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성공한 이유>
사람들은 일촌이니 SNS니 하지만 사실 웹서비스의 성공 요인은 90%가 자본 또는 운이다.
여기서 운은 서비스의 정책과 웹의 환경이 잘 맞물리는 우연을 말한다.
싸이월드가 성공하던 시절은 디카의 유행 시기와 맞물린다.
그리고 커피전문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대중화를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밥 먹고 여행다니고 놀러 다니는 여자애들에게 가장 적합한 게 바로 싸이월드였고
그 여자애들과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은 남자애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싸이월드였다.
지금은 도토리 수익의 대부분이 음원이지만 그 당시는 달랐다.
여자애들에게 퍼준 남자애들의 도토리 양을 생각해보라.
난 아직도 스킨을 돈 주고 산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그러나 그 땐 잘 팔렸다.
한 번 생각해보자. 여자애들이 자기 돈으로만 샀으면 그만큼 팔렸을까. 도토리 조르기가 없었어도?


<네이트온이 성공한 이유>
당시 기능적으로 MSN을 이길 수 있는 메신저는 없었다.
네이트온도 허접하기 짝이 없어서 툭하면 죽고 성능도 무거워서 돌리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트온이 MSN을 이기는 것은 당연했다.
무료 문자 100건이 결코 적은 것이 아닌데다
앞서 말한 이유로 싸이월드를 쓰는 여자애이 네이트온을 쓰기 때문에
컴퓨터가 버벅이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남자애들마저 네이트온을 설치해야했기 때문이다.
임계점이라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무료 문자라는 유인책을 써도 MSN을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친구들이 네이트온을 특정한 비율 이상으로 쓰는 이상 난 안 넘어갈 수가 없다.
네이트온의 성공요인은 무료 문자라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좋은 기획력 때문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운이 맞물려 사용자의 수가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남자애들이 무료 문자 100건을 쓸 일이 여자애들과 주고 받는 거 이외에 뭐가 있었는가 말이다.
무료 문자 역시도 친구따라 강남가는 SNS의 속성에 맞물린 셈이다.


<카카오톡이 성공한 이유>
여자들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한국식 버디 서비스의 성공이다.
초기에는 카카오톡 이외에는 쓸만한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누구나 카카오톡을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기능적으로는 구글톡이 훨씬 좋고 서비스적으로는 마이피플이 월등하다.
그러나 여전히 카카오톡은 지배적이다.
간지나는 아이폰에서 자리를 잡았으니 충성도는 기본이고
여자애들에게 이미 어필을 했기때문에 아무리 합리적인 이유라도 감성적으로 좋다는 걸 이길 수는 없다.
남자들이야 더 좋은 기능을 제공하면 갈아타지만 여자들에겐 환경이 좀 다르다.
여자들에겐 '더 낫다'가 아니라 '더 좋다'로 어필해야하는데
그게 기획력이 있다고 되는게 아니라 순전히 운과 흐름에 달린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스마트폰은 남자들이 더 많이 쓴다고 분석하면 바보다.
앞서 네이트온이 성공한 이유를 굳이 설명한 이유가 있다.
여자들이 카카오톡을 쓰면 남자들은 무조건 카카오톡을 쓰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런 남자들을 친구로 둔 남자들도 카카오톡을 쓰게 되어있다.
단편적인 사람들은 카카오톡 이용률만을 보고 남자들도 카카오톡을 좋아한다는 통계를 뽑겠지만
SNS에서 나오는 통계라는 게 그렇게 분석하는 게 아니다..
사용자는 자기가 자주 쓰는 익숙한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느낀다.
오지에 떨궈놓고 먹을 걸 찾아다 먹으라 한다면 체질적인 입맛에 따르겠지만
한국에서 길러졌으면 누구나 라면 먹을 때 김치를 찾게 되는 게다.
사용자 조사를 한다고 '카카오톡이 좋습니까?'라고 물어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친구들 때문에 카카오톡을 쓰고 있는 사용자에게는 말이다.
자신이 속한 그룹의 영향에 의해서 사용하는 SNS가 변하고
그 SNS에 대한 평가도 함께 변화하는 것을 관찰하면 매우 재미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관심있는 대학원생은 한 번 연구해 보길 권한다. 졸업하기에 충분한 논문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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