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녀석이 메신저로 링크를 하나 던져줬다.
난 배꼽잡는 저질 삼류 코메디일 것이라 기대하고
서슴치 않고 링크를 눌렀다.

그런데 웬걸..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당황스러웠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조롱 당한 기분이었다.

내가 저를 얼마나 아꼈는데..
교양있는 척 하다니!

그래, 네가 디스커버리채널에 불과할 때
난 내셔널지오그래피가 되어 주겠다!

그래서 끝까지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정말 끝까지..
숭고한 마라토너처럼 난 끝까지 달렸다.

1초가 가고,
또 1초가 가고,
그리고 영겁의 세월이 흘렀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6분 30초가 되자 난 창을 닫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리고 딴 생각을 거듭한 끝에 들려오는 신성한 소리..
청중의 박수 소리와 함께 나의 고통은 멈추었다.

그래, 나는 나를 이겨내었다..

내가 자랑스럽다.

.

.

..

...... 어?
앗, 이거 이제 1악장 끝난거잖아.
아직 한참 남았다..



덧붙여,
사실 진짜로 끝까지 들었다.
정말이야. 다 듣고 뒤에 붙은 광고까지 들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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