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자가 시위대로 바뀌어 청와대로 진격 했다.
이거 상황도 재밌고 실시간 중계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재밌고
스포츠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중계는 3시 반까지도 이어졌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새로운 국민의 힘이 나타난 것 같아서 든든하다.

'독재 타도'라는 구호도 왠지 그럴싸하고
시위대의 행동도 어딘지 의지가 서려있다.
흡사 <20세기 소년>의 '구다라라 스다라라' 같다.

하지만 그 방법은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
선동에 이끌린 움직임은 아무리 옳은 가치였다 해도 결국 어긋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나타났으면 매우 기뻤을텐데 한편 아쉽다.

개인적으로 불법 시위를 하다가 입은 부상은 전적으로 시위자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여론은 보통 그렇지가 않다.
이 경우는 경찰이 불리한 게임이다.
2MB 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본래의 목적이었겠지만
경찰을 힘들게 하는 것은 시민이 할 일이 아니지않은가.
그래도 이번엔 다행히 과격 양상이 없었던 것 같다.

여학생과 아이를 안은 주부, 임산부를 앞 줄에 세워 진격하는 건
(자발적으로 나간 것이라 하더라도) 명백한 인질극이다.
이들을 살수차 앞에 세우면 안된다는 것을 뻔히 알텐데
시위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그대로 방치한 것은
내 가치관에선 정말 끔찍한 행동이다.
경찰은 불법 시위를 진압할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가졌지만
시위대는 자신의 선택으로 어린 학생들과 주부를 살수차 앞에 세운 게다.
(전쟁이 났을 때 애국 의지로 뛰어드는 아이들이 있다면 총을 나눠 줄건가..)

반드시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면
다음번엔 인간 띠를 만들어 어딘가를 포위하라.
군중이 집회 장소를 이탈해서 진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합법적으로도 주목을 끌 수 있다.

나도 적극적인 민심 피력은 상당히 흥겹다.

그리고
과격 시위가 아니었던 것에 매우 감동했다.




(시위 첫날로부터 3일이 지난 지금 추가로 하나 더 덧붙인다.)
반드시 타야하는 출근길 지하철도 아니고
정확하게 금 그어서 줄 서 있는 전경과 몸이 왜 닿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입으로는 계속 '비폭력 시위'라고 외치는데..
사람을 가격하지만 않으면 모든 행동이 비폭력이란 말인가..
전경을 조롱하고 몸으로 밀어붙이는 동영상을 올려놓고
"비폭력을 외치는 시민을 폭행하는 경찰"이라고 이름붙인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난 전경이었던 적도 없고 이명박을 찍지도 않았으며 쇠고기 먹다 죽고 싶지도 않다.
그저 잘못된 군중심리에 대해 말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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