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서비스네이밍 때문에 기분이 안좋은 모양이다.
큰 일로 열받으면 화를 내면 그만인데 별 것 아닌일로 귀찮아지면 짜증이 안 날 수가 없지..
네이밍에 대해 생각을 좀 해보기로 했다.
실제로 네이밍이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쯤 될까.
서비스에 네이밍이 미치는 영향은 플러스 알파보다 훨씬 적다. 플러스 오메가 정도랄까.
10대 여학생에게 동방신기들의 이름은 동방신기이기 때문에 더 멋있고
나이든 형님들에게 동방신기의 이름은 그들이 동방신기이기 때문에 더 같잖다.
서비스가 좋고 나쁨에 의해이름이 좋거나나쁘게 느껴질수는 있지만.
반대로이름 때문에 서비스의 유저가 순식간에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일은 없다.
그저 미미한 영향이 있을 뿐이다.
24시간 돈다고 해서 붙은 전혜빈의 이사돈이라는 별칭은 어떨까.
남자에게도 부담스러운 이사돈이라는 어감이 별명으로 좋을리가 없다.
그러나전혜빈의 인지도에는 꽤 큰 영향을 미쳤는데.
기획 회의에서나 나오는이름이었다면 이런 효과는절대 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네이밍이 미치는 효과는 서비스의 "호감도"가 아니라 "인지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름이 아무리 좋아봐야.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같은 쓸모없는 이름이면 소용없다.
아기 이름 짓듯이 "와좋다" 하면서 짓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서비스의 네이밍은인지도를 목적으로해야 한다.
그럼 네이밍을 어떤 근거로 하는 것이 좋은가.
다른 인지도 높은 대상을 연상시키면 좋다.
또는 오히려 본래의 서비스를 전혀 연상 시키지 못하는 엉뚱한 이름을 써도 좋다.
서비스가 궁금해서가 아니라 도대체 뒷간 서비스가 뭔지 궁금해서확인을 목적으로 들어오게 된다. 어쨌든 사람을 끌어왔으면 성공이다.
뒷간에 글을 많이 싸고 내용물을 많이 퍼가는건 어쨌든 서비스 수준의 문제지 네이밍의 책임은 아니다.
그러나 무조건 엉뚱한 이름을 붙인 다고 되지는 않는다. 호기심을 끌어내야 한다.
게시판 이름이 '아잉~ 잇힝!"이면 어쨌든 안들어가 볼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게시판 이름이 "쭈꾸미"라고 해서 사람들이 "오 궁금한데?" 하며 들어올리는 없다.
사람의 연상 능력은 그리 복잡한게 아니다. 단순하게 떠오를 수 있는게 아니면 호기심을 끌 수 없다.
그리고 네이밍 중 가장 큰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이 있다. 절대시는 쓰지 마라.
기획자들이 네이밍에서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자신만의 추상성에 도취되는 것이다.
중학생들이 백일장에서 억지 시어를 만들듯이 자신만 이해하는 어정쩡한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건 최악이다.
고등학교때 이런 친구가 있었다.
어항이 억압을 상징하고 금붕어가 학생을 대변한다나.
뭐 틀린 말은 없지만 어항의 금붕어에서 수험생의 고통을 떠올릴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이게 공감이 가는 사람이면 언어영역 점수가 안들어가는 학과를 고르는 고뇌가 금붕어의 고통보다 더 절실하게 와닿아야 할것이다.
기확자 개인만의창의력은크게 경계해야 한다. 개인만의 창의력은 보편적인 창의력과는 다르다.
이건 광고주가 자기가 좋아하는 모델을 억지로 지명해 CF를 찍고 쫄딱 망하는 것과 같다. 네이밍은 창의적인 것 보다 보편적인게 좋다.
같은 이유로 네이밍은 트렌드를 무시하면 안된다.
10년 전엔 세련되고 멋진 이름 또는 매우 머리를 많이 쓴 이름이 인기가 있었으나
요즘엔말초적이거나단편적인 이름이 더 트렌드에 맞다.
예를들어 요즘에는"핫핫(Hot) 게시판"보다는 차라리 "웃다죽자 게시판"이낫다.
5년 전에는 아무리 봐도 후자가 욕먹을 발언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트렌드는 대 놓고 까는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네이밍은 서비스의 호감도를 위한게 아니라 인지도를 위한 것이다.
서비스에 이미 발을 들여놓은 사용자는 더 이상 이름에는 관심이 없고 서비스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네이밍이 미치는 영향은 아직 서비스 주위를 서성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네이밍은 많은 사람이 좋아할 이름을 찾는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거뭐야? 그래 한번 보자" 라고 말할이름을 찾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어 발음과 한글 의미를 어정쩡하게 섞은 이름은 이제 트렌드가 아니다...
(그러나 아직은 네이밍에 관한 깊은 연구가 없었던 내 일시적인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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