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 앞 골목에 약간의 경사가 있다.
언덕 정도는 아니고 물이 흐르면 초속 30cm쯤 될 법한 기울어진 길이다.

이곳에서 아빠와 아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갈 생각이다.
아들은 절대 넘어지지 않을 매우 몹시 유아용인 세발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리로 가자."
"안돼. 위험하단 말이야."
"안 위험해. 괜찮아."
"안돼. 이렇게 위험해."
"너 그럼 두고 간다."

그때 내가 올라가고 있었다. 아이에겐 좋은 찬스다.

"안돼. 사람 오잖아."

내 보기엔 매우 안전한 길이지만
꼬마에게는 매우 위험천만한 주행 코스로 여겨졌는가 보다.

귀여운 것이 꼬마가 결코 무섭다고 칭얼댄 것은 아니란 것이다.
"안돼. 위험하단 말이야. 이것봐 위험하잖아."

ㅋㅋ.
이녀석 나중에 사고는 안치겠구나.
사람이 이래야 한다. 바르게 살며 지킬 건 지켜야지.
녀석 생긴건 별로 안 이뻤지만 하는짓이 참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다.

세상에 뭐든지 저지르고 보는 나쁜놈들만 보다 참으로 유별난 광경을 봤다.
으허허 재미난 귀가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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