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서 연극 환상동화를 보고 왔다.
오늘은 혜지씨와 나들이.

우선 연극은 음.
재밌었다기보다 뭐랄까 독특했다.
처음엔 정신 없고 어지럽고 언듯보기엔 연기를 잘 못하는 듯도 하더니
계속 보다보니까 연습도 많이 한 것 같고 배우들의 재능도 엿보이고 나름 재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환상동화>는 조금 독특한 연극이다.
생각보다는 무거운 내용이다. 그러나 극 자체는 가볍다.
그러니까 음.. 해설자인 광대들은 가볍고 본 줄거리는 무겁다.


'예술', '전쟁', '사랑'을 좋아하는 광대 셋이 나와서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각자가 좋아하는 주제를 더 끼워 넣으려고 아웅다웅 한다.

그 이야기란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의 전쟁 속의 사랑이다.

작곡가인 남자 주인공은 전쟁 중에 귀를 먹고
춤을 추는 여자 주인공은 눈이 먼다.
그리고 사랑을 키운다.

마지막은 예술과 전쟁과 사랑이 어우러져 끝난다.
전쟁의 포화 속에 남자는 피아노를 치고 여자는 춤을 춘다.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이 장면에선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떠올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랑' 담당 광대. 귀여운 역할이다. 밖에서 우연히 마주쳐 분장을 지운 모습도 봤다.
사진은 커튼 콜 이후에만 찍을 수 있다. 너무 급히 찍어 건진 건 몇 개 없다.


연극 속에 액자 구성으로 작은 이야기를 끼워 넣어 다양한 볼거리도 주고
막간에 무대를 배치하는 동안 광대들이 막 밖으로 나와서 수다도 떨어준다.
특히 연습을 많이 한 흔적이 엿보이는 퍼포먼스들이 재밌다.
속도감 있는 코미디처럼 배우들의 호흡이 잘 맞았다.
개인적으로 극 자체보단 그 쪽이 더 재밌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쟁' 담당 광대. 여자 목소리를 꽤나 잘 소화한다.
'예술' 담당 광대는 가까이 안 와서 못 찍었다.


극의 첫 부분에서 '전쟁' 담당 광대가 등장하면서 코인 마술을 보여주는데
이 때 혜지씨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
태초에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혜지씨로부터 나왔다. ^^
광대들이 불빛을 던지는 코인 마술을 하면서 혜지씨로부터 그 빛을 뽑아냈으니까
혜지씨는 관객 참여에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한 셈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인공은 연기를 못하나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
특히 여자 주인공은 마리오네트 연기를 매우 잘했다.


연극을 다 보고 밖으로 나오니 한밤 중이었다. 연극은 1시간 50분짜리.

혜지씨는 예의가 바르고 배려가 많은 사람이다.
3시간 밖에 못 자서 매우 피곤했을 텐데도
(게다가 크게 재밌어 하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도) 연극을 열심히 보았고
집이 바로 앞인데 저녁도 같이 먹어주었다.
얼른 들어가서 빨리 쉬고 싶었을 텐데 커피까지 함께 마셔주었다.

난 숫기가 없어 재밌는 분위기도 못 만들어주는데
그 썰렁한 분위기까지 다 견뎌주면서 말이다.
나는 할말이 애매해서 몇번이나 딴 곳을 보면서 얘기했는데.. ^^
만약 우리가 소개팅에서 만났다면 난 십중팔구 퇴짜를 맞았을 것이다.
그런데 혜지씨는 그 불편했을 분위기를 참 잘 넘기는 것 아닌가.
평소에도 상당히 사람을 잘 대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그게 예의가 바른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혜지씨 커피 잘 마셨어요. 고마워요~ ^^


Trackbacks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