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허리 둘레가 또 늘었다
운동을 안 하니 그럴 밖에
그러나 나에게도 언제나 변명은 있다
'바빠서'
 
사실 마음만 먹으면 운동할 시간은 언제나 있다
안 해서 그렇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바쁜게 '사실'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내 주위의 친구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사는
'다 같은 처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계는 무시할 수 없는 법으로,
운동을 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리 둘레가 늘어만 가는
이 친구들 또한, 나와 같은 이유에서인 것이다
 
게다가 그 이유가 너무나 합당하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안다
일상의 평범한 핑계이지만 이는 실로 중대하다
 
이 핑계의 매커니즘을 보면
너무나 처절하다
 
운동할 시간이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
이것은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운동할 시간은 있지만, 힘들게 보낸 나머지 시간 때문에
여력이 소진되어 운동을 할 수 없게 되고 마는 것이다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여력이 없는데 운동이 될 리 만무하다
 
'누구누구는 너보다 훨씬 바쁜데도 운동 하러 다니더라'하는데
따져보면 그 쪽은 나보다 덜 힘든 환경에서 바쁘더란 말이다
 
주말이 되면,
나들이 가자는 아이와 아이를 부추기는 아내와
TV 보며 쉬고 싶은 직장인과의 신경전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역시 같은 이유이다
시간은 있지만 여력이 없다
 
가끔 나보다 나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나빠진다
그들은 전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것이 자격지심이라는 것인가,
이야말로 미칠 노릇이다
 
하지만 이 사회가 조금은 야박하다
 
이를테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중산층' 대학생은 토익 점수가 점점 올라만 간다
열심히 노력하며 남보다 값진 대학 생활을 한 내 친구는
보나마나 삼류 회사의 직원이 되어 운동도 못하는 회사원으로 살 게다
 
우리 사회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예측하기 쉬운 사회가 어디에 또 있을까
 
이래선 안될 듯 싶다
이젠 내 인생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어야겠다
 
이렇듯 혼돈을 지향하게 만드는 사회이니,
오랜만에 카오스 이론이나 읽어볼까 보다
그러나 역시 또,,
 
책 읽을 여력이 없다
 
덧붙여,
진실로,
'젠장이군 젠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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