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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역 스토리 라운지에서 열린 미디어 포럼에 다녀왔다.

IT쪽 세미나만 다니다가 처음으로 가는 언론쪽 포럼이었다.
그래봐야 테터앤미디어에서 주최했고 내용은 IT쪽이니까.

주제라면 기성 언론이 뉴미디어인 웹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앞 세션은 정말 나랑 상관없는 내용이라 스킵했고 뒷 세션만 들었다. 뒷 세션의 주제는 소셜미디어, 시민 저널리즘, 포털 정도 되겠다.

요약하면 이제 시민 저널리즘이나 소셜미디어가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고 미디어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으므로 기성 언론도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는 포털이 그 역할을 독식하고 있으므로 오프라인 매체가 이를 따라갈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토론에서는 마땅한 결론이 나오지 못하고 원론적인 내용에서만 맴맴 돌았다. 당연히 어떠한 대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사실 그렇다. 원래 이 바닥이 일이 펼쳐지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곳이다. 어찌보면 토론이라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래도 진단과 성찰은 중요하다. 길을 몰라도 눈은 뜨고 걸어야 하지 않는가.

나도 뭐 이쪽 세계에 아는 건 없고.. 뭐라 말할 것이 없다.

하지만 난 결론 없는 토론을 매우 싫어한다. 답을 내지 않으면 지금까지 떠든 것이 다 허공으로 흘러가 버리고 마니까. 하여 토론과는 무관하게 내 나름대로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을 품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먼저 전문 언론과 시민 참여자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open sourcing이니 시민 저널리즘이니 말을 하지만 사실 어쨌든 둘 다 언론이다. 트위터로 여론을 이끌건 블로그로 투고를 하건 어쨌든 독자는 아니다. 독자이면서 동시에 언론일 수는 있겠지만 어쩄든 only 독자는 아니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사람이 독자의 영역에만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시민 저널리스트와 just 독자는 분명히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간극이다. 절대다수인 just 독자가 컨텐츠 생성자로 유입되기 전에는 절대 시민 저널리즘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이 매체의 시절에는 신문을 보면서 기자 이름에 관심 갖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이제는 "xxx 기자야. 너 또 이런 기사 썼구나"라는 댓글이 달린다. 온라인 미디어의 일면에는 브랜드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의 참여 문제에서 더 큰 역할을 갖는다. 네이버, 다음 또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하는 미디어의 브랜드가 있는 것처럼 이쪽에서는 누구누구 블로거라는 식으로 글의 출처가 브랜드로 자리잡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그야말로 참여의 원동력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브랜드가 구축될 수 있어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허나 이 현상을 쫓기 때문에 올드 미디어가 뉴 미디어에 차별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 웹 미디어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똑같이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토론을 듣는 내내 이 문제에서 올드 미디어의 사람들이 뒷걸음질 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 답답했다. 시민 저널리즘, 오픈 소싱이 무엇인가. 다수의 인원이 참여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누구나 미디어 내에서 같은 영향력을 지니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개인 브랜드가 구축되면 이것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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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들어, 세션 2의 사회자였던 그만님이 전날 술을 마시고 별 생각없이 글을 썼다고 치자. 그리고 아무 인지도도 없는 누군가가 1년에 한번쯤 쓰는 매우 잘 쓰여진 글을 게재했다고 하자. 이 두 글이 같은 주제였다면 어떻게 될까. 안봐도 뻔하다. 그만님의 글에 모든 트래픽이 몰린다. 그렇다면 이것이 시민 저널리즘이 될 수 있을까. 글쎄 내가 보기엔 아니다. 시민들 사이에 또다른 모양새의 기자가 존재하는 것일 뿐 절대 오픈 소싱의 플랫폼을 형성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토론 내내 네이버가 모든 것을 잠식하고 있다는 한탄을 하거나 현상을 뒤집을 방안만을 찾을 뿐 자신들이 포털의 방식을 그대로 맞춰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더 적극적인 참여자에게 보상하려는 것은 포털의 방식이다. 언론은 더 좋은 컨텐츠에 보상을 해야 마땅하다.

언론 매체가 뉴미디어에 적응할 때는, 즉 오픈 소싱이나 시민 저널리즘을 이끌고자 할 때는 오히려 브랜드를 형성하지 못하게 장벽을 쳐야 좋은 컨텐츠를 얻어낼 수 있다. 헌데 시민 저널리즘을 위해서 필터링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 바람에 난 꽤나 허탈해졌다. 사람으로 사업하는 곳과 컨텐츠로 사업하는 곳은 근원적으로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포털 구조에서는 유명 블로거가 자신의 브랜드로 컨텐츠를 팔지만, 언론 형태의 플랫폼에서는 좋은 컨텐츠를 미디어가 직접 사야 한다. 그것이 누구의 브랜드를 가진 컨텐츠이건 간에 말이다. 이것이 1:10:89 의 법칙을 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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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런 곳에 다니면 항상 재밌다. 토론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말을 듣다보면 생각이 많아져 좋다. 심지어 새로이 듣게 되는 얘기가 전혀 없더라도 도움은 된다. 평소에 갖고 있는 생각이라도 정리를 하려면 자극을 받아야 하니까.

이번 행사도 괜찮았다. IT가 아닌 새로운 자리에 참석할 수 있게 해준 테터앤미디어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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