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각에 들어서면 신발을 신발장에 넣고 입장권을 냅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요. 6층짜리 누각입니다.


계단이 가파르니 조심하세요.

문화재이다 보니 노인분들이 많이 관람하시는 것 같던데

전투를 위한 건물이기 때문에 노인을 위한 배려는 없습니다.


좁은 계단이므로 질서를 지켜주세요.

일행이 있다고 함께 나란히 올라가지 마시고요.

한 명씩 따로, 올라갈 때는 왼쪽으로 내려올 때는 오른쪽으로 다니면 됩니다.

일본도 옛날에는 좌측 통행이었나 싶지만

무기를 왼손에 들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우측통행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알게됩니다.

그러니 카메라 등의 짐은 왼쪽으로 드는게 안전하겠죠.


사진이 계속 없으니 답답하네요. 미안해요 흐흑.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이제 카메라를 쓸 수 없는 여행객입니다.

이젠 동영상으로 올릴 거예요.


위로 올라가시면 전시물이 있습니다.

더 윗층엔 그림들이 있고요. 

누각 자체는 볼거리가 많지 않으니까 각 층에 이것저것 전시를 해놨어요.

박물관에 가면 보실 수 있는 그런 관람 구조입니다.

그리고 맨 윗층에 망루가 있습니다.





저는 이 투구 전시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계급별로 종류가 다양하더군요.

이걸 구경하고 있을 때 할머니들이 잔뜩 와서 대화를 하셨는데

옛날 사람 이름이 몇몇 들렸습니다.

대화 내용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도슨트가 너무 간절히 필요해요 ㅠ.ㅠ


사람들 대화도 알아들을 수가 없고 해서

엄청 열중해서 이것저것 아는 단어만 짜깁어 봤는데요.

다행히 가끔 영어로 나레이션이 들리는 전시물이 있습니다.

4층쯤 가서 마쓰에성을 千鳥城(치도리조)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마쓰에성 주위에 방어를 위해 인공호수를 만들었다고 했죠.

그 위로 놓은 다리를 치도리라고 부른다던가요. 그래서 치도리성입니다.

그나마도 정확한지는 모르겠어요.


여튼 더 이상은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모르는 한자 투성이입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맨 꼭대기로 가면 망루입니다.

여기가 아주 기막힙니다.




 

이곳에 오자마자 '아 이곳이 이래서 견고한 성이구나' 깨달았습니다.

마쓰에성은 넓은 평지 위에 조금 높은 언덕인데요.

방어에 매우 불리한 조건입니다.

대군이 달려들면 그대로 무너질 수 밖에 없지요.


그러나 높은 망루를 갖추면 주위가 평지인 것이 더 없이 유리한 조건입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쓰에 시가지 전체가 다 보입니다.

적군이 어떤 규모로 어디서 오고 있는지 단 한 군데도 놓치지 않고 다 볼 수 있어요.


중국이야 워낙 넓으니 별의별 성이 다 있겠지만

한국의 성은 대부분이 산을 끼고 있어서 이렇게까지 시야가 확보되는 성은 없는 듯 합니다.

재밌는 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평지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주위에 호수까지 팠으니

밤에 닌자가 잠입하지 않는 한 이 성은 못 쓰러뜨릴 것 같아요.


그러나 적군이 압도적인 수로 밀어붙이면 무너질 수 밖에 없는데요.

천수각을 나와서 아래를 보면 그 이유를 알게됩니다.





성곽이 이따위입니다.

높지도 않은 주제에 치고 올라오라고 친절하게 경사도 있네요 ㅋㅋ.  

축조술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일본애들이 전략보다는 격투에 치중했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쓰에성의 천수각은 꽤 멋진 볼거리였습니다.

평지 위에 솟은 유일한 꼭대기니까요.

도시 전체에서 천수각이 항상 보입니다.





여기서도 보이고



 



저기서도 보여요.



 



어딜 가든 보입니다.


굉장하죠? 

꽤 볼품 있는 위치예요.


근데 가만 보면 이 동네 건물들이 다 시커먼 나무를 쓰고 있습니다.

돗토리현에 있을 때도 전역에 오래된 건물은 다 시커먼 목조였지요.

미사사 마을에 갔을 때 왜 그런지 알려드리겠다고 했는데 기억 나시나요 ㅋㅋ.

자, 그 이유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목조 건물은 불에 가장 약하잖아요.

그래서 나무를 쓰기 전에 미리 불에 한 번 그을린다고 합니다.

그럼 불이 잘 안 난다고 하네요.

일본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미신 때문인지 과학적 원리가 있는 건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화재를 피하기 위해서예요.


마쓰에성 천수각을 보면 튼튼하게 지으려고 온통 오동나무를 썼는데요.

건물 외부는 전부 시커멓게 그을린 목재입니다.

칠한 건지 그을린 건지는 모르지만 검어요.


천수각을 다 보고 나오니 

입구에서 만난 가이드 할머니께서 사람들을 여럿 데리고 올라오시네요.

아 나도 설명 듣고 싶은데 ㅠ.ㅠ

어땠냐고 물으셔서 '쓰고이데쓰'라고 짧게 대답하고 나왔습니다.


이렇게 천수각을 둘러보고 나올 즈음이면 독특한 직원들이 출근을 합니다.

여기서 또 일본 애들의 관광 아이디어에 감탄을 하는데요.

얘들은 참 희한한 뇌세포가 발달해있어서 쓸데 없는 데는 고퀄이예요.


이런 사람들이 휙 하고 지나갑니다.





닌자니까 휙 하고 지나가야죠. 휙.


뭐라고 말하는지는 잘 안들립니다. 

배트맨도 그렇고

검은 옷 입고 숨어다니는 애들은 말을 잘 안 들리게 해요.


장군, 닌자, 무사 해서 몇 명이 돌아다니는데요.

사진도 찍어주고 안내도 해주고 합니다.

마쓰에성 알바가 아니라 관련기관에서 아예 고용한 사람들 같더군요.

성 밖에도 나가고 그래요. 일대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내내 굉장히 자주 만났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야할 일!





그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아저씨와 한 장 찍습니다 ㅋ.


마쓰에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좋았던 분이예요.

굉장히 친절하신데다 한국어도 매우 잘 하십니다.

그냥 단순한 이벤트 알바가 아니라 진짜 관광도우미예요.

포즈도 무사 아저씨가 장군처럼 서라고 잡아주셨습니다.


이제 마쓰에성을 봤으니 堀川めぐり(호리카와메구리)를 타러 가야겠습니다.

호리카와를 따라서 순환(めぐり)하는 배인데 태굴이가 너무 타고 싶어했어요.

한강에 있는 그런 유람선은 아니고요. 작은 모터 보트입니다.

사람이 판 호수에 큰 배가 다닐 수야 있겠어요.


자, 바로 앞이니까 걸어서 배 타러 갑니다.



(다음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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