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오영님의 '방망이 깎던 노인'을 베껴 쓴 글이다
어디까지 패러디이고, 어디까지 저작권 침해인지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이 정도까지는 문제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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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씹는 폐인

벌써 4여 년 전이다. 내가 갓 가입한 지 얼마 안 돼서 게시판에 들어가 살 때다. 야후 왔다 가는 길, 네이버 홈으로 가기 위해 엠파스서 일단 검색을 하여야 했다. 엠파스 검색창 근처에 앉아서 정치인을 갉아 먹는 폐인이 있었다. 정치인을 한 놈 매장하러 가려고 씹어 달라고 부탁했다. 글을 굉장히 가볍게 올리는 것 같았다.
 
"좀 좋게 써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정치인 하나 가지고 다구리하겠소? 가볍거든 다른 데 가 노셈."
 
대단히 무뚝뚝한 폐인이었다. 욕을 결정하지도 못하고 잘 씹어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쓰고 있었다. 처음에는 글만 쓰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붙여보고 저리 붙여 보고 개죽이 합성하더니, 이내 마냥 포샵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쓰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클릭 하라고 해도 못 들은 척 댓글이 없다. 자러 갈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더 씹지 않아도 좋으니 그만 쓰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긁을 만큼 긁어야 욕이 되지, 알바가 셈체쓴다고 욕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볼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씹는다는 말이오. 네티즌 올빼미이시구먼. 잘 시간이 없다니까요."
 
폐인은 퉁명스럽게,
 
"다른 데 가서 노셈. 나는 안 쓰겠삼."
 
하고 내 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잘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밤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씹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댓글이 줄어든다니까. 악플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쓰다가 닫으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씹던 것을 숫제 워드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노트북에 디카를 달아 쎄우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누리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정치인을 놓고 이리저리 붙여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포토샵이다.
 
잠을 설치고 다음 날을 봐야 하는 나는 불유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도배를 해 가지고 악플이 될 턱이 없다. 독자 본위가 아니고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KIN만 되게 올린다. 맞춤법도 모르고 몰상식하고 무분별한 폐인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글을 읽어보니 폐인은 태연히 링크를 걸고 게시판 제목 폰트를 키워놓고 썼다. 그 때, 키워놓고 썼던 글자체가 어딘지 모르게 폐인다워 보였다. 이해못할 말투와 긴 욕설에 내 마음은 약간 지저분해졌다. 폐인에 대한 동정과 배려도 감쇄된 셈이다.
 
홈에 가서 블로그를 올렸더니 손님은 재밌게 씹었다고 야단이다. 전에 있는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손님의 설명을 들어보면, 말이 너무 맞으면 추천을 하려다가 말기를 잘 하고, 같은 조회라도 펌이 줄며, 말이 너무 안 맞으면 네티즌들이 퍼가지 않고 글이 잘리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는 것은 셈체로 쎄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완전히 확 돌았다. 그리고 그 폐인에 미친 내 홈피를 폐쇄했다. 참으로 별일이다.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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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포인트
 
쌍욕을 담은 게시물에도 심혈을 기울여 삭제 당하지 않고 속을 뒤집어 놓을 수 있도록 하려는 폐인정신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이 글의 배울 점은 너희들은 그러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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