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지는 경주박물관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건널목의 신호만 곧장 바뀌면 2~3분에도 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린 안압지까지 가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잠시 거쳐야 할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압지에 들어가기 전에 앞에 연못이 하나 있다.
이곳엔 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연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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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풍경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평일이라 관광객이 거의 없었는데 그들은 어디서 나타난 사람들일까.
어쨌든 우린 각자 연꽃을 감상하며 안압지로 갔다.
연꽃길을 계속 걸으면 그 끝이 안압지다. 매우 좋은 동선이다.

호국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경주의 다른 유적지와는 달리 안압지는 거닐며 놀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그래서 정말 유원지나 공원 같은 느낌이 든다. 한 바퀴 돌고 나면 산책한 기분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문무왕 14년에 성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키우고 동물을 길렀다고 한다.
그 연못이 안압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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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천원짜리 표도 있다니. 이 가격은 처음이다. 괜찮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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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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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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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안압지다.


그 시대에 어떻게 이런 연못을 팔 수 있었을까.
무수한 삽질과 파낸 흙을 내다버리는 것 하며 또 물은 어떻게 채웠을까. 참 신기하다.
물고기도 잡아와서 넣었겠지. 아 매우 감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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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은 누구나 좋아하는 듯.
인류는 언제나 이런 곳에서 술을 마시고 싶어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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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형도 술이 마시고 싶을까.
우린 둘다 10분 안에 취할 수 있는데.


안압지에서 나오면 또 곧장 선덕여왕 촬영지를 만날 수 있다.
이 동네는 동선이 참 좋다.

"선덕이! 선덕이! 케이군 선덕이 보러가야해!"
여리형은 계속해서 선덕이를 부르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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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선덕여왕을 촬영했단 말이지.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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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접어든 길은 풀만 자라는 허허벌판


이곳은 그저 선덕여왕을 촬영했던 장소일 뿐이다.
와서 볼 것도 없고 어디서 뭘 찍었는지도 알 수 없다.
심하게 아무것도 없어서 10초만 걸으면 뭘 보러 왔는지도 망각한다.

입구의 선덕여왕 촬영지 팻말을 왜 세워둔 걸까. 고도의 낚시질.
속지 말자 선덕이. 다시 보자 선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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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볼거리는 요상한 풀이다. 위의 풀밭과 똑같은 위치인데
풀이 한 면만 흰색인지 특정한 각도에서 찍으면 하얗게 나온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낚여서 파닥파닥 하기엔 우리의 발걸음이 너무 아깝다.
그래서 선덕여왕에 나왔던 낭도처럼 풀속에 몸을 숨기고 적군을 기다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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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숨어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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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흥.
영구 없다 말고 어흥.


그래도 다행인건 이곳이 반월성이라는 것이다.
뭐가 있나 없나 싶긴하지만 어쨌든 낚여왔어도 유적지이긴 하다.

그리고 이곳엔 석빙고가 있다.
(석빙고 앞에는 아이스케키를 파는 아저씨도 있었다. 그러나 별로 관심은 가지 않았다.)
석빙고는 신라의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의 유적이다. 자아 여기도 한번 구경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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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옛 과학의 산물. 석빙고.
어 근데 막혀 있다. 잉. 들여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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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못 들어가서 그런지 시원하진 않았다.
얼음이 채워져 있으면 문 앞도 시원했을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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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살 사이로 렌즈만이라도 들어가 보자.
렌즈야 어때 시원해?


석빙고는 냉장고처럼 온도를 낮춰주는 것이 아니라 보온병처럼 냉기를 유지해주는 것이다.
안에 얼음이 없어 찬 기운을 못 느껴본 게 아쉽다.
하지만 냉장고가 있는 시대에 얼음을 넣어둘 필요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이건 잠시 딴 얘기.
우연찮게 올라오는 기차에서 KTX 잡지를 봤는데 석빙고에 대한 기사가 있었다. (무지 반갑더라. ㅋ)
석빙고는 2도에서 4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가까운 강에서 얼음이 얼면 그것을 채집해와 저장해 놓는데 얼음만 관리하는 직책이 따로 있었단다.
온도 유지만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석빙고 안에 들어간 과학은 역시 대단했다.
습기와 따뜻한 공기가 빠질 수 있게 석빙고 위로는 아치형의 공기 통로가 있고
얼음이 녹아 물이 생기면 그 물이 얼음을 더 빨리 녹이기 때문에 배수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저게 다 경험에서 나온 과학이라니 대단하다.
아아 이래서 여행이 교육이 되나 보다. 재밌다. 히히.

그러나 선덕여왕 촬영지는 끝까지 우리를 배신했다. (우리 선덕이.. 선덕이를.. 흙!)
내내 반월성을 헤맨 듯한데 도저히 갈 길을 정할 수가 없다.
"이제 어디로 가지?"
우리는 반월성에는 더 볼게 없다고 판단하고 지도를 펼쳤다.
"케이군 우리 무덤은 적당히만 보자."
나도 그말에 동의했다. 여기 능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 하나만 보면 다 본 셈.
하여 첨성대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첨성대가 보일때까지 풀밭만 보며 걸었다. -.-;;
또다른 볼거리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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