역이 있어요.

우리나라 쇼핑몰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먹거리는 눈길 끄는 게 없네요.

여기 사람들은 빨리 퇴근해서 문 연 곳이 몇 군데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도 그런 문화면 좋겠습니다.


이래저래 둘러봐도 별 게 없습니다.

타지에 와서 늘 먹는 패스트푸드를 먹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돌아다니다 보면 또 뭔가 있겠죠.



 



그러다보니 어느새 밥은 안 찾고 산책을 하고 있더군요.

일본 거리는 정말 깨끗합니다. 놀랄만큼요. 

저절로 산책에 빠지게 만들다니. 걷기에 정말 좋았습니다.

그들의 국민성이 거리에서도 나타나네요.

저는 여행 내내 이 나라의 민족성에 놀라고 있군요.


그런데 그 중 가장 놀랄만한 사건이 바로 이 사거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이 쪽 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고 있었어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요.

운전자는 저 멀리 보이는 반대편 횡단보도에서 이 쪽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횡단보도까지 10초 이상 걸릴 만큼 떨어져 있었어요.

당연히 차가 지나가면 건너려고 천천히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맙소사.


그 운전자는 심지어 저 반대편 횡단보도 정지선에 선 채로 

제가 건너기를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한국에선 상상도 못 해본 일인데요.

그 운전자가 유난히 여유로운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보행자를 한참 멀리서 기다리는 걸 그 후로도 계속 겪었거든요.





제가 일본을 찬양하는 그런 오타쿠는 아닙니다만

굉장한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인정할 건 해야죠.


일본의 민족성은 개화시기에 형성되어서 격식과 예절이 남다른 듯해요.

일본은 유럽 귀족 문화의 격식이나 문화에 대한 사대주의가 있잖아요. 

그래서 위선이 많은가 봅니다만.


현대 한국의 민족성은 전쟁중에 형성된 탓에 투박하고 격식없는 것이 큰 듯하고요.

개발 과정 중에 미국 애들 습성을 그대로 빨아들인 것도요.

말도 욕부터 배운다고 미국 문화의 나쁜 건 모조리 흡수했으니까요. 


어찌되었든 저는 일본에서 굉장히 큰 부러움을 느끼고 왔습니다.

저도 격식과 예절이 있는 문화권이고 싶어요.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건 아니니까 삐딱하게 구는 것은 사양합니다.


이런 말이 나올 때면 일본인이 속으로 칼을 품는다는 반발이 있는데 전혀 무관한 얘기입니다.

왜 재수 없는 면과 배울점을 한 묶음으로 엮어서 가져오려 하나요.

속은 버리고 겉만 가져오면 그만인데 말입니다. 

모든 건 받아들이는 사람이 할 양입니다.





그래서 이 동네 산책은 매우 즐거웠습니다.

시골이라 그런지 거리도 조용하고 그만 돌아가야겠다 싶은 곳이 없더군요.

서울이었으면 3분도 안 돼서 앞에 걸어가는 흡연자를 피해 실내로 들어가고 싶었을 텐데 말이죠.

스트레스 없이 걷는 산책은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좀 더 걸었습니다.





이 곳에서는 생각도 많이 할 수 있었고 기념할 만한 동네니까 한 장 찍습니다.

태굴이의 저 컵은 호텔에서 체크인 할 때 뽑아온 무료 커피입니다.


여행은 생각이 많아져야 진짜 여행이죠. 

명소만 찍고 오면 수행평가 참관 숙제와 다를 게 없습니다.

여행을 하면 견문이 넓어진다는 말은 진리인가 봅니다.

사소한 것에도 느끼는 게 많고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잠시 배고픔을 잊고 돌았더니 뭐라도 먹어야겠습니다.

배고픈 건 둘째고 조만간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버릴 겁니다. 그럼 낭패예요.


자 또 걸어봅시다.

동네가 서로 모두 인접해 있는 대도시와는 달리 

작은 마을은 항상 시장이든 상가든 끼고 있어야 할 테니까요.


역시나 동네를 한 바퀴 둘렀더니 반대편으로는 상가네요.

다행히 식당이 좀 있습니다.





어김없이 우유부단 뭘 먹을까 망설이기만 했는데요. 눈에 확 띄는 게 있었습니다.

밖에 유난히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더군요. 유명한 곳인가 봅니다.


일본에 왔으니 이자까야에 가보는 건 좋은 생각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대기를 올렸습니다. 한 15분쯤 기다려야 했어요.


그러나 들어가 앉자마다 낭패를 겪었습니다.

분위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술 마시며 안주를 한 개씩 시키는 그런 곳입니다.

수많은 안주 이름이 잔뜩 적혀 있고 사진 한 장 없는 그런 메뉴판이 우릴 맞이하네요.


다행히 한국에도 많이 파는 메뉴라 아는 글자들이 꽤 있습니다.

그래도 뭔가를 시킬 수 있는 레벨은 아니예요.


쓰시는 초밥이고, 쿠시는 꼬치고, 사까나라고 써 있는 건 회 일테고,

소는 규고, 돼지는 돈, 한자로 써 있는 동물은 구분할 수 있고..

아,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억지로 메뉴 분석은 가능해도 마음껏 주문하긴 어려워요.


우리는 이자까야에 왔으니까 오꼬노미야끼를 시키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메뉴에는 오꼬노미야끼는 적혀 있지도 않습니다.

내가 못 읽는 한자로 써 있는 건가.. 그럴리가 없습니다. 

