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웹 서비스의 1세대는 커뮤니티와 인간관계가 그 성공의 원천이었다.
사람들은 '인터넷이 세계 모든 사람을 연결시켜준다'는 막연한 환상을 주입받아 왔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레 인터넷 속에서 모든 인간관계를 다 맺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을 갖게 되는 시점이 생겨났다.

그 당시의 인터넷이 갖는 슬로건은 '연결'이었다.
덕분에 아이러브스쿨, 세이클럽, 다음 카페, 프리첼에서 싸이월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간관계 서비스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많은 문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에서 맺은 인간관계가 실관계보다 그리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선험적으로 깨달아 버렸고, 현재의 웹은 '컨텐츠'와 '나'라는 두가지 모티브에 집중되고 있다.

지금은 '내가 보고 싶은 컨텐츠'이거나 '나를 나타내고 싶은 컨텐츠'가 아니면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을 이용해 돈을 벌어보자 하는 웹 서비스를 마케팅 용어로는 web 2.0 이라고 하던가.

문제는 사람들이 '나'라는 모티브를 관여시키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들이 좋아하는 정보가 무엇일까를 알아내는 것이 지나치게 어려워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롱테일'이라는 굉장히 난해한 문제도 제기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We'를 이용한 서비스는 쓸모가 없어지고 'I'가 다뤄지는 서비스가 중요해졌는데 그 수많은 'each I'들을 다룰 수가 없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방법은 연관된 'I'들을 묶은 복수형 'Is'를 만드는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롱테일에서 어느 부분이 맛있을까를 곰곰히 고민한 다음에 꼬리 잘라먹기를 하는 것이다.

결국 최근의 웹 서비스 모티브는 이런 것이다. 서로 테마가 같은 'I'들을 한 곳에 모아주는 것.
그렇게 하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저쪽의 '또 다른 나'가 보고 싶어하고 그가 올리는 것을 '이쪽의 나'도 보고싶어 하게 되는 것이다.

기획자의 관여는 어설픈 것이 되고 만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이 투영된 'I'가 되게 만드는 범주를 형성시키는 것만이 기획자의 몫이다.

'I'들 스스로가 정보를 구성하는 것이고 쓸모없는 정보는 생성조차 되지 않는다. 내가 나에게 스팸이 될 정보는 제공할 리가 없으니까.
자신을 위한 정보를 또 다른 자신이 만드는 셈이다. 또 다른 자신이 만든 정보를 자신이 직접 보는 것이다.

따라서 Web 2.0 의 화두는 '테마'이다.
테마를 찾는 것이 서비스를 찾는 것이고, 'each I'를 'Is'로 묶어 줄 '테마'는, 그 테마에 속한 정보의 내용과 질을 결정한다.

테마가 존재하는 쓸모있는 정보를 우리는 '컨텐츠'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나에게 '지하철 환승을 잘하는 사람의 노하우 블로그'는 컨텐츠 이지만 '비싼 식당에서 잘난척하기 블로그'는 정보조차 아니다.
난 비싼 식당으로 잘난척 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저쪽의 'I'는 나과 'Is'가 될 'another I'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과 나를 같은 테마로 묶는다면 그 기획자는 내년 연말에 이직의 기회가 줄어들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테마'라는 것이 엄청난 통찰이 없이는, 여간해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게 아니다.
코스프레 매니아들과 DSLR 매니아를 같은 테마로 묶어준다면 시너지가 엄청날 테지만,
가까운 범주로만 묶다보면 코스프레 매니아를 의상학과 학생들과 같은 테마로 넣어버릴지도 모른다.
이것은 전혀 테마를 형성하지 못한다. 적어도 의상학과 학생들이 '류자키의 다크 서클 만들기'에 관심이 있을 턱이 없으니까.
(차라리 동대문 상인들과 테마를 묶어준다면 코스프레 재료를 사고 파는 일로 서로가 'I'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테마는 '연예' 테마이다. 연예계 문제만큼은 컨텐츠를 주고받는데 그 어떤 망설임도 없다.
내 글을 누가 읽어주기를 염원하고, 내 시간을 내어 남의 글을 읽어주는 것도 조금도 아깝지 않다.
그럼 이런 테마가 또 무엇이 있을까. 무엇으로 돈을 벌어먹고 살면 좋을까.. (글쎄.. 아마도.. 남 씹는 테마..? ^^;;)

이제 컨텐츠에도 상대성 이론이 적용된다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누군가에게 컨텐츠인 것이 나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
내 가장 완벽한 컨텐츠가 어떤이에겐 스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피곤한 유저는 테마를 통해 'another I'를 찾아 'Is'로 묶여지고 싶어한다.

나의 정보가 내 테마의 모든 'each I'에게 컨텐츠이기를 바라고,
내가 속한 테마의 모든 정보가 나에게 예외 없이 컨텐츠이기를 바란다.

웹 서비스를 한다면 'each I'를 어떻게든 'Is'로 묶어야만 한다.
이제 인터넷에 'We'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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