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야 합니다.

버스 정류장 간판이 정류장이라고 상상할 수 없게 생긴 터라

정류장인 줄 모르고 버스 한 대를 놓쳤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나온 거라서 

이번 열차를 타지 못하면 비행기를 놓치고 말아요.


서둘러 다음 버스를 탔지만 

버스 안에서 달린다고 버스가 빨리 가지는 않네요.





레이크라인은 호리카와를 따라 동네를 두르는 순환 버스입니다.

이보다 경치 좋은 거리도 많이 지나가요.


그러나 버스 관광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태굴이에게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자고 제안했습니다.


아침부터 꽤 열심히 지도를 탐독했던 터라

둘러가는 버스보다 걷는게 빠르겠다는 확신이 섰거든요.


태굴이도 의심 없이 흔쾌히 동의합니다.

오하시미나미즈메(大橋南詰, 마쓰에 대교 남단)라는 방송이 나옵니다.

서둘러 뛰쳐 내렸습니다.


레이크라인 노선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내려서 남자 걸음으로 빨리 걸으면 

마쓰에 역에 먼저 도착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덕분에 거리 구경도 하고요.

일본은 도심 한가운데에도 신사가 그냥 막 있습니다. 걍 막.


그리고 우리는 마쓰에 역에 제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우선 서둘러 표부터 끊고요.





자 이제 우리의 마지막 열차를 타는 겁니다.

목적지는 요나고 공항(요나고 쿠우꼬오)입니다.


그런데 단호히 버스에서 내려 걸어왔더니 시간이 매우 충분하네요.

점심을 먹고 가야겠습니다.


역무원에게 표를 보여주고 나갔다 와도 되겠냐고 묻자 흔쾌히 그러라고 합니다.

그래서 매표소 앞 상가에 있는 도시락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메뉴는 태굴이가 정했습니다.

태굴이가 먹고 싶어하던 고등어 초절임이 들어간 롤이 있었거든요.


근데 태굴이는 또 입맛에 안맞는지 남겼습니다.

그래서 그것까지 제가 다 먹었죠 ㅋ.
아무거나 잘 먹는 저는 맛이 있었습니다.
대신 엄청나게 배가 불렀어요.
안타깝게도 그 탓에 기내식을 남겼지만요..




젊은 아가씨가 가게를 보고 있었는데 표정도 상냥하고 매우 친절했습니다.

도시락만 덜렁 나오길래 미소시루 같은 게 필요해서 

마실 수 있는 건 팔지 않느냐고 물어봤는데요.

아예 1인분 양으로 나오는 우동 같은 것 외에는 없더군요.

그래서 그냥 자리로 돌아왔는데

점원 아가씨가 곧 주방에 얘기해서 특별히 우동 국물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아 참 고마웠어요.


이렇게 밥을 먹고 기차 시간이 되어서 열차를 타려 일어났습니다.

밥 먹고 나니 목이 말라서 음료수도 샀어요.

저는 밥을 먹으면 항상 디저트를 먹어야 합니다 ㅋㅋ.

승강장에 들어가자 자판기가 보이더군요.





저는 녹차를





태굴이는 포도 쥬스를 골랐습니다.


대부분은 굳이 일부러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걸 고르는 편인데요. 

늘 먹던 게 거기서는 어떤 맛인지도 궁금합니다.

당연히도 맛은 완전히 같네요 ㅋㅋ.


그냥 일본어가 쓰인 늘 보던 제품이 신기해서 찍어 봅니다.

방사능 도쿄에서 온 게 아닌지 궁금해서 한 번 읽어봤어요.


이제 마쓰에와 작별이네요.

음료수를 마시며 열차를 타러 갑니다.


공항으로 가는 열차는 좀 독특합니다.

요나고 쪽에서는 유명한 관광 상품인데요. 요괴 열차가 있습니다.

열차가 요괴인 건 아니고요. 요괴 캐릭터로 꾸민 열차입니다.


돗토리가 요괴 만화를 관광 상품으로 삼고 있다는 건 말씀 드린 적이 있지요.

요괴 만화로 유명한 미즈키 시게루 만화가가 이곳 출신이라서

아예 관광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일본 애들이 그런 거 잘 하잖아요.





승강장도 이렇게 그려놨고요.

관광 상품인데다 한국인을 많이 끌어오려니 표지판에 한글도 있군요.

계단 각도를 잘 맞춰서 찍어야 했는데

뒤에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어서 얼른 찍으려다 보니 그림이 조각 났네요.





열차도 이렇게 캐릭터도 도배했습니다.

물론 열차 내부도 저래요.


요나고 공항까지는 각 역마다 저 만화의 요괴 캐릭터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요나고 공항 역의 별명은 베토베토상 역입니다.

베토베토상은 발자국 소리 요괴입니다. 

밤 길에 누군가 쫓아오는 듯한 소리가 들릴 때가 베토베토상인 겁니다.


우리는 이 요괴 열차를 타고 공항으로 갔습니다.

공항도 역시 요괴 캐릭터 천지입니다.





여기도 요괴






저기도 요괴.

이 동네는 그냥 다 그래요. 원래 그래요.


근데 쟤들 익숙한 그림 아닌가요.

그래도 옛날엔 꽤 유명한 만화였다는데.


아 이제 탑승하라네요.

조금 여유부렸더니 승무원이 찾아와서 올라가라고 합니다.

아주 작은 공항이라 탑승객도 적고요.

승무원이 승객 한 명, 한 명 다 챙깁니다.


이제 한국으로 가요.

안녕 돗토리.


한국까지는 2호선 한 바퀴 도는 것보다도 빨리 도착하니 뭐 재미없네요.

뭐 그냥 순식간에 슝 끝.




아 경비와 일정이 조금만 여유로웠어도 

제대로 도시 안내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나중에 좀 여유로운 여행을 할 기회가 있으면 

더 좋은 정보를 많이 담아오도록 하지요.


일본 돗토리현 방문기 끝~.

땡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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