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다음 아고라,
다음 커뮤니티의 토론방이다
 
한심한 작태는 여느 게시판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신기하게 뼈 있는 토론이 자주 오가는 곳이다
꽤나 쓸만한 구석이 있어 종종 들르곤 한다
 
그러다 눈길을 끄는 것이 있어 하나 업어 왔다
그림에 붉은 상자로 가두어 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글을 덜어 오려다 가만 생각하니
저작권으로 큰 낭패를 볼 듯 싶어
미디어다음의 첫 화면을 아예 떼어 왔다
 
'지금 토론방에선?'이라는 부분은
토론방에서 가장 활발한 주제를 첫화면에 엮어 주고 있다
 
제목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 이번 독도 파장으로
일본인인 한 학생이 수업시간에 곤란함을 겪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 짝인 마음 여린 한 학생이 글을 올렸다
 
국사 시간에 국사 선생님의 맹렬한 비난에 일본인인 친구가 울었다는 것이다
내용은 역시나 일본인이란 이유로 몰아서 공격하지 말아 달라는 착한 글이다
 
그러나 아래 잇달아 붙은 두 글의 제목을 보자
(아,, 물론 제목만 아니라 글을 모두 읽고 하는 말이다)
 
첫 글은 왠지 논리를 갖추고 반박하는 듯
꽤나 또박또박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결국 요지는 빗나가 있다
 
'일본인 개인을 두고 공격하지는 말자'며 글이 올랐다
그 글을 읽고 반박한 논지가 '한국인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정만 앞섰지 글쓴이가 무얼 요지로 주장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모양이다
 
일본이 한국인을 극악무도하게 괴롭혔더라도
그보다 더, 아예 일본이 악마가 지배하는 국가라 하더라도
그것이 일본인 개인을 비난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반일감정을 주위의 일본 지인에게 풀면 안 될 것이고
더구나 친하지 않은 일본인이라면 더 조심히 대할 일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아량은 그리 넓지 못해 보인다
 
다음 글은 좀 더 한국스럽다
오히려 국사선생님이 잘한 것이라는데
일본인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단다
 
글쎄,
역시나 전혀 상관없는 지론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어 붙은 이 두 글이 아니다
원래의 글에 따라 붙은 수많은 댓글이다
착한 학생의 의중을 이해하는 댓글보다
애국자(?)를 자처하는 댓글이 월등히 더 많은 것이다

이것이 한국인의 성향을 완전히 대표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그리 벗어나 있는 것도 아닌 듯 하다
한국인은 지나치게 극단적인 기질이 있다
(딴소리지만, 이것은 독도 열기가 순식간에 식을 것을 예고하는지도 모르겠다)
 
애국, 참 좋은 말이다
게다가 과거사를 생각할 때 그 반일감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일본인에 대한 공격과 애국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오히려 한국인의 성향을 추락시키는 것으로만 보이니 말이다
 
말초적인 반일 감정을 가진 사람을 애국자라고 부를 때,
칭찬받는 한국인이 되는 것이라면
 
난 차라리 지하철에서 열심히 선교활동을 하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아저씨를
진정한 종교인으로 부르는 편을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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