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자전거 도로까지는 목숨을 걸고 가야 한다.
아직 서울은 자전거 도시가 아니다. 진짜로 매우 위험하다.

그렇게 온 신경을 곤두 세우고 오다가
자전거 도로에 진입하면 마음을 좀 놓으며 방심한다.
그런데 사실은 그 때부터가 문제다.

난 그저 신문 구독하면 주는 그런류의 자전거일 뿐.
온 몸에 울긋불긋한 쫄쫄이를 씌운 사람들이 나를 추월해 지나간다.
문제는 없다. 그들이 더 빠르니 추월해 가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우르르 몰려가는 그들 중 기본을 갖춘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난 추월할 때 3가지를 반드시 지킨다.

  1. 소리를 내어서 앞 사람에게 내가 추월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 가장 기본적인 매너다. 근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경륜 선수쯤 된다고 여기는지 절대 돌발 상황 없이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마주 오는 자전거가 있거나 보행자가 있어서 내가 통과할 공간이 있더라도 충분한 여유 공간이 없을 땐 추월하지 않는다.
    :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경륜 선수쯤 된다고 여기는지 최단 경로로 추월한다. 앞 사람 바로 옆을 스치면서 앞지른다는 뜻이다.
  3. 앞 사람이 그 앞 사람을 앞지르고 있는 중에는 치고 나가 추월하지 않는다.
    : 너무 당연한 거다. 근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경륜 선수쯤 된다고 여기는지 속도를 갑자기 더 높여 노란선을 밟고 지나간다.

카페에 가입해서 정보를 얻지 않으면 사기 어려운 그럴듯한 장비를 갖춘 사람들이
오히려 저런 기본적인 매너를 더 안 지키는 편이다.
느린 자전거 쯤이야 쉽게 앞 질러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할배들이나 아줌마들도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경향이 있지만
그들과 비교하는 건 치졸한 짓 아닌가.
적어도 알 만한 걸 아는 사람들은 기본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닐까.

특히 학생용 자전거나 젊은 여자를 더 쉽게 보고 앞질러 간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 자세가 훨씬 더 초보다.
돌발 상황을 더 쉽게 만들고 넘어지면 남들보다 더 크게 다치는 사람들이다.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살짝 비비는 동안데도 핸들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사람 죽일 생각 아니면 추월할 때 매너를 지킬 필요가 있다.

문제는 자전거 동호회 주인장들이다.
어느 카페를 가봐도 좋은 장비나 자전거 도로에 대한 정보만 주고 받을 뿐
기본적인 매너를 홍보하는 곳이 없다.
카페 주인장의 마인드가 중요한 것 아닌가.

고급 장비를 끌고 다니면서 뻐기는 것보단 자전거 매너를 갖추는 게 더 멋지다.
이건 기본적인 자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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