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선제공격
스마트폰 전쟁은 애플이 먼저 시작했다. 국내에서 스마트폰을 향한 무드를 조성한 것이 아이폰이다. 오바마의 선거 운동 도구였던 트위터와 블랙베리를 떠올려보자. 전세계 트위터 사용자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아무 미동도 없던 국내시장이 김연아의 트위터 개설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애플의 아이폰도 그랬다. 오바마의 블랙베리 뉴스에도 여전이 스마트폰에 관심없던 국내 사용자에게 스마트폰이 무엇인지 알게해 준 것이 바로 아이폰이다.
그러나 사실 아이폰보다 앞선 것이 있었다. 바로 아이팟터치이다. 아이팟터치가 아니었다면 아이폰에 대한 광풍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이팟터치를 써 본 수많은 사람들이 "전화만 되면 안성맞춤인데.."라는 생각을 가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팟터치의 아이폰 미끼에 완벽하게 낚여주었다.

KT의 점화
우리나라처럼 통신사에 의존적인 환경에서는 아무리 아이폰이 우월하다한들 쉽게 치고들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2위 통신사업자인 KT가 그 문을 열면서 모바일 생태에 큰 변화가 생겼다. 아직은 "스마트폰=아이폰"이라는 등식이 성립해있고 아이폰을 쓰기 위해서는 KT에 가입하는 수밖에 없으므로 스마트폰은 KT가 선점했다고 보는 게 맞다.
게다가 아이폰은 시장에서 전자기기가 아닌 명품백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기능에 대한 만족보다는 좋은 (그리고 예쁜) 제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에 의해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1위 사업자인 SKT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것은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양사도 조급한 행보를 걷게 되었다. 지금 막지 않으면 성문이 열릴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리되면 조그만 공격에도 흔들리기 십상이다. 하여 T옴니아2로 반격을 시작했다. 다행히 동계올림픽의 수혜를 입어 전속모델인 김연아의 힘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힘을 실어준 건 생각지도 못한 경쟁사이다.

구글의 참전
결국엔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애플과 삼성만이라면 국지전으로 끝나고 말았겠지만 구글이 끼어들면서 내용이 달라졌다. 넥서스원을 출시한 것이다. 구글은 삼성보다는 애플과 맞설 사업자이다. T옴니아2 사용자는 제자리에 있겠지만 아이폰 사용자는 넥서스원에 흔들릴 수 있다. 이로써 승패를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구글은 기기 판매가 목적이 아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갖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오픈 모바일 플랫폼이다.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제조사가 늘어날수록 구글은 자신의 서비스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다. 애플은 자신의 플랫폼을 개방하지 않고 있지만 구글은 모든 사업자에게 플랫폼을 개방하고 있으므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기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구글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은 기기 자체보다는 소프트웨어의 응용에서 힘을 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미래를 가늠할 수 없다. 안드로이드의 응용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르고, 애플도 구글 못지 않게 PC 응용에 많은 부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은 곧 매력적인 타블렛 출시도 앞두고 있다.

SKT의 향방
SKT는 모토로이의 선전을 내심 바라고 있겠지만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하다. 모토로이가 생각만큼 잘 빠진 폰이 아니라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넥서스원이 너무 강력해서 경쟁력이 약해진 것도 문제다.
그러나 이것은 SKT에게 악재다. 구글이 애플을 충분히 견제해 주어야 KT를 묶어둘 수 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당분간은 안드로이드 폰이 힘을 얻기 어렵다. 그렇다면 자연히 넥서스원도 힘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확산이 있어야 강한 점유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넥서스원보다 더 나은 모델이 출시되거나 피쳐폰만큼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이 확산되지 않는 한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시장을 점유하기 어렵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딜레마이다.
따라서 SKT는 좀 더 다양한 스마트폰을 확산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다행히 삼성전자, LG전자, HTC, 모토로라 등 많은 제조사에서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관여하고 있다. 피쳐폰을 대체할 분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지도 모르겠다.

어려운 예측
아이폰 4G가 곧 출시된다. 기존의 아이폰 3G(s)보다 더 매력적인 모델로 소문나있어 기대심리에 의한 구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소문대로라면 스펙면에서도 넥서스원을 꺾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독특한 통신사 생태 때문에 아이폰의 세력이 전체 휴대통신 환경에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아이폰 4G의 시장 평판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가격대비 성능이 소비자의 취향이었다면 이제는 충분한 댓가를 지불하고 좋은 제품을 쓰겠다는 소비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대중화하기 시작하면서 블랙베리와 노키아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제품이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블랙베리는 자체 OS를 사용하는 RIM社의 제품이고 노키아는 요즘 5800 XpressMusic으로 스마트폰과 비교되고 있다. (5800 XpressMusic은 스마트폰보다는 뮤직폰이다. 생산 공장이 한국에 있어 Made in Korea가 적혀있지만 무선랜 지원 단말기여서 국내에 출시되지 못했던 기이한 역사를 가진 제품이다. 최근 국내 무선 산업 정책이 바뀌면서 다시 유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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