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도 이제 꽤 늙었다.
혁신적이고 신선하던 시대는 이미 많이 지나갔고 안정적이길 원하고 있다.
벤쳐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열정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다.

대기업은 직원 전체보다는 임원이 더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조직이다.
당연히 모험을 해야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러한 만큼 직원들에게 활력이나 도전을 요구하지 않는다.
주어진 일을 잘 하고 안정적인 사람을 더 가치있게 평가한다.
당연히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그에 잘 부합한다.

이제 우리 회사는 업계 대비 직원 평균 연령이 3살이나 많다.
그리고 그 연령 분포가 슬슬 티가 나기 시작한다.

1. 관례적인 문제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고쳐야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점.
2.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것은 별도의 그룹이 전담할 일이지 조직 전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점.
3. 회사는 일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점.

대기업이 늙어가는 과정은 이렇다.

1. 신입 공채를 중시하여 인력 구조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2. 신입 공채를 뽑는 기준은 스펙이기 때문에 신입 사원은 사실 실무를 처리하는 집단이 아니다.
3. 신입 공채를 일을 잘 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가르칠 인력,
   그들이 일을 잘 하게 될 때까지 그 공백을 메울 인력,
   그리고 신입을 가르치는 인력이 그동안 처리 못하는 일을 메울 인력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
4. 이렇게 실제 업무는 경력직을 수시 채용해 처리한다.
5. 재직 인원은 매년 회사와 함께 한 살씩 늙고,
   신입을 뽑는 만큼 경력직을 뽑으니 신규입사자로 인한 평균 연령의 감소는 없다.
6. 신입 공채는 수직 구조에 적합한 인재이고
   의사 결정권자 그룹은 점점 더 나이가 많아지며
   의사 결정에 대한 권한은 점점 더 공고해진다.
7. 조직은 단단해지고 견고해지며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대신 도마뱀처럼 꼬리를 자를 수 없어 꼬리만 밟혀도 몸통 전체가 죽는다.

이렇듯 실무 능력을 갖춘 신입을 뽑는 벤쳐기업에 비해
스펙 공채를 뽑는 대기업은 평균 연령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평균 연령이 높다는 것이 단순한 조직 분위기 문제만은 아니다.
조직 구성원의 마인드는 조직 전체의 마인드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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