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팀장님이 사보 기자들에게 열 권의 책을 선물로 주셨다.
우린 이것을 서로 돌려보고 사내도서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발빠른 나는 잽싸게 가장 재미나 보이는 책을 집어왔는데
제목이 '흑조'이다. (희조새가 아니다. >.< )
정확히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라는 저자의 '블랙 스완(The Black Swan)'이라는 책이다.

선견지명을 하찮게 여기고 우연한 영웅을 대접하는 사회를 비판한 책인데
갑작스레 발견된 검은 백조에 예측 불가능한 사건을 비유하며 주장을 풀어나간다.
통찰력으로 미리 대비하면 일이 잘 풀리니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예측하지 못해서 사건이 커져야만 주목을 받는 요상한 사회 구조를 해설하고 있다.

흑조는 백조와 함께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인데
백조만 알던 사람들이 흑조를 보고 호들갑을 떠는 꼴이
저자에겐 매우 언짢은 듯 했다.
아니 솔직히 사회 곳곳의 검은 백조 현상이 나도 몹시 못마땅하다.

지수댈님의 말대로 상당히 재밌는 책이다.
(아직 다 읽진 않았지만 지수댈은 똑똑한 사람이니 믿어도 좋을 듯 하다.)
혜지씨와 지수댈, 그리고 여리형에겐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책을 가장 잘 고른 것 같다.

산업혁명 증기기관 마냥 멈출 줄 모르고 서적을 양산해내는
이름 모를 작가와 출판사가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구미가 당기는 책이 별로 없어 독서를 게을리 하던 차에
흥미를 유발하는 책을 구한 것은 참 잘된 일이다.

그러나 나와 생각이 완전이 일치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은 애매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 양 편하게 시간을 누리면서도
이미 다 아는 얘기를 다시 듣는 듯한 지루함을 겪기 때문이다.

허나 이 책은 지하철에서 쉼 없이 계속 읽혔다.
그리고 열차에서 내려 개찰구까지 걷는 동안에도 여전히 읽혔다.
분명히 꽤 재밌다.

현업에서 내가 직접 발견한 흑조는 이것이다.
Web 2.0 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나면 곧장 Web 2.0 이라는 말을 붙여
현상을 파악하고 정리한 것처럼 포장하지만
여전히 Web 2.0 은 예측 불가능한 마케팅 용어일 뿐이다.
흑조 앞에 눈을 가린 사람은 심지어 Web 3.0 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낸다.
그러나 검은 백조는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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