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에서 나와 조금 걸어내려왔더니 토함산 옥로수가 있다.
헉. 옥로수라니.. 약수터 주제에 왠지 이름이 거창하다.
(근데 석굴암에 갔더니 거긴 감로수더라..)

그래도 많이 걸었더니 목이 좀 마르다. 정체도 확인할 겸 스물스물 다가갔다.
사람들이 물을 마시고 있는 게 보였다. 약수터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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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약수터를 찾지는 않는데다 결벽증이 있어서 잘 마시지도 않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 마시고 가야지 않겠는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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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꽤나 목이 말랐던 모양이다. 바가지를 잡자마자 냉큼 물을 받았다. 졸졸졸.
하아 시원하구나. 아주 차갑진 않고 그냥 정수기 물 정도다.


목도 축였으니 이제 내려가볼까.
어디로 가면 되나 둘러보고 있는데 무언가 움직임이 느껴졌다.
어?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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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를 발견했다고 신나서 뛰어가 찍었는데
에이 뭐하러.. 알고봤더니 토함산은 사람 반 다람쥐 반이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온 길과 다른 코스로 정했다. 서쪽으로 내려가는 길.
그러나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크게 볼거리가 있지는 않으니까.
오히려 버스정류장까지 더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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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기저기 둘러보는게 관광객의 임무일 게다.


다 내려와보니 이쪽도 문은 문이다. 그럼 이리로 들어와도 되는 거였을까.
근데 매표소가 없다. 그래도 검표하는 아저씨는 있구나.
불국사에 기도하러 오는 사람은 항상 4천원을 내고 들어오는 걸까.
아니면 정기권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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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국불산함토'가 아니라 '토함산불국사'이다.
여기 현판들은 왜 읽는 방향이 서로 다른걸까. 흐흐.


근데 어디로 가면 되지.
여리형의 말대로 이 동네는 화장실 간판만 유난히 크고 색깔도 또렷하다.
길 찾는 표지판은 글쎄.. 우리는 길벗 대신 한숨과 동행했다.
경주는 지도가 필히 필요한 곳이다. 터미널이나 역에 내리면 안내소에 반드시 들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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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금지 팻말을 잘 지키는 건지 차가 없다.
이 위치에 섰을 때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우리 버스는 어딨어요?


우리는 안내소의 도움을 받아 12 번 버스를 타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석굴암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은 내려올 때도 타야 한다는 뜻이다.
불국사에 오는데 1500원, 석굴암 가는데 1500원, 또 내려오는데 1500원, 시내로 가는데 1500원이다.
단 한 코스 때문에 차비가 두 배가 됐다.

하지만 교과서에서 만난 그 위대한 석굴암을 보는데 이 정도 차비쯤이야. 훗.
( ..이라고 그 때는 생각했다. 젠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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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버스를 발견했다아~


우리는 운좋게 시간도 잘 맞췄다.
한 시간에 한 번 있는 버스의 출발 시간이 3분 후다.

"케이군 얼른 뛰어. 한 시간에 한 대야."
"형, 길 건너는 데 5초도 쓰고 남아요. 2분 55초는 어디다 쓰려고."

이제 우리는 석굴암으로 간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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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다!! 화면 떨리는 것이 보이는가. 오오 간다 간다.


불국사의 필수 코스를 찍은 우리는 미련없이 석굴암으로 이동했다.
난 불국사보다 석굴암이 더 보고 싶었다. 그래서 버스 안에서 매우 설렜다.
버스는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는데 매우 높이까지 계속계속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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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도로를 타고 산을 오르다보면 아래로 마을이 보인다.


여리형은 사진을 찍을 때마다 "케이군 여기 역광이다 저리로 가자" 그러는데
왜 난 아무 생각 없이 셔터만 누르는 걸까. 이놈의 시야는 넓어질 줄을 모른다.
구불구불 도로의 모습을 더 잘 찍어왔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어쨌든 우리는 무사히 석굴암 입구에 도착했다.
앞으로 다가올 실망은 예상치 못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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