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게 되면
열정이니 통찰력이니 하는 것이 모두 쓸모 없어진다.

조직이 클수록 더 구조적으로 관리되어야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체계가 잡히면 이번엔 유연성이 떨어진다.
관리자는 실무자를 관리하고 실무자는 업무를 관리해야 하는데 이게 또 잘 안 된다.
결국엔 관리자나 실무자나 그저 한 구성원으로 자기 하던 일만 할 뿐이다.

작은 규모에서는 "안 하니까 못하는 거다. 열정을 가져라."란 말을 쉽게하지만
이 레벨에서는 사실 "안 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니까 안 한다."
즉, 해봐야 하려는대로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안 한다.

조직이 견고해지려면 체계적인 조직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구조적인 체계를 잡는 것.
여기에는 <행위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 외에도 <행위자를 명확히 하는 것>이 포함된다.

보통 전자는 규모가 더 커지면 안정화되는 반면에 후자는 점점 더 왜곡된다.
그러면 조직은 행위 자체와 상관없는 엉뚱한 일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한다.
같은 일을 (경쟁 방식이라서가 아니라 단지 서로의 일을 몰라서) 두 사람 이상이 동시에 하거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는 위치의 사람이 행위자의 일을 변형시킨다.
조직은 엄청나게 열심히 일하지만 이상하게도 결과물은 예전과 같은 크기다.

이는 그 규모에서는 사람들이 큰 권한보다 차라리 작은 책임을 원하기 때문이다.
권한과 책임은 서로 비례하지만 성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니까.

열정이 넘치고 성과를 많이 내는 사람은 책임질 일이 많다.
그러나 책임을 피하고 큰 규모 속에 잘 숨어있는 사람은 그 성과를 나눠갖는다.
그래서 보통 규모가 있으나 관리가 잘 못되는 조직에서는
남에게 책임을 많이 미루면 내 성과가 올라간다.
그리고 이런 구조일수록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삼는 사람이 많다.

결국 적극적인 일을 함에 있어 예전보다 더 많은 방해와 복잡한 단계가 따르는 것이다.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는 것이 점점 어렵게 느껴지다가 나중엔 아예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정말 발전된 조직은 권한과 책임의 좁은 테두리에만 갇혀 있지 않고
<권한-책임-성과>의 삼각 구조를 모두 체계에 포함시킨다.

실제로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이 체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것이 그 규모의 조직에서 관리자가 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만약 여전히 실무자의 행위에 개입하고 컨펌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 조직은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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