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우리나라에서 연기한 첫 경기.

보는 내내 한국 관중들의 관람 매너에 놀랐다.
어느 나라의 선수이든
실수를 하면 격려의 박수를 쳐 주고
음악이 빨라지면 박수로 흥을 맞춰 준다.
판정에 시간이 걸리면 박수로 선수를 격려해 준다.
역시 우리나라의 응원 문화는 세계적이다.

그런데 이번 김연아의 점수는 조금 의아했다.
김연아도 잘 하기는 했지만 1위의 연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연기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아사다 마오가 2위.
큰 기대와 응원에 부담이 커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던 김연아는 1위.

아무리 기본 기량이 좋아 가산점을 잘 받았다고 해도
트리플 러츠를 하다가 말았는데 1위가 가능할 줄이야.
(김연아 자신도 점수가 나왔을 때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한 경기였고
김연아가 만든 그 동안의 이력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 경기 내용보다는 조금 더 너그러운 점수를 받지 않았나 싶다.

지나친 기대에 긴장을 하면 누구라도 실수를 한다.
처음부터 긴장을 할만한 환경이라 신경이 쓰였는데
경기 도중에 관객의 박수가 너무 잦다는 생각이 들어 더 걱정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실수를 했고 원래의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경기에서 재밌게 느낀 것은
(안도 미키가 화면을 보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것과)
바로 김연아가 연기를 시작할 때 보여준 표정 연기다. 정말 멋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실수 후의 감정 탓인지
후반부 연기에는 내내 그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이 묻어 있었다.
가슴을 흔들어 놓는 그 마지막 표정 연기가
예전에 보여준 표정보다 약했음을 많은 사람이 느꼈을 것이다.

이 만족스럽지 못한 감정은 기술에도 묻어났을 것이 당연하다.
그랬는데도 가산점이 많았기 때문에 1위의 점수가 나왔으니
2위의 아사다 마오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명실공히 교과서 점프를 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인데
그 명성을 위해서라도 부족한 점이 있었을 때
더 엄격한 점수를 받았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야 다음 경기에서 제 기량을 다 발휘했을 때
그 빛을 더 크게 발할 수 있으니 말이다.

2위에 딱 그쳤으면 아사다 마오의 불만도 없을 것이고
다음번에 실제 기량을 다 보여줬을 때
'당연히 이게 원래 실력이지'라고 말하며 더 자랑스러울 수 있을 테니까.
어느 분야에서든 운 좋은 승리보단 당연하고 당당한 승리를 위해서
실수를 더 크게 맞아주는 것이 좋은데 조금 아쉽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선수에게 점수를 많이 준 것에 불만을 말할 수는 없는 일이고.. ㅋ)

또한 과열된 기대와 응원이 선수에게 중압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은 점수에 묻혀 버릴까봐 걱정이 되어 아쉽기도 했다.

어쨌든 예쁘고 기량 좋은 선수가 좋은 경기를 보여주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날 수 밖에 없다.
이번 경기도 역시 재밌었다.

내일 프리스케이팅은 누가 봐도 1위로 볼 수 밖에 없는
제 기량의 연기를 펼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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