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
 
성서에 물난리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약속으로 무지개가 있다고 했던가
부지개가 없어서 인지 식목일 즈음에서는 불난리가 잦다
 
아마도 쉬는 날이니 나무 심으러 또는 구경하러 산에 놀러갔던 사람들이
밥을 해 먹거나 담배를 피우다가 생긴 불일 게다
그러지 않고서야 전국적으로 일제히 날짜 맞추어 불이 피어올랐겠는가
 
그런데 올해에는 일이 안 풀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던가 보다
식목일이 하루만 늦었다면 촉촉한 봄비에 산불이 쉽게 잦아들었을 텐데
산불을 진압하기 가장 힘든 조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니
하늘이 예정한 것이 아니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화재에 타버린 많은 나무 하며
불쌍한 산짐승 하며
또 피해 입은 사람들
참 마음이 쓰리다
 
자연에 무심한 사람들에게 하늘이 준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축구장 수십의 넓이를 다 태우고도
하루 새에 너댓개의 문화재를 소실하고도
이 경고가 아직 반성하기에는 모자란 모양이다
 
다음 뉴스의 기사를 보아하니,
 
화재 당시 산불 대책 상황실에서는
현장을 둘러보러 온 높으신 분들 때문에
식당을 예약하고 차량을 준비하는데 인력을 쏟았단다
 
또, 현장 상황을 보고 받으려는 장관과 의원을 어떤 의자에 앉힐지 논의하고
피해 상황도가 선명하지 않다며 미술 실력 있는 사람을 시켜 보완하라고 지시했단다
 
참으로 가관이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문화재청장이 낙산사와 훼손된 문화재는 복원할 수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는데,
실제 청장의 태도가 어땠는지 직접 보지 않아 모르니 비난은 삼가겠다
 
어찌됐든,
참으로 연기가 자욱한 하루였음에는 틀임이 없다
산불로 인해 식물도 동물도 그리고 사람도 많은 슬픔을 갖게 되었다
 
화재에 희생된 많은 존재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하며
이 날을 또 다른 반성의 기회로 삼기를 기대한다
 
덧붙여,
돌아가신 교황께도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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