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화이트 데이였다.
가만히 들어보면 상술에 놀아나기 싫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은데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 배어있는 특성 때문이다.
한국인은 남이 하는데 나만 안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일본에도  상술에 놀아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심하다.
일본인은 '상술에 빠지는 것이건 말건 내가 하고 싶으니까'이고
한국인은 '상술은 싫지만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할 수 없으니까'이다.

사실 그렇다.
남들 다 사탕을 사는데 혼자만 안하면 성격 이상한 놈이 되지 않겠는가.
한국 사람들의 부화뇌동은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주로 사회가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의 의지보다 더 강한 것이기 때문에 벗어나기 어렵고
덕분에 상업적으로 써먹기도 참 좋다.

외국인이 단독적인 행동을 한다면 가치관이 뚜렷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한국인이라면 사회성이 결여된 인간이 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는 문화로 밖에는 배울 수 없는 '사회생활'이라는 용어가 있는 것이다.

싸이월드가 좋은 예다.
예전 한창 싸이붐이 일었을 때는
너도 나도 싸이질을 하니 혼자만 안하면 소외되는 수 밖에 없었다.
같은과 친구 네명이 있는데 한명만 싸이를 안한다고 치자.
누군가 여행을 다녀오면 자연스럽게 그 한명은 도태된다.
'싸이에 올린 사진 봤어. 와, 진짜 좋았겠더라'
'아, 그 사진 나도 봤어. 근데 옆에 있던 사람은 누구야?'
'응 어제 말한 그 사람이야. 너도 사진 봤지?'
'아.. 난 싸이 안하는데..'
그날은 싸이월드 가입자가 한명 더 늘어나는 날이다.

마치 드라마를 안봤더니 점심 시간 얘기에 낄 수 없는 것과 같다.
한국 사회엔 특히 이런 성향이 강하다.

핸드폰도 남들 다 있으니 한달내내 전화도 안오지만 어쩐지 하나 장만해야겠고..
이렇게 장만한 핸드폰이 별 쓸모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남들 다 최신 기종을 가지고 다니니 나도 기기변경 좀 해줘야 할 것 같고..
노트북도 쓸일이 전혀 없지만 요즘 많이들 가지고 다니니 왠지 갖고 싶고..
밥먹기 전에 모두가 디카를 꺼내드니 나만 어딘지 뻘쭘해서
디카 하나 장만 했는데 석달동안 한번도 안 써봤고..
(실제로 난 3년동안 서른번을 채 못 썼는데 얼마전 망가져 버렸다..
내수품이라 A/S 가 안돼서 버려야한다. 멍청이.. ㅠ.ㅠ
그래서 새로 살 생각이 없다,)
이것이 바로 삼성과 SKT 가 돈을 벌고 한국이 IT 인프라 강국이 된 이유 아닐까.

남들 하는 걸 안하면 어색한 느낌.
남들이 다 하면 왠지 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
이것이 한국인이 갖는 특성 중 하나다.
(난 외국인이 다양성을 잘 인정한다는 것을 그다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한국사회와 비교하고서야 비로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았다.)

우리나라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으니
편향된 장사는 그다지 결과가 좋지 않다.
일본이라면 오타쿠 장사가 꽤나 남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심지어 오타쿠도 군집을 형성해야 살아남는다.
(다수가 좋아하는 건담을 좋아하면 오타쿠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라젠카를 좋아하면 오.타.쿠.에게 별스러운 놈 취급을 받는다. @.@
하지만 그렇다면 그건 오타쿠가 아닌 대중일 뿐이지 않은가.)

여기에는 남과 다르게 행동하면 삐딱하게 보는
한국 사회의 지저분한 속성이 들어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웹 서비스에서는 이용해 먹기 참 좋은 특징인 게다.

네이버가 인터넷의 대명사가 된 것도
남들 다 쓰는 네이버로 자연스레 사용자가 몰린 것에 이유가 있을 것이고
한때 한메일이 성공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을 것이다.
하지만 싸이월드야말로 말로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소외받는 매우 한국사회스러운 서비스였다.
만약 우리나라에 학교라는 집단이 없었다면 싸이월드는 실패했을 것이다.
학교라는 사회에서 집단에 융화되기 위해 싸이월드에 가입한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게다.

메신저는 본질적으로 내가 대화하고 싶은 사람과 같은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므로
기존에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가 점점 더 많은 사용자를 흡수하는 블랙홀이 된다.
이것은 부화뇌동과는 무관한 필요에 의한 편중이다.
그런데 다수를 따라가는 한국 사람을 통해 네이트온이 그 공식을 깨뜨렸다.
MSN 이 지배적이던 한국 메신저 시장에서 네이트온이 MSN 을 꺾어버린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무료문자의 영향도 있겠지만 싸이월드 가입자가 증가한 원인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필요에 의한 편중을 사회성을 통한 편중이 꺾은 것이다.

요즘엔 자꾸
너도 나도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바보가 되는
그런 서비스가 어떤 것이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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