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은 아직 그 어떤 이론도 완성된 것이 없고.
유명한 학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현대 과학의 한 주제이다.
그런데 나는 시간 여행을 불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론물리학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심오한 가정과 논리 적용과 계산을 통해 무언가를 증명하는데.
가장 치명적인 것이 처음에 세운 가정이 틀렸을 경우다.
그런 경우는 중간의 모든 논리와 계산이 맞는다 하더라도 결국엔 잘못된 결론을 내게 되는데.
더 큰 문제는 논리 전개 과정에는 오류를 발견할 수없기 때문에 잘못된 점을 찾아내기가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가정하고 상상하는 것도가정만을 해두고 예측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들으면"모르는 소리"라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물리학적 접근보다는 재미난 상상 과정으로만 보아 주기를 바란다.
잘 알려진 역설 중에 이러한 것이 있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과거의 나를 죽인다면?"
물론그렇게 되면현재의 나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과거로 가서 과거의 나를 죽일 수도 없을 것이다.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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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왜 시간여행이 불가능한가를 따져보자.
물리학을 포함한 이론과학에서는.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오는 작용이 없고 내부에서 외부로 빠져나가는 작용도 없는 독립된 공간을 두고 "닫힌계(界)"라고 한다.
이제 이 개념을 그냥 "계"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공간이라고 하면 x,y,z따위의 좌표를 가지는 위치 기준뿐인 것 같지만. 여기서 말하는 공간이란 모든 물리학적 좌표에 대한 경계를 통틀어 일컫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분 전의 우주와 지금의 우주는 서로 독립된 각각의 "계"이다.
내가 마시려고잔에 채워놓은 녹차의 공간도 하나의 계이다
이러한 계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보존 법칙'과 '연속성'에 근거하여설명된다
고등학교 때 계속들어온 "보존 법칙"은 모든 과학의 기본이다.
질량도 보존되고 에너지도 보존된다.
내가 (SF 영화적인 표현으로) 우주 좌표 X120, Y80, Z3 따위의 곳에 서 있다가 X120, Y80, Z4로 위치가 이동했다 하더라도.
전 우주의 계 전체에서 변화된 것은 없다.
질량도 에너지도 밀도도 모두 그대로인 것이다.
단지 계의 안에서 내 위치만 변한 것 뿐이다.
이것이 보존 법칙이다.
그리고"연속성"이란 끊임이 없는 절대적인 흐름을 의미한다
물을 천천히 끓여보자.
섭씨 98도에서 중간과정인 99도를 거치지 않고 물이 느닷없이 끓어 버릴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또 그물로 라면을 끓이는데 익어가던 면발이 다시 건조해졌다가 완전히 퍼졌다가를 반복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나의 밥상을 수호하기 위해서 그것은 불가능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 연속성이 왜 존재하는 것일까.
이 물리학적 연속성은 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인접한 계들의 "경계"와 "연결" 사이에 존재하는 "명확한 순서"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분가능이면 연속이다.
즉. 연속적이지 않은 변화가 우주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우주적 수학어딘가에 미분이 되지 않는 구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치명적이다. 그 구간에서 만큼은 어떠한 물리적 계산도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구간은 계와 계 사이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계는 외부로의 또 내부로의 어떤 물리학적 흐름도 없는 공간이다.
만약 한 계와 다른 계가 단절되어 있다면 이쪽 계에 속한 우리는 절대 저쪽 계로 갈 수가 없다.
즉, 어쩌면 4차원 공간이라 믿어지는 그이상한 수학의 계가 존재할 지도 모르나.
평생 우리의 우주는 그곳을 관측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마치 1,2,3 다음이 반드시 4 이듯, 이 연속성은 변화할 수 없다.
만약 3 다음이 5 라면 그 이론에서는 전 우주에 걸쳐 모든 순서가 1,2,3, 다음 5이어야 한다.
그것이 우주적 일관성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주는 애당초 존재할 수 없다.
상상해 보라. 분명 주가가 올랐는데 통장 속의 돈은 줄었다면. 살고 싶지 않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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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간 여행의 관점으로 돌아와 보자.
과학자들은 시간도 우주의 한 차원인 좌표로 본다.
시간의 흐름은 좌표의 연계된 상황일 뿐이다.
내가 좌표 1에서 2를 거치지 않고 곧장 3으로 직선을 그을 수없듯이.
시간도 3초 전에서 2초 전을 거치지 않고 현재로 올 수는 없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가정을 하자.
만약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면 시간 이동도 가능할 것이니 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가정을 먼저 하는 것이다.
수학적 증명 방식에 의존하여공간 이동이 불가능함을 보여서 시간 이동도 불가능함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우선 나는 좌표 1에서 좌표 2를 거치지 않고 좌표 3으로 뛰어 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좌표 1부터 좌표 3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계를 가정해야 한다.
그 계 안에서의 이동은 전 우주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으므로.
나는 보존 법칙을 거스르지 않으며 합리적으로 이동할 수가 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연속성"이 문제였다.
우리가 가정한 그 계 안에는 어떤 식으로도 반드시 좌표 2가 포함되는 것이다.
