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 받으러 다녀왔다. 짧은 걸로.
향방작계.

그러나 내게는 짧지 않았다.
거주지와 주소지가 달라 안산까지 2시간 반을 가야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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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잉 나 누요꺼 된장 예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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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잉 나 대학 중간고사 날 인 더 서브웨이 예비역.


그러나 향방 참석 임수 수행 중에 문제 상황 발생.
4호선을 갈아타야 하는데 환승로가 없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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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4호선인지 누가 알아보겠나. 붙어있는 플랫폼에 왼쪽이 4호선, 오른쪽이 1호선이다.
진한 파랑과 옅은 파랑의 차이 뿐이다. 그냥 색이 더 바랜 건 줄로만 알았다.

난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으면서 4호선 환승로를 한참 찾았다.
심지어 두 눈 멀쩡히 뜨고 한 대를 그냥 보냈다. 멍청이..
쓸데없이 계단을 몇번이고 오르락 내리락 한 후에야 "안산, 오이도"라는 글자를 인지할 수 있었다.


여차저차 도착한 곳은 주차장 앞 무대였다.
여차저차에 택시비 2천원(1900원이지만 거스름돈을 안 받았다)이 포함되어 있는데
난 그 택시를 1분도 안 탔다.
택시를 탄 곳과 내린 곳이 5백 미터도 안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유턴 한 번 하고 우회전 한 번 하니 우중충한 예비역들이 바글바글했다.
택시 기사가 외지인에게 사기쳐먹는 건 만국공통의 따뜻한 문화인가보다.

예비군 훈련에서 유일하게 성실한 현역님에게
귀찮음밖에 없는 민간인이 선배님 소리를 듣어야 한다는 건 마음이 상하지만
난 그의 어휘를 따져가며 대들만한 입장이 아니다.
시크하게 얼른 가서 널부러져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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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을 불출받고 앉아있는 예비군들 사이에 떨어져있는 BB탄의 아이러니는.. 훗.
동네 아이들이 즐!겁!게! 총 싸움을 하는 장소가 틀림없다.
동대장님 앞에 한 50여알쯤 잔뜩 흩어져 있었지만 차마 찍지 못했다. (카메라 성능 때문에..)


난 지겨움을 별로 안 느끼기 때문에 교육을 받는게 남들만큼 힘들지는 않았지만
날이 흐려 점점 추워진다는 것이 큰 곤란이었다.
여리형이 덥다고 야상입지 말라고 했는데 믿었다가 낭패를 봤다.
우리 회사가 엄청 더운 공간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아아, 밖은 춥더라.

여기 모인 백오십여명의 아저씨는 말은 안하지만 저마다 속으로
불성실하지 않으면 지는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어슬렁대지 않고 빠릿하게 움직이면 창피해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아씨 언제 끝나는거야'하는 생각이 가득차있다.
(하지만 이봐들.. 빨리 반납하면 10분 일찍 가잖아.. 응응?)

그러나 난 '으.. 집까지 또 한참 가야하는구나..'하는 걱정이 마음속 깊이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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