야끼는 읽을 수 있습니다. 야끼로 끝나는 건 스마트폰으로 다 찾아봤어요.


점원에게 물어보니 오꼬노미야끼는 없답니다. 그래요. 없었던 겁니다. 

이 때 느꼈습니다. 메뉴를 읽는다고 해도 먹고 싶은 걸 찾아낼 순 없겠구나.


사람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점원에게 오꼬노미야끼와 가장 비슷한 걸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게 나왔습니다. 어딘지 원했던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뭐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저런류의 것들은 다 맛있죠.


저기 맥주 옆에 있는 게 메뉴판입니다.

호프집 메뉴판 그런 겁니다. 

안주는 50개쯤 적혀 있어요.


그래도 읽을 수 있는 몇 가지는 쉽게 시켰습니다.

소 꼬치, 돼지 꼬치, 새 꼬치(아마도 닭꼬치겠죠?).

적당히 몇 가지를 주문하고요. 

초밥도 먹었습니다. 


그런데 태굴이가 정말 먹고 싶어하던 게 있더군요.

고등어 초절임입니다. 일본에선 잘 먹는 별미라더군요.

나중에 알았는데 이름이 しめさば(시메사바)더군요.


그러나 어떻게 주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점원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어요.

고등어(マサバ, 마사바)가 일본어로 뭔지 모르니까요. 심지어 영어로도 모르겠어요.

들어본 적도 없는 시메사바라는 이름은 당연히 모르고요.


그러다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이 왔습니다.

옆 자리에서 그걸 먹고 있는 거예요.

태굴이가 저에게 눈길을 줍니다. 저거라고.


그래서 옆 테이블 사람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소레가 난데쓰까?'


친절한 청년들이었습니다. 

메뉴판에서 고등어도 짚어주고 뭘 먹을지 모르겠다고 하자 추천 메뉴도 골라줬습니다.

소 꼬치를 먹으라더군요. 아까 먹긴 했는데 더 시켰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두둥~

왔습니다. 저게 ㅋㅋ


시메사바인 것 같지는 않았는데요. 

초절임의 삭힌 고등어 맛이 아니었거든요.

어쨌든 분명 고등어는 맞습니다.


태굴이는 초절임이 먹고 싶었던지라 썩 만족스럽진 못한 모양인데요.

여튼 맛은 있었습니다.


이렇게 저녁 식사는 충분히 잘 했어요.

관광객이 들를 법한 가게가 아니라 가격도 괜찮았고요.

좋아요. 만족스럽습니다. ご馳走様でした.


그렇게 해서 친절한 현지 청년들과 말을 트고 대화도 좀 했어요.

켄과 료라는 친구인데요. 스트리트 파이터 같습니다 ㅋㅋ.


둘 다 돗토리 출신 친구인데 

켄은 일 때문인지 오사카에 나가 있다가 고향에 들러서 만난 거랍니다.

료는 무슨 방송쪽 엔지니어인가 그런 걸 공부하고 있다던가 그랬어요.

어줍잖은 영어로 대화를 하다보니 정확히 못 알아들은 게 많습니다.


무슨 일 하냐고 하길래 프로그래머라 하니 반응이 좋더군요.

저는 이게 좋은 직업인가 싶은데 말이죠. 하긴 일본은 대우가 좋다더군요.

네이버 그 따위 건 개뿔도 모른다고 하더니

라인 아냐고 물으니까 그건 안다고 자기도 쓴다더군요.

그래서 친구 등록했습니다.

물론 예상대로 하루짜리 친구에서 끝났지만요 ㅋㅋ.





켄과 료와 태굴이와 저의 우리는 글로벌 친구 놀이 기념샷입니다. 

점원에게 찍어달라 했더니 친절하게 찍어주더군요.

방금 문득 왜 현지인을 두명이나 놔두고 내가 부탁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점원이 핸드폰 카메라 사용법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아 그랬네요.


뭔가 대화도 수월치 않고 해서 뻘쭘해진 틈을 타 일어나긴 했는데

그래도 현지 친구들과 같이 식사를 하니 재밌었습니다.


이제 밥도 먹었겠다 자러 들어갑니다.

동네가 맘에 들어 좀 더 둘러보며 늦게까지 놀고 싶지만 

내일 마쓰에로 가는 급행열차가 매우 이른 아침에 있습니다. 

일반 열차를 타면 너무 늦어요.

마쓰에성을 다 보고 비행기 시간에 맞춰 공항으로 가야거든요.

그래서 곧장 호텔로 돌아갔습니다. 많이 아쉽네요.





토요꼬인 호텔은 한국에도 여러 지점이 있기 때문에 더 편합니다.

로비의 PC에도 여러나라의 언어로 쓸 수 있는 브라우저가 설치되어 있더군요.

멤버십 카드를 만들고 싶은데 환율이 근래 가장 높은 시기라서 

한국에서 만드는 것보다 훨씬 비쌉니다.

아쉽게도 이번 숙박은 멤버십 포인트를 적립받지 못하겠네요.

이래서 뭐든 미리 계획하는 게 중요합니다.


씻고 나니 자기 전에 잠깐 인터넷을 하고 싶네요.

마지막 날은 아까워서 데이터 로밍을 사용하지 않을 셈이라

자정이 넘으면 무료 와이파이가 필요합니다.

객실에서는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아 로비에 내려와서 

조금 시간을 보내다가 커피 한 잔 마시고 올라갑니다.


이제 내일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마지막까지 세차게 둘러보다 떠나야죠.

어서 자야겠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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