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y Park
10월 8일
며칠 전부터 소리가 잘 안 난다 했더니
플러그 부분을 만지니 갑자기 소리가 난다.

그렇다면 젝일. 이어폰 단선.

좋아. 오늘은 내가 최인혁이다.
우선 진단을 한다.
꾹꾹 눌러보니 소리가 났다 안 났다 하며 통증 부위를 알려준다.
단선은 플러그 목 부위다.

그러나 회사엔 인두가 없어 낭패다.
이래선 정식으로 수술을 할 수가 없다.
어차피 제대로 치료해봐야 회생 가능성이 낮으니 
응급처치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목숨은 살리고 봐야하니 개복부터 한다.
스테레오 이어폰이라 혈관은 세 개다.

전선에 코팅이 되어 있으니 이대로 묶어봐야 전류는 흐르지 않는다.
유사시를 대비해 가지고 다니는 라이터로 코팅 피복부터 녹인다.
피복이 녹아 전선 색깔이 보이지 않으므로 
서로 잘못 연결하지 않게 순서를 외운다.

피복은 쉽게 녹았지만 중요한 건 연결이다.
인두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난제다.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도구는 기껏해야 사무용품 뿐이다.
가위 끝을 이용해 꼬아서 묶는 수 밖에.
혈관 연결은 대충 했다. 어차피 곧 죽을 놈.
대신 살아있는 동안 합선이 되지 않도록 스카치테입으로 감싸준다.

PC에 연결해 보니 소리가 나는 듯.
하다가 갑자기 어레스트! 
전류가 공급되지 않는다. 
뭐 얘는 피가 안 흘러도 안 죽으니까 천천히 재수술.
이제 소리가 난다.

목숨은 건졌지만 장애가 남았다.
4극 단자 잘못 끼운 것처럼 2 Khz 영역 주파수가 안 들린다.
이퀄라이저로 대강 조절해서 오늘 하루는 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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