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골목을 걷다보면 가끔 스쳐지나가는외국인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시다.
머리는 희어졌고 부스스한 것이 꼭 아인슈타인을 연상시켜 나는 그 분을 아인슈타인 할아버지라 인식하고 있다.
등은 매우 많이 굽으셨고 항상 개 한 마리와 같이 다니시는데.
여러번 마주치다 보니 종이 박스나 빈 병 같은 걸 주우러 다니시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 어머니가 마트에 가셔서 짐을 들어드리러 따라갔다 오는 길에.
또 그 할아버지를 마주치게 되었다.
물론 어머니도 오다가다 보셨으니 그 할아버지를 알고 계셨다.
그런데 평소에 전혀 생각도 못했던 것을 어머니가 문득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마도 6.25때 군인으로 와서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살게 된 것이 아닌가 하시더라.
가만 생각해 보니 그 이외의 일로는 그 나이의 가난한 백인이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참 안된 일이다.
남의 나라를 돕는 일로 왔다가 여생을 그렇게 험하게 살고 계시다니..

그런데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이외에는 다른 어떤것도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참 한심하다 싶었다.

더 나아가 세상이 한심해 보였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현대 사회라는 것이 정말 쓸모없는 세계를 갖추고 있다고..
차라리 중세에는 부조리 속에도 철학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살고 있는 세계는 너무 한다 싶다.
어느덧 부조리가 합리가 되고 철학은 사라진지 오래이니.
이제는 세상을바로잡을 방법마저 소멸해 버렸다.
내가 대통령이 된들 바로잡을 수 있을까.
방법만 있다면 차라리 폭군이 되고 싶다.
이 세계에 철학만 다시 되찾아올 수 있다면.
후세에 욕 좀 먹는 것 쯤이야..
내게는 기쁨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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