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중에 상대방을 묵살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흔히 행동하는 뻔한 반론이 있다.

예를 들면,
'대안도 없으면서 비판만 하지 말라'
와 같은 것.

뻔한 (더 정확히 말해서, 뻔한 토론을 끊임없이 보고 익혀 학습된) 반론이다.
동해 어느 지점에서 표류 중이다.
한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는데 누군가 자꾸 남쪽으로 노를 젓자고 한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어느 방향으로 가야되는지를 확신하는 사람이 없다.
단지 누군가가 계속 남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그 때 내가 말한다.
'절대 남쪽은 아니야. 어느 방향인지는 모르겠는데 남쪽은 절대 아니야.'
그러자 누군가가 대답한다.
'넌 대안도 없으면서 반대만 하지 좀 말아라. 얘들아 그냥 남쪽으로 가자.'
난 거듭 주장한다.
'어느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쪽이 아닌건 확실하다고!'

그러나 대안 없이 반대하지 말라는
(고질적으로 학습된) 반론 방식이 존재하는 이상 소용이 없다.

모두들 남쪽으로 노를 저었고
정확한 방향을 모르는 나 역시 아닌걸 뻔히 알면서 동행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모두는 일본에 도착하고 말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얻기까지 우리는 3개월을
일본 어촌에서 노역을 하며 보내야만 했다.

틀린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 또한 강력한 주장이다.
이에 '불만만 많아 가지고..'라 비꼬며 비판을 회피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지저분한 비난인 것이다.

흔히들 내뱉는 (뻔한 토론의 경청으로 학습된) 뻔한 반론 방식은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토론 중에 저지르면 안되는 오류쯤은 고등학교때 충분히 배운다.
이런 주장이야 말로 토론에서 배척하고 지양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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