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면 늘 듣는 말이
'큰 도둑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위해 작은 도둑을 뽑아야 한다.'

근데 도둑이면 도둑이지 작은 도둑은 뭔가.
작은 도둑이 훔칠 거 많은데 들어가면 큰 도둑 되는 거지.

작은 도둑 뽑는 게 왜 애국인지 이해가 안 간다.
사회 정의를 위해서 반드시 투표를 하라는데 작은 도둑 뽑는 게 왜 사회 정의인지.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쪽이 진짜 더 작은 도둑이라는 근거는 뭔지.

작은 도둑 뽑는데는 열과 성을 다하고
정작 도둑 뽑은 다음 문단속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차라리 사법시험 개혁 운동에 그렇게 열을 올리면 좋겠다.

법조인을 잘 뽑으면 법 만드는 국회의원 잘 뽑겠다고 아우성 칠 이유도 없다.
정치라는 게 원래 그래서 정치꾼은 어떻게 뽑아도 도둑놈을 피해갈 수 없고
법이 거지 같아도 판검사만 현명하면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으니까.
근데 문제는 이 사회가 판검사도 이기심 테스트로 뽑는다는 것이지.

지금 30대 진보들의 말이 내게는 그냥 쉰소리로 밖에 안 들린다.
현대 사회에 인구가 몇 명인데 사람을 보고 투표를 한단 말인가.
그 짧은 선거 기간에 그것도 후보들 측근이 만든 자료를 참조해서.

게다가 정말 성인군자인 사람이 정치에 발을 들인다고? 천만에..
정치꾼은 말 그대로 도둑들 맞다.
이런 형편에서 과연 작은 도둑을 뽑는 게 의미가 있는가.

답이 2개인 문제가 수능에 나왔다.
좀 더 답 같아 보이는 걸 찍어서 낸다.
나중에 그게 답으로 인정되면 아무말 않고 웃는 거고
틀린 게 되면 답이 2개라며 정정을 요구한다.

맞은 쪽은 출제자의 의도라거나 더 답에 가깝다는 것을 주장할 것이고
다른 한 쪽은 그래도 답이 두 개니 무효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틀린 답이 된 쪽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미 잘못된 문제에 답을 적어 냈기 때문에.
문제를 푼 것은 채점을 거칠 것이라는 임의적인 동의 아닌가.

채점하면 안된다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건
문제가 틀렸다는 확신을 갖고 아무 답도 적어내지 않은 사람이다.

문제가 잘못된 걸 알면서도 우선 맞아야 하니까 답은 적어내고
나중에 내가 틀린게 되면 항의한다.
분명 시험의 무결성을 주장하기에는 틀린 태도 아닌가.
(그게 현실적으로 당연한 행동인 것은 안다. 분명 정정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그게 원리원칙과 정의를 언급할 자격은 아니란 거다.)

답은 적어서 내어놓고 나중에 틀리면 정정을 요구한다.
이 것부터가 도둑놈 심보 아닌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도둑놈 심보가 잘못된 행동이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도둑놈 심보를 지지한다면 자기 주장이
'정의를 위해서다!'라는 위선은 떨면 안된다.

투표도 마찬가지다.
애당초 유권자부터가 (앞서 말한 의미의) 도둑놈 심보인데
무슨 큰 도둑을 버리고 더 작은 도둑을 뽑는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저 우리에게 유리한 편을 찍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해야 옳다.
'사회를 위해서 너가 그러면 안되지'라는 말은 진심으로 위선이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비판도 하지 말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잘못 출제된 문제를 풀어놓고
오히려 안 푼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건 분명히 넌센스다.

심지어 이건 더 웃긴다.
'기권표를 만들더라도 투표는 해라. 그게 사회 정의를 위한 길이다.'
잘못 출제된 문제가 나오면 일부러 답이 아닌 걸 골라서 적어내라는 말인가.
그럼 그건 문제가 잘못 출제되었건 제대로 출제되었건
아무 상관없이 진짜로 오답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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