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자마자 잠이 든 여리형과는 달리 난 한참을 뒤척였다.
너무 피곤하면 잠이 안오는데 하루종일 발이 안 편했더니 그런 모양이다.
그러다 동이 막터오려할 때 쯤 난 잠이 들었는데 이번엔 어중간한 시간에 잠이 깬 여리형이 또 뒤척이기 시작했다.
큰일이군. 둘 다 조금씩은 잠이 모자라겠다.

하여 역시나 또 늦잠을 잤고.. (으 시간 아까워)
일어나서 우린 곧장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여리형이 이곳에 올드보이를 촬영한 중국집이 있다고 했다.
오예~ 여기도 뭔가 재밌는 게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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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차타!! 부산에도 차이나타운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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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 말고 러시아인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국적인 모습도 몇몇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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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평범한 옛 동네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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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국집에서 밥을 먹었다. 여기는 차타니까.


올드보이를 촬영한 중국집을 한참 찾다가 가장 그럴듯 한 곳에 들어갔지만 이곳이 아니었다. 젝일.
영화 유명세를 타서 가게를 확장했나 추측했지만 전혀 근거 없는 추론이었다.
게다가 입맛을 완전히 버렸다. 볶음밥을 먹었는데 밥에 얹는 짜장도 안주고 짬뽕 국물도 원래 없단다.
그렇게 느끼한 상태에서 먹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밥 반 조미료 반이라는 것.
우린 오후 늦게까지 혀에서 조미료의 맛을 지울 수 없었다. 갈증도 나고 입 안이 답답해서 정말 힘들었다.

어찌되었든 우린 밥을 먹고 남포동으로 향했다.
근처에 자갈치 시장도 있고 하지만 다른 곳은 다음번 여행에 보기로 하고 이번엔 용두산 공원이다.
부산의 명동 남포동으로 고고.

남포동은 그리 멀지 않았다. 부산에서 딱 두 정거장.
걸어가도 될만한 거리였지만 우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여기에서 부산 여행자를 위한 팁 하나~!! 부산 지하철은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는 일일 정액권이 있다.
그래서 우린 지하철을 맘대로 타고 다녔다. 근데 사실 별로 이동할 일이 없어서 크게 이득은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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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동역에 내렸더니 빅뱅도 우리를 맞아주었다. 역시 부산의 명동이다.
누구나 원하는 것은 다르단다. 난 뭘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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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부산의 명동을 느꼈다. 좀 젊은 느낌이 난다.
거리의 조형물도 그렇고 길거리의 상점들도 그렇다. 좀 젊은 곳이다.


그러나 우리의 목적지는 용두산공원이다.
용두산 공원은 높은 지대에 있는 듯했다. 한참 쭉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난 긴 에스컬레이터만 보면 남대문 메사가 생각난다. 처음 타보고 얼마나 깜짝 놀랬던지.
내가 타 본 에스컬레이터 중에서는 가장 길다. 아마 국내에서 젤 길지 않을까.
용두산 공원의 에스컬레이터는 그만큼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짧은 에스컬레이터가 너댓번 반복된 걸로 봐서 한 4,5층 높이까지는 올라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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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공원에 도착하니 관광으로 오기에는 좀 애매모호한 곳이었다.
게다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공원의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비둘기 공원.
서울의 비둘기와 같은 계보를 가진 모양으로 사람과 마주쳐도 절대 피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광객이 매우 많았다. 반 이상은 중국인으로 보였다.
공원 자체는 탑골공원 분위기가 난다. 할배들 놀러오시는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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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업을 안하지만 미술의 거리 행사 건물도 있다. 하지만 젊어 보이는 건 이게 전부다.


가장 눈에 띈 건 혀를 지나치게 많이 내민 용상이었다. 용두산공원이기 때문인 모양이다.
그런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좀 얄밉게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생긴 건 드래곤볼의 신룡과 쌍둥이이다. 7개를 다 모으면 소원을 들어줄 듯도 했지만 도저히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소녀시대에게 내 소원을 맡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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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혓바닥. 아무리 봐도 끝없이 약이 오른다.


그런데 용두산 공원의 전망은 엄청나다. 꽤 높은 곳에 있는 공원인 모양이다.
왠만큼 마을 전체가 다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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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저게 다 집이란 말이지. 아 어지럽다. 너무 밀도가 높다.
근데 이 정도면 굳이 전망대에 안가도 되겠는 걸.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용두산 공원이 아니라 전망대이다.
서울타워처럼 여기도 부산을 죄다 내려다 볼 수 있는 모양이다.
그냥 봐도 마을이 거의 다 보이는데 전망대는 어마어마한 곳인가보구나.
뭔가 기대를 안고 성큼성큼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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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길 가면 다 볼수 있단 말이지. 다 내려봐주겠다. 으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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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남을 내려볼 수 있는 키가 못되는 우리는 얼른 표를 샀다.


엘리베이터걸이 입장료만큼의 미소 한번을 보이고는 쌩한 표정으로 벽만 쳐다보는 사이에 우리는 쭈욱 올라가서 전망대에 도착했다. 오 그래도 꽤 오래 올라오는구나.
엘리베이터를 내리니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전망대는 한층 더 걸어올라가야 한다. 전망대에서는 내려가는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지 않도록 올라오는 사람을 한층 전에 내리게 하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이곳에 내려주는 것일지도 모르고..
어쨌든 우리는 다락방에 올라가는 듯한 좁은 계단을 통해 전망대로 올라갔다.

우와 정말 부산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구나. 서울타워의 전망대와 거의 흡사했다.
부산이 넓으니까 지역적인 조건으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긴 하지만 높이 때문에 가려서 안보이는 곳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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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 건물은 차이나 타운에서 날씨가 흐려 못찍었던 건물이잖아. 우와 여기서 보이다니.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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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어 근데 이 동네는 밀도가 너무 높다. 아 어질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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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산하면 역시 바다지. 도시를 강이 아니라 바다가 지난다니. 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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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들도 많고 그냥 동네 자체가 항구구나.


아 부산은 굉장한 도시다.
항구에 정착해 있는 배중에 크루즈 선도 있더라. 와아 나도 그런거 타보고 싶다.
재미난다. 모든 도시를 다 이렇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구글 어스로는 한계가 있다.

전망대는 이제 재미나게 봤으니 어제 날씨 탓에 후퇴했던 해운대로 다시 돌아갈 생각이다.
아직도 날씨가 흐리긴한데. 이번엔 어떻게 될까.
어쨌든 진격이다!! 재진격!! 우리는 해운대로 다시 간다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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