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수가 블로그에 과제를 올리도록 시킨 모양이다.
메타블로그에 제출을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글이 계속 올라온다.

딴에는 자신이 멋지고 선진적인 교수라고 뿌듯해하며 과제를 냈겠지만
이건 블로그 세계를 흐려놓는 일이다.

블로그는 자신의 생각을 적는 매우 창발적인 공간이다.
그리고 블로그 네트워크에서는
같은 주제로 여러 사람이 글을 잔뜩 올리면
블로그에서는 그것이 하나의 집단을 형성하는 카테고리가 된다.
그런데 하필 그것이 억지로 만들어진 글의 모음이라니..

블로그는 일기와 같다.
일기를 쓰고 싶은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부어 하나의 창작물을 완성한다.
그러나 이건 성인이 되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초등학생의 숙제로 강제 제작된 일기는 읽을꺼리가 못된다.
그렇게 징수된 일기를 엮어 책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라.
(실소가 나오는 어린이의 기발함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봐야..)
다단계 판매업 소개 책자보다도 건질 게 없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오늘은'과 '나는'일 것이다.

과제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도록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과제라면 대부분 의미없는 단어의 나열 아니겠는가.
요즘 대학생이 얼마나 해야할 일이 많은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만을 하는 것이 바로 과제다.
적어도 2007년의 대학생은 교수가 학부생이던 시절보다 수십배는 더 경제적으로 똑똑하다.

과제를 위해 올린 포스트를 읽다보면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이 아니라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읖조린 글임을 느끼게 된다.
이건 영양가 있는 블로깅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블로깅을 강제하는 교수의 방식도 옳지 못하다.

게시판에서라면 상관이 없다.
외부에서 접근할 경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블로그라면 또 상관이 없다.
그러나 메타블로그에 오르는 글은 그렇지 않다.

그 교수의 수업 방식이 블로고스피어의 일정 영역을 이미 점유해 버렸다.
그리고 이는 상황에 따라 또다른 스팸이 될 수도 있다..


Trackbacks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