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사회적 발언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나와 마음이 맞았다
 
서울대의 강경한 입장에도 수긍이 가는 바이고
논술 강화를 본고사 부활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듯 하나,
서울대의 입장이 그저 맞는 말만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이곳이 다른 곳이 아닌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삼불정책은 의도와 과정 때문이 아니라
그 결과 때문에 강력히 유지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실한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
그리고 이번의 세력 싸움에서 서울대가 이기게 된다면
이제 더이상 '열심'이라는 말이 주는 희망 마저도 없다
 
우리나라는 사교육 공화국이며
부모의 재력이 교육을 통해 대물림되는 극도로 오묘한 국가이다
 
이러한 탓에,
영재를 뽑아 길러내는 것보다 전국민의 행복 편차를 좁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게다가 사실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라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인재를 말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현재의 대학은 인재 양성보다 계급 부여의 의미가 더 크니
제도와 틀도 그에 맞춰 유지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의 교육 특성이 없다면
서울대의 주장이 전면 옳겠지만,
아니, 어쩌면 옳다고 봐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대학은 지식을 쌓으러 가는 곳이지
다 쌓은 지식을 인정받으러 가는 곳은 아니지 않은가
 
미용실에서 예쁜 사람만 받아 정성스레 서비스하면 한국의 미에 세계가 경탄할까
노래방에서 노래 잘하는 사람만 받아 집중적으로 연습시키면 한민족의 곡조에 황홀함이 배어날까
 
문제는, 이 사람이
미를 숨긴 날개 접은 공작인지 아니면 날개를 아예 안쓰는 닭인지,
끼가 잠재된 숨겨진 가수인지 아니면 노는 고딩인지,
가늠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사용한 방법으로 안경알의 넓이를 구하는 원리를 논술하라'
이것이 서울대 논술 문제의 예시란다
 
장담하건데 이러한 기세라면,
닭과
노는 고딩과
부모 잘 만난 수험생만이 행복해 질 터이다
 
강의 조교며, 학원 강사며, 과외며,
여러모로 누군가를 가르쳐 본 경험에 비추어
 
진정 학문이 좋아 공부하는 사람과 본인의 성공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을 비교해 보면
실력은 언제나 전자가 좋으나 성적은 항상 후자가 높더라
전자가 숙제를 더 잘하고 시험은 후자가 더 잘 보더라
전자는 숙제를 열심히 해서 모두에게 보여주고
후자는 밤 새워 시험 공부를 해서는 시험 후에 모두 잊더라
 
나는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라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대상이라는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는 게다
 
좀 더 가치있는 평가 방법을 내세웠다면
너무도 당연히 대학의 자율성에 손을 들어주었을 테지만
이번 만큼은 정말 노무현 대통령이 이겼으면 좋겠다
 
난 사회주의에는 매우 비판적이나
평등 이념이 자유 이념보다 더 중요한 이상이라 믿는다
행복의 평등에 있어서 말이다
 
국회에 서울대 출신이 지나치게 많은데,
혹시나 법제화가 논의되기 전에
행정적인 선에서 깔끔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덧붙여,
'도전 골든벨'은 전교 1등이 아니어도 울릴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뒤집어 말하면
세종대왕도 울릴 수 없었을 것이고,
허준 의원도 울릴 수 없었을 것이고,
이순신 장군도 울릴 수 없었을 것이며,
천재 목록 1순위인 아인슈타인도 아마 울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 수능 상위 1%는 시대와 세계를 초월해 나타나는 초 사이어인들인가,
 
No,
 
한국 사회가 말하는 인재라는 것이 결코 의미있는 기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평가 방법이 너무나도 투박하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방송에서는 가끔 이런 것이 있지 않는가
'백만장자 게임, 퀴즈 쇼!'
인생 역전의 두뇌 싸움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어쩌면 멋진 설레임이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국가 주도하에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된다
오호!
그런데 자랑스럽지가,, 않다
'대입 쇼'라니 맙소사,,
 
하나 더 덧붙여,
그러나 나는 성실하고 착해보이는 '골든벨러'는 매우 좋아한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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