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카와메구리(堀川めぐり)를 타러왔습니다.
성을 방어하기 위해서 판 호수인 호리카와는
당연하게도 성 주위를 크게 둘러서 흐르기 때문에
배를 타고 호리카와를 따라 돌면 온 마을을 다 볼 수 있습니다.
배는 50분 코스와 30분 코스가 있다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밖에 있는 동안 태굴이가 표를 사왔거든요.
저희는 시간 짧은 싼 걸로 탔어요.
외국인은 반값 할인 받아서 400엔.
배는 별 것 아닙니다.
동남아가 떠오를 법한 그런 배입니다.
당시의 배 모양을 재현한 걸까요.
생긴 건 노 젓는 배 같지만 모터 보트입니다.
사공 분들을 배를 자유자재로 몰더군요.
선착장에 댈 때 보니 자동차 주차할 때처럼
후진도 막 하고 돌려서 세우고 그럽니다.
신기해요 ㅋㅋ.
정좌로 앉으면 머리가 천정에 스칠 정도의 배입니다. 앉아서 타는 거예요.
그래서 배를 탈 때 頭に気をつけてください(아따마니키오츠케떼쿠다사이)라고 계속 얘기합니다.
머리 조심하라는 말이예요.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세요.
단단한 부분은 부딪히면 아픕니다.
저는 잠깐 동안 아픈 머리에 신경 쓰느라 집중하지 못했어요.
경치도 좋은데 왜 배 위를 막아놨나 싶지만
저게 없으면 다리 밑을 지날 때 머리가 위험합니다.
햇빛도 가려지고요.
매표소 바로 앞이 선착장이라 타는 건 간단합니다.
배마다 숫자가 붙어있어서 내려가면 몇 번 배에 타라고 하는데 우리는 38번인가 그랬어요.
어차피 배를 잘못 탈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배 번호를 알아듣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머리만 조심하세요.
대신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겁니다.
배 모양을 보면 아시겠지만 좋은 자리라는 게 존재합니다.
거의 밀폐된 배잖아요.
중간에 앉으면 앞사람 뒷통수만 보게 됩니다.
그래서 서둘러 내려가서 가장 먼저 탔거든요. 맨 앞에 앉으려고.
근데 웬걸요. 그게 낭패입니다.
저 배의 방향은 들어올 때 그대로라고 보시면 됩니다.
육지 쪽이 배의 앞이란 거지요.
먼저 탈수록 뒷자리가 됩니다.
저렇게 생긴 배가 어디가 앞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래서 속을 수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어쨌든 배는 둥둥 떠서 출발을 합니다.
은근 경치 좋은 곳이 많아요.
수변 가옥이 꽤 예쁩니다. 살아보고 싶을 정도예요.
실제로 살면 벌레가 엄청 많겠지만요.
그래도 물에 바로 붙어 있는 집에 한 번은 살아보고 싶네요.
유람을 즐기는 동안에 사공께서 마을에 대해 설명해주십니다.
일본어라 전혀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마쓰에에 와서는 이게 가장 슬프네요.
전통 관광지에서는 설명 듣는 것도 매우 재미난데 말이죠.
도슨트가 필요합니다. ㅠ.ㅠ
마쓰에 역으로 오는 기차 시간을 알아볼 때
관광소 직원과의 대화를 도와줬던
일본어를 잘 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고마웠어요~.
배는 그냥 타는 거니까 뭐 딱히 쓸 말은 없습니다.
자리를 잘못 잡아서 탁 트인 경치도 못 보고
일본어를 못 해서 설명도 전혀 못 듣고. ㅋㅋ
그래도 경치가 좋아서 즐겁게 타고 왔습니다.
옆에 앉은 아가야하고 오리도 같이 봤어요.
아기 엄마가 '카메(거북이)상~ 토리(새)상~' 하시길래 봤더니
물이 깨끗한지 진짜로 거북이가 살더군요.
배를 타고 나와서는 약간 고민을 했습니다.
비행기 시간까지 약간 남았는데요.
뭔가를 더 하기엔 시간이 애매하고.
그래서 주위를 돌면서 동네를 좀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마쓰에 성 주위에도 자잘한 관광지가 여럿 있거든요.
북촌 한옥마을을 걷다보면 볼거리가 있는 집이 종종 나타나잖아요.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는 무료 위주로 구경했어요.
오래된 찻집인 明明庵(메이메이안)은 안 들어가고요.
무사의 저택에서 무기 파는 창고를 구경했지요.
여기서 천수각에서 함께 사진 찍은 친절한 빨간 무사 아저씨를 또 만났어요.
저분들은 마을을 계속 돌거든요.
반갑게 인사하고 지나갔습니다.
마쓰에 역사 박물관에도 들어갔어요.
역사박물관 건물 안에 들어가면 시원합니다. 굉장히 시원해요 ㅋㅋ.
박물관 관람은 유료고요. 건물 한 켠은 기념품점이라 그냥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념품점 옆에 매우 잘 꾸며놓은 커피숍이 있더군요.
뭐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좋은 커피숍이 많아서 여기서 쉴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박물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신발장입니다.
나무로 된 숫자패가 있는데요. 저게 신발장 열쇠예요.
신기하게 나무 조각을 꼽으면 문이 열리더군요.
역사박물관답게 전통적인 느낌으로 잘 만들어놨네요.
뭐 이래저래 대강 봤으니 이제 공항으로 가야겠습니다.
버스 정류장까지 천천히 걸어서 가면 시간이 적절할 것 같아요.
이 주위는 삼청동이나 북촌 한옥마을과 느낌이 비슷합니다.
걷기 좋아요.
걷다 보면 이렇게 닌자 아저씨도 또 만나고요 ㅋ.
나루토를 기다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 길을 쭉 따라가면 호리카와메구리 선착장이 나옵니다.
거기가 버스 정류장이예요.
전혀 정류장처럼 안 생겨서 그냥 지나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합니다.
관광지 안내표지판처럼 생긴 게 사실은 버스 정류장 표지판입니다.
유심히 보면 한글로도 작게 써 있어요. 버스 정류장이라고.
자 이제 한국으로 갑니다.
다음 회가 마지막이 될 것 같네요.
체류 시간이 짧아서 못 본 것도 많고 참 아쉽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