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흥미가 안 생겨서 이 주제로는 포스팅 하지 않고 있었는데
돌아가는 내용이 영 시시해서 글 하나 올려본다.


사건 개요.
1. 네이버에서 <오늘의 인물> 컨텐츠로 '이토 히로부미'를 올렸다.
2. 3.1절도 물려있고 하니 누군가 기분이 나빠서 의견을 개진했다. (여기까진 매우 건전하다.)
3. 그리고 사람들이 그 의견을 증폭시키기 시작했다.


안 좋은 분위기 (1).
1. 처음 누군가가 표명한 컨텐츠에 대한 반감은 매우 건전한 사회적 논의였다.
2. 그 글을 읽은 다른 블로거들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불타올라라 정신으로)
   '아싸 포스팅꺼리 생겼다!! 나도 첨부터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조금 늦게 포스팅 한 것이라고 나 스스로도 믿어버려야지~' 하면서 계속 같은 내용의 뒷북 표절 포스팅을 올렸다.
   그러나 설령 진짜 그런 생각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이슈가 안 커졌으면 포스팅을 안했을 거라는 걸 그들의 잠재의식은 잘 알고 있다.
3. 규모가 더 커지니까 표절 블로깅이 갖는 효과도 더 커지고 불타올라라 정신으로 포스팅하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
4. 유명 블로거도 아마 비슷한 동참을 했을 것이고 그에게 트래픽이 몰렸을테니 이젠 그가 적은 문장이 논쟁의 기반이 된다. 그 사람은 2차 사고를 했을 뿐, 더 객관적일지는 몰라도 다양한 의견의 원천이 되지는 못함에도 불구하고..
5. 당연히 처음 의견을 개진한 사람은 논쟁의 트래픽에서 튕겨나갔다. 즉 이젠 원천적인 이유는 없고 네이버가 '저.지.른' 사건만 남았다.
6. 그리고 심지어 다음날인 3월 3일에도 같은 방식의 복사본 포스팅이 계속 오르고 있다.


내 의견 (1).
그렇다면 전쟁기념관은 전쟁을 사랑하는 전쟁광들이 전쟁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인가?
부화뇌동 하기 전에 '기념'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고 전쟁기념이 왜 필요한지 고민해 본 후에 오늘의 인물 문제도 생각해 보자.
오늘의 인물에는 가장 많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 인물을 선정해야 한다. 이토 히로부미가 올랐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토 히로부미를 대표 컨텐츠로 올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 개진은 매우 건전하다.
문제는 불타올라라 정신이 만드는 부작용이다. '네이버의 만행'만이 남겨진 것은 좋지 않은 블로고스피어의 풍토병 때문이다.


안 좋은 분위기 (2).
1. 네이버의 뉴스캐스트에도 이토 히로부미 사건이 올라왔다.
2. 네이버는 편집권을 남용하지 않고 메인페이지 컨텐츠에 그 내용을 그대로 올렸다.
3. 한 블로거가 이 상황(http://beditor.tistory.com/182)을 포스팅했다. 여기까지는 매우 건전한 블로고스피어의 모습이다.
4. 그런데 그 포스트의 댓글에 "제 손으로 제 눈깔 찌른 격이네요"라는 댓글이 붙었다. '네이버의 만행'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댓글이다.
5. 그런데 같은 날 또다른 블로그에서는 위자드웍스를 칭찬하는 글(http://funlog.kr/462)이 올랐다. 위자드 웍스가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데 잘못한 것은 맞지만 얼른 인정하고 빠르게 대응했으니 칭찬해 줄만 하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좋은 것이지만 이 글을 보면서 네이버를 까는 글을 같이 보니까 이중잣대가 현격히 와닿는다.)


내 의견 (2).
벤쳐가 했으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내용도 퍼날랐을 것을 네이버가 하면 깐다.
논리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컨텐츠이지만 사용자의 감정적인 측면까지 즉각 반영해서 삭제하고
자기들에게 불리한 뉴스캐스트 글도 조작하지 않고 메인에 노출시켰지만
남는건 '네이버의 만행' 뿐이다.
그저 대중의 심리가 반영된 현상일 뿐일지 모르지만
대화와 의사소통, 토론 따위의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 블로거들이 하는 행태로써
그다지 바람직하지 모습은 아니다.



덧붙여,
나는 네이버 직원이 아니고
네이버는 가장 적대적인 경쟁사인데 감싸줄 이유가 없다.
이건 그냥 블로거로서의 내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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