게다가 좌표 2는 항상 좌표 1과 2의 가운데에 위치한다.
클레인의 항아리를 구하지 않는 이상. 나는 좌표 2를 건너뛰고 좌표 3으로 이동할 수는 없다.(클레인의 항아리는 안과 밖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정신없는 상상의 항아리이다.)
결국 공간 이동은 불가능하고 시간 이동 또한 불가능하다고 추측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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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만약 시간 이동이 가능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자.
나는 어떠한 기이한 경험을 통해(우주인의 백색 광선이라고 하자) 우주의 원리를 깨달았고
몇몇 과정을 통해타임머신을 성공적으로개발했다.
그리고성격이 매우 까칠한 대학 도서관의 사서들과 어제 반납일을 놓쳐버린 책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나는 어제로 되돌아가 책을 반납하라는 메모를 어제의 내 책상에 남겨두고 돌아올 작정이다.(이때 과거의 나를 만나서는 안된다. 그랬다간 내가 타임머신을 발명한 걸 어제의 내가 알게될 테고. 그렇게 되면 어제의 나는 안심하고 책을 반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성격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이제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어제로 맞춘 후 과거로 돌아간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꽝! 하는 소리(나에겐 시간 좌표가 없으니 소리를 듣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냥 상상하자. 그래 환청이다..)와 함께 전 우주가 폭발해 버렸다.
결국 전 우주에 걸친 시간계는 둘로 쪼개져 버린 것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이 과정을 과거로 되돌아가(아니. 미래로 되돌아가..) 다시 확인해 보자.
그 짧은 순간 전 우주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였다.
내가 과거로 이동하는 순간 내가 살고 있는(아니. 살고 있던)오늘의 우주에는 나를 포함한 만큼의 질량이 사라졌다. 사실은 그 뿐만 아니라 내 존재 만큼의 에너지. 상태의 흐름과 그 변화량. 게다가 시간축만을 제외한 나의 모든 좌표공간 마저도 우주에서 연속성을 거스르며 느닷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딱 그 만큼의 어떤 에너지와 질량 그리고 좌표 등이 어제의 우주에 첨가되었다.
연속적 흐름 없이 서로 독립된 계 사이의 어떤 물리학적 실체가 한 계에서 다른 계로 넘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있을 수 없는 것이나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도 그 계는순간 더 이상 존재할 수가 없게 된다.
임의의 기체가 아주 정확한 양으로 빵빵하게 채워져 있는 풍선이 두 개 있다.
한쪽 풍선에서 어떠한 특별한 수를 써서 풍선에 변화를 가하지 않고공기를 조금 빼내어 다른 풍선으로 옮겼다고 치자.
풍선이 어떻게 될까. 한쪽은 터지고 다른 한쪽은 쭈그러 들것이다.
터진 풍선의 계는 이미 사라져 버리고그 구성 요소들은 롯데월드의 일부로 흡수되어 버린다.
우리의 상상 실험에서도 오늘의 우주는 내가 속해 있던 좌표만큼의 무언가를 잃어 쭈그러들 것이고. 어제의 우주는 폭발하여 시간 좌표를 초월한 어떤 더 큰 계에 흡수돼 버렸을 것이다.
결국 어제의 우주는 더 이상 연속된 시간 좌표 속에 존재하지 못한다.
어제의 우주가 폭발했으니 이제 그제의 우주와 오늘의 우주는 연속도 아니고 더 이상 미분 가능하지도 않다.
조금 낙관적으로 보아 폭발하지 않았더라도 어제의 우주는 밀도가 정상보다 더 높아졌다.
f()의 치역과 f'()의 치역이 서로 다르다면 두 함수가 같은 함수라 말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의 우주는 시간 좌표를 기준으로 둘로 쪼개져서 완전히 독립된 두 계로만 존재하게 되었다.
오늘의 나는 시간을 잃고 끝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고. 어제의 나는 몇날밤을 자도 오늘에 다다를 수 없다.
차라리 도서관에 연체료를 내는 쪽을 택할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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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과학적이지 않은 상상 실험이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얻었다.
우주에는 보존 법칙과 연속성이 여전히 지배적이고.
우리는 하다 못해 질량보존의 법칙하나 마저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잘 연구해보자,
우리가 과거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나의 아내가 놀러 와서 나를 만나고 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결혼을 해야 할지 독신으로 혼자 살지를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과학적 단위가 아니더라도상상 실험은 생각보다 매우 재밌다.
나 같은 사람은 교사가 될 수 없는 한국적 교원 채용현실이 난참으로 서글프다.
난 어려서부터좀 더 멋진 세상을 위해 공부하는 친구들을 키워내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의 학생들은 좀 더 경제적인 세상을 위해 공부할 따름이고.
난 완전한 몽상가일 뿐이다..
여러분이 공부는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이미 다 커 버렸다고 느낄지라도.
상상 실험은 한 번 해보기를 바란다.
멋진 이성과 커피를 마시며 니체를 논하는 상상 실험을 해보라.
당신이 내일의 교양을 추구하는 이상한 성격의 사람으로 변해 있을지도 모른다.