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곧 부산역에 도착한다.
그런데 부산역으로 가는 도중에 할 얘기가 많아서 막간 포스트를 하나 더 써야겠다.

여리형은 크록스를 신고 여행을 떠나왔지만 난 운동화를 신고 왔다.
바다에 왔으니 당연히 발을 물에 담갔을 터. 이제부터 큰일이다.
난 물과 소금과 모래에 잘 절인 신발 장아찌를 신게 되었다.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라서 내 발은 평범한 상태가 아니게 된다. 지금은 견딜만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부산의 지하철에 있었다.
부산 지하철은 서울과 달리 독특한 방식으로 운행되거나
아니면 전류를 좀 다른 방법으로 공급받거나
그것도 아니면 점검을 약간 다른 방식으로 행하는 모양이다.

광안리역에서 지하철에 오르려는 순간 난 내가 여행을 오래해서 몸이 완전히 지쳤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휘청거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봤더니 감전이 되었던 게다.
부산의 어떤 지하철 역은 독특하게 플랫폼 바닥이 금속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2호선의 지하철 바닥 모서리 역시 금속이었다.
그런데 내 신발은 물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신발이었으니..

내가 지쳐서 쓰러질 뻔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아니 아무리 신발이 젖어있던들!! 지하철을 타다가 감전이 되는 게 말이나 되나.
오래 걸어서 신발이 좀 찢어졌는데 그 때문에 고무를 거치지 않고 물이 곧장 발에 닿아 감전이 된 것 같았다.
그럼 신발 없이 젖은 발로 타면 무조건 감전된다는 말 아닌가.
도대체 부산 지하철공사의 역무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내려서 따져봐야 뭐 얻을 것도 없고. 지금 병원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완전히 낭패본 게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내가 부산에 있는 동안 똑같은 상황을 세 번이나 겪었다는 것이다.
따로 가져온 신발이 없으니 젖은 채로 계속 다녔을 게 아닌가.
한 번의 특이한 사고였던 게 아니라 부산의 지하철 시스템 자체가 원래 이렇다는 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두 번은 좀 심하게 감전되어서 주저앉았고 한 번은 그래도 좀 경미했다.
부산에 있는 내내 날카롭게 신경을 쓰고 지하철을 오르내렸던 터라 이 정도지 아니었으면 아마 큰일났을 게다.
부산엔 젖은 신발 신고 지하철 타는 사람이 전혀 없는 건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여하튼 쓰러지지는 않았으니 그냥 재수없었던 셈 치고 흘려보냈다.
기본 마인드가 저렇다면야 따져봐야 뭐가 나올 것 같지도 않았기에..

그러는 동안에 우리는 갈아탈 때가 되었다. 서면역이다.
난 서 있고 여리형은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서면역이 다 와서 내가 문앞으로 가려하자 여리형이 슬쩍 눈치를 본다.
"케이군. 서면이니까 서면 내려야지."
이 형이 기획자가 되더니 말이 많이 늘었다.
처음 보는 부산 지하철역 이름으로 말장난을 하니 신선하다. (근데 부산은 서울과 동네 이름이 겹치는 데가 많다. 신기하다.)
여튼 감전되어서 정신이 없는데 그냥 좀 웃었다.

이제 부산역에 다 왔다.
근데 여긴 길에서 화장실 냄새가 나는 곳이 여러 곳 있다. 역 주변이라 노숙자가 많은 건가..

아 그렇지.
아까 해운대 갈 때 여기를 지나면서 차이나타운을 봤는데 내일 아침 나오면 잠깐 들렀다 가야겠다.
부산에도 차이나타운이 있다니 재밌군.
내일은 차이나타운부터다. 우선은 자러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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