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지구.

이번엔 4편 동굴(Caves)이다.

지금까지 봤던 것 중에 가장 끔찍하다.
징그럽고 무섭다. 예쁜 동물은 하나도 안 나온다.
밥 먹는 데에 불편함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도 다 봐야지. 훗.

동굴은 현대 과학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다. 동굴은 미지의 공간이고 신기한 생명체가 지배한다.
동굴에 드리워진 영롱한 실은 동굴개똥벌레의 유충이 친 거미줄이다. 이 영롱한 빛은 동굴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구슬이다. 이 구슬들의 군집은 마치 우주에 뿌려진 별빛 같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징그럽지 짝이 없다. 동굴개똥벌레의 유충은 이 실로 낚시를 한다. 벌레는 빛을 보고 날아와 잡힌다. 벌레를 잡아 먹는 애벌레는 적나라하고도 길게 등장한다. 역시나 우리는 점심을 먹으며 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동굴은 석회암반에 존재한다. 지표면의 침식은 흐르는 물에 의해 일어나지만 동굴은 석회수에 의해 만들어진다. 석회암으로 스며든 물은 머무르며 산성액이 되어서 다시 석회암을 녹이고 침식 작용을 일으킨다. 그리고 동굴을 만든다.
보르네오의 디어 동굴에는 주름입술박쥐가 산다. 이 박쥐는 수백만마리가 동굴 천정에 붙어있는데 이들이 만들어낸 배설물은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 그 배설물은 수십만마리의 바퀴벌레가 먹고 산다. 동굴은 척박해서 먹을 것이 없으므로 이런 먹이사슬이 만들어진다. 바퀴벌레는 바닥에 떨어지는 모든 것을 먹는다. 박쥐똥도 먹고 박쥐도 먹는다. 여튼 다먹는다. 더럽다. 우리는 여전히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과정을 5분은 보여준 것 같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최악이다. 바퀴벌레 수십만 마리가 바닥에서 박쥐똥을 먹는 장면을 밥 먹으면서 5분동안 봤다니..
박쥐떼는 사냥을 위해 동굴 밖으로 나간다. 그러나 박쥐매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물반 고기 반이 아니라 하늘반 박쥐 반이다. 그냥 잡아 먹으면 된다. 지형형님이 왜 잡혀 가는데 안도와 줄까 묻는다. 듣고보니 그렇다. 그런데 박쥐매는 무리를 이탈한 박쥐를 노린다고 한다. 무리속에선 도움을 받는 모양이다. 그러나 박쥐매는 잘도 잡는다. 박쥐는 계속해서 밖에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박쥐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먹고 또 먹는다.
동굴에는 제비도 산다. 동굴제비는 박쥐처럼 초음파를 이용해서 집을 찾아간다. 빛이 없는 동굴에서도 자기집을 정확하게 찾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이집은 제비의 침으로 만들어진다. 이것이 그 유명한 제비집 요리의 재료인가 보다. 다른 물질이 전혀 섞이지 않은 것이 몸에 좋을 것만 같다. 역시나 사람들이 채집을 해가고 있었다. 제비집은 같은 무게의 은과 가격이 같다고 한다. 제비집 요리의 재료가 맞았다. 제비가 이 집을 만드는데 한달이 걸린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계속 해서 채집을 해간다. 제비는 힘들겠다.
동굴에는 신기한 것이 많다. 석회암이 녹은 물은 천천히 석고로 굳어져 종유석을 만들고 신기한 구조물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멕시코의 수중동굴은 더욱더 신기하다. 마야 문명은 이 동굴 덕분에 번성했다. 그들이 얻을 수 있는 민물은 이 동굴의 물이 전부였다. 그들은 석회암 우물의 탄산수를 마셨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동굴 안에는 생명체가 많다. 탐사대는 이곳을 탐사한다. 길을 잃어 죽을까봐 긴 로프를 풀며 앞으로 나아간다. 좁은 틈도 비집고 들어간다. 어떻게 나오려고 저러는 것일까. 그러나 탐사대는 신기한 것을 발견한다. 물밖으로 나온것 같이 보였지만 또다른 물이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물의 성분이 달라 마치 물밖으로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수중동굴도 박쥐가 사는 지상의 동굴 처럼 떼를 지어 사는 생물의 은신처가 된다. 수많은 돔들이 헤엄쳐 나녔다. 지형형님과 현진은 맛있겠다고 했다. 내가 탐사대였으면 어땠을까.. 잔뜩 퍼담아 와서 팔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지상의 박쥐 동굴이 나왔다. 왜 이렇게 느닷없이 전환 되는것일까. 모두 의아해했다. 동굴을 은신처로 삼는 생물은 동굴 밖을 나갈때가 가장 위험하다. 병목에 도사리고 있는 포식자가 있기 때문이다. 돔을 잡아먹는 포식자처럼 박쥐를 잡아먹는 뱀이 있었다. 급작스런 화면 전환은 이 둘을 대조하기 위한 것이다.
박쥐는 파닥파닥 날아다닌다. 그러나 뱀은 초음파를 발사할 수 없기 때문에 박쥐에게 두들겨 맞는다. 하지만 숨겨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뱀에게는 열감지 센서가 있다. 박쥐는 결국 뱀에게 잡아먹힌다. 그러게 왜 깐죽대냐며 지형형님이 박쥐를 핀잔했다.
동굴속 생물은 빛이 없기 때문에 고립되어 신기하게 진화한다. 눈은 퇴화 되고 피부도 창백하다. 현진은 아직 덜 만들어진 생물 같다고 한다. 그러나 장님도룡뇽은 눈이 퇴화했어도 비푸의 감각기관이 발달해서 먹이를 잘도 잡아먹는다. 덥썩덥썩 다 잡아먹는다. 그 척박한 공간에 먹이가 저렇게 많을 줄이야. 그러나 몇달간 굶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먹이가 보이기만 하면 다 잡아 먹어야 한다고 한다. 게도 계속 먹고 엔젤 피쉬도 계속 먹고 돼지 그림자를 닮은 이상한 동물도 계속 먹는다.
멕시코의 빌라주즈 동굴은 황산 물이 흘러나온다. 지하의 황화물과 물이 반응해서 석회수가 아니라 황산액이 흐른다. 그런데도 생물은 산다. 박테리아가 천정에서 종유석처럼 자라나기도 하고 물에는 생선도 산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동굴은 미국에 있다. 뭐든지 큰 건 다 미국에 있다. 이곳은 물이 석회암을 녹여 만들어진 동굴이 아니다. 황산 동굴이다. 눈이 쌓인 나무 같기도 하고 산호초 같기도 한 동굴을 보면서 점점 졸려올 때 쯤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다큐멘터리는 느닷없